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눈이 가도(街道)로 쫙 깔리 듯 내리는 것은
지난밤 한 켠의 어둠을 내모는 수단이었으나,
그 이른 하이얀 거리들 덕분에
내 마음엔 묽은 눈물 한 줄을 얹을 수 밖에 없었다
어릴 적부터 차곡차곡 쌓여
너의 깊은 침묵에 닿지 않으려는
나를 사려(思慮)하는 마음이었을까
그러나,
내 안의 이름조차 붙일 수 없는 어둠은
떠나지 않을 이유를 백 번쯤 대며
조용히 그 자리에 머문다
또렷하지 않은 이유(理由)들이
몸의 표면 위로 선연히 떠오르나,
그 안에서는 왜 이토록 나는
꺼려졌는지를 자각하게 된다
문득,
네 이름을 몰라
가장 슬펐던
어느 무더운 여름 밤이 떠오른다
겹쳐지는 모든 장면은
한 톨도 크지 않게 확장되며,
내 기억의 검은 필름 속에
공생했던 그 아련한 밤을 덧입힌다
겹쳐지지 않아야 함을 알면서도
왜 나는 겹쳐짐을 그리워하는 것일까
'시인' 이라는 슬픈 단어가
이토록 크게 다가오는 까닭도 모른 채-
왜 나는 결국,
나를 마주하는 마음의 층(層)이
하나 더 얹히는 터벅거림을
갈망(渴望)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