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삶
평범한 동네에서 삶의 터전을 잡은
엄마 아빠 역시
내 기준에서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엄마는
자수성가한 외할아버지 밑에서
무남독녀로 자랐다.
부족함 없는 유년을 보냈고,
하고 싶어 하던 미술을 전공했다.
졸업 후에는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기도 했고,
때로는 외할아버지의 일을 거들며 지냈다.
특별히 힘들 일도,
특별히 좋을 일도 없는
무난한 유년이었다.
그래서인지 엄마는
자기 어린 시절을 떠올리려 해도
좀처럼 이야기를 꺼내지 못했다.
기억에 남을 만한 장면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엄마가 말하던 유년의 기억은
대개 이런 것들이었다.
어릴 때 유난히 손이 야무져
가위질을 잘했다는 일,
그 바람에
할머니의 옷을 몇 벌이나 잘라놓았다는 이야기.
또 하나는
국민학생 시절,
마당에 앉아 공기놀이를 하다가
손을 다칠까 봐
외할아버지가 마당을
말끔하게 공구리로 쳐주었다는 이야기였다.
그 정도였다.
엄마는
변화를 싫어했다.
새로운 것을 시작하는 일에는 늘 망설였고,
안정적인 삶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욕심도 크지 않았다.
“나는 동사무소 9급 공무원 같은 게
딱 어울리는 사람인 것 같아.”
엄마는 가끔 그렇게 말하곤 했다.
그 말에는
아쉬움도, 체념도 아닌
묘한 평온이 섞여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변화를 싫어하는 엄마는
감정만큼은 늘 바빴다.
아침과 점심, 저녁의 얼굴이 달랐고,
별것 아닌 일에도
기분이 쉽게 바뀌었다.
하루 안에
웃고, 가라앉고, 날이 서는 일이
자연스러웠다.
그 모순을
엄마 자신만
모르는 것처럼 보였다.
옷차림은 늘 단정했고
말투는 차분했다.
부유한 집에서 자랐다는 흔적은
드러나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인지
대학 시절에는
이따금 남학생들의 관심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엄마는
소극적이었고
열정이 많지 않았다.
관심을 받는 일에도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묻는 일도
별로 하지 않는 사람 같았다.
결국 대학을 졸업한 뒤,
부모님의 권유로
처음 선을 본 남자와 결혼했다.
특별할 것도,
특별히 나쁠 것도 없는
평범한 남자였다.
엄마의 삶은
그렇게
큰 굴곡 없이
다음 칸으로 넘어간 것처럼 보였다.
적어도
그때의 엄마는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