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의 역할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본다

by 채온

어른의 역할은 상처를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상처가 비정상이었음을 말해줄 수 있는 기준이 되는 일이다.


사회에서 어른의 역할을 한다는 건,
아직 스스로를 지키는 법을 충분히 배우지 못한 후배들에게 굳이 지켜내야 할 상처의 상황을 만들어 주지 않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한때, 상처를 통해 성장해야 한다고 믿었다.
깨지고, 무너지고, 마음이 산산조각 나는 경험을 지나야 사람이 단단해질 수 있다고 여겼다.
그래서인지 누군가의 거친 말과 부당한 상황 앞에서도
“다들 이렇게 배우는 거겠지”라며 스스로를 설득해 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모든 상처가 성장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어떤 상처는 사람을 단단하게 만드는 대신,
자기 의심과 불신만 남긴 채 오래 머물기도 한다.


그래서 이제는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어른의 역할이란,
후배들이 나와 똑같은 방식으로 깨져야만
비로소 강해질 수 있다고 믿지 않는 것이다.
내가 견뎌냈다는 이유로,
누군가에게도 같은 고통을 통과 의례처럼 요구하지 않는 것.


어쩔 수 없이 생기는 상처도 분명 있다.
그러나 그 상처조차도
‘원래 다 그런 것’으로 넘겨버리는 대신,
그 상처를 만든 사람과 상황이 비정상이었음을
분별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해 줄 수 있다면,
그 또한 어른의 역할일 것이다.


모든 아픔을 막아줄 수는 없지만,
적어도 아픔을 정상으로 착각하지 않게 해주는 것.
나는 그것이 사회에서 어른으로 살아간다는 것의
가장 조용하지만 중요한 책임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