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앨리스 Jul 28. 2022

내가 사랑한 남자들

지나간 사랑에 대하여

지나간 사람을 잊을 만큼 멋진 사람이 나타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그 사랑들이 지나갔기에 더 애틋하고 아름답다는 걸 압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걸요. 인간에게 미완이란 곧 갈망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완벽한 삶을 살 수 있었다면, 예를 들어 병들지 않고 늙지도 않으며 죽지 않는 삶을 살 수 있었더라면 이토록 치열하게 생을 살았을까요?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얼마 전에 영화 '헤어질 결심'을 봤습니다. 여운이 가지 않아 한 번 더 관람했습니다. 말러 교향곡 5번 4악장은 사랑의 거대함을 느끼게 해 줍니다. 사랑에 빠진다는 건, 내가 아닌 다른 이의 생이 바다의 파도처럼 밀려오고, 거대한 산처럼 나를 압도하게 만들지요. 사랑이란 얼마나 비이성적이고 매혹적인지.


남자가 사랑한다 말했을 때 그의 사랑은 끝나고, 그의 사랑이 끝났을 때 여자의 사랑은 시작됩니다. 지난 사랑들이 제게도 그랬기에 탕웨이가 이를 대사로 뱉었을 때 마음이 찢어질 것 같았습니다. 사랑에 빠진 자기를 자책하고, 더는 그 사람에게 사랑받지 못함에 온 몸으로 절망을 느끼죠. 어떤 여자들은 그렇습니다.


이럴 때면 이런 종류의 사랑이란 오직 여자만의 것인가, 싶습니다. 전 남자가 아니라 남자의 사랑을 잘 모르겠어요. 여전히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초밥을 먹일 때의 사랑과 핫도그를 줄 때의 식은 사랑은 눈치챌 수 있답니다. 차라리 모르면 좋을 텐데, 때로는 식어버린 사랑이 뜨거운 사랑보다 더 알아채기 쉬운 걸요.


또다시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요? 너무 늙어버린 것 같아 그렇게 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다음엔 '헤어질 결심'에 대한 이야기를 써야겠어요. 지극히 사적인 글이 될 것 같아요.

작가의 이전글 [영화] 사랑 뒤의 사랑 (2020)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