가끔 제목이 특이하거나 인상적인 영화들이 있다. 그런 영화들을 다 찾아서 보지는 않았지만, 제목이 인상적인 영화들이 그 제목만큼이나 내용도 좋았던 기억이 있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라는 영화가 특히 그렇다.
이 영화는 2003년에 나왔다. 그 무렵 이 영화가 국내에 개봉되었을 때, 시사회에 갈 수 있는 기회가 생겼었는데, 무슨 이유에선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가지 못했다. 일부러 안 간건 아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이 특이한 제목의 영화를 20여년이 지나도록 보지는 못하고 제목으로만 기억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 여름, 넷플릭스에서 이 영화를 발견하고 보게 되었다. 넷플릭스에서 내려가기 며칠을 남겨두고.
기본적으로 일본 영화들을 좋아하지만, 이 영화는 일본영화스러우면서도 오래도록 여운이 남았다.
내가 느끼기에는 이 영화는 ‘부끄러움’에 대한 영화다. 남자 주인공인 츠네오의 부끄러움, 츠네오의 여자친구였던, 그리고 다시 여자친구가 된 카나에의 부끄러움. 이 영화는 물론 조제가 주인공인, 조제에 관한 영화이지만, 나는 아직 치기어린 츠네오의 행동들과 부끄러움에 대해 공감되는바가 많았다. 찌질하거나 쪽팔린 행동에 대한 기억들. 20대만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 나이대를 지난 사내들은 다들 그런 자신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지 않을까.
내게 이 영화의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마지막에 츠네오가 조제와 헤어지고 나서 카나에와 걸어가다가 무너지는 장면과, 중간에 카나에가 조제를 찾아가서 따지는, 또는 행패를 부리는 장면이다. 착한 또는 착하게 살려고 하는 카나에의 질투와 시기심, 그리고 터져나온 부끄러운 행동. 하지만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바가 아닐까. 그리고 이때의 조제의 대응도 엄격한 도덕적인 잣대를 들이대자면 부끄러운 행동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런데 그 모든 것, 츠네오도, 카나에도, 조제도, 어쩔 수가 없다.
어느새 츠네오를 연기한 츠마부키 사토시는 40대 중년이 되었고, 나는 그런 나이든 츠네오보다도 더 많은 나이가 되었다. 돌이켜보면, 나 역시도 크거나 작거나 부끄러운 행동들이 참 많았다. ‘나만 그런 것은 아니다’라고 위안을 삼아보기도 하지만, 역시 부끄러운 것은 부끄러운 것. 그래서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에서 보여지는 담백한 부끄러움이 아름답게 느껴지기까지 하는 것 아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