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는 어떤 도구인가?
연령에 따라 다를 수도 있겠지만 2002년은 우리나라 월드컵 4강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을 것입니다. 물론 저도 붉은 티셔츠를 입고 길거리 응원을 했지만, 제게는 교직 첫 해라는 상징성과 추억이 더 큽니다.
그도 그럴 것이 중3때 정한 후 단 한순간도 바뀐 적 없는 좋은 선생님이 되겠단 꿈이 현실이 된 해였기 때문입니다. 어느 때보다 열정과 열심을 갖고 살았던 것 같지만 20년이 지나 돌아보니 기록이라도 자세히 해 둘걸 하는 아쉬움이 남을 만큼 떠오르는 것이 많지는 않습니다. 그때 브런치와 같은 서비스가 있었다면 어땠을까요?^^
그래도 그 중에서 현재는 교명이 바뀌었지만 중앙여중에서 했던 수업은 종종 생각이 납니다. 수업의 주제는 "양말을 팔아보자" 였습니다. 전달하고 싶은 것을 대중에게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컴퓨터와 파워포인트를 이용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수업설계를 했던 것 같습니다.
컴퓨터를 다루고, 파워포인트의 기본적인 기능들에 대해선 수업을 한 후였지만 수업 활동을 소개할 땐 주제에 대하여 전달하고, 표현에 있어서는 자유도를 많이 주었습니다. 아이들이 어떻게 하려나 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정보 제공을 최소로 했던 저는 불친절한 교사였는지 모르겠지만 교사들의 가이드가 구체적일수록 학생들의 독창적인 표현을 볼 수 있는 기회는 적었던 것을 보면 제가 정말 양선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2002년의 여중생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풀었을까요? 사실 이때의 정보 교육은 컴퓨터를 도구로 잘 활용하는 것을 가르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정보 교과서에는 워드프로세서나 멀티미디어라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교사들의 정보 소양도 높다고 보긴 어려웠던 시절이었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정말 기발했습니다. 자신이 신고 있던 양말을 벗어 이미 10년은 양말을 팔아온 시장의 아주머니로 빙의하는가 하면, 파워포인트 슬라이드를 잘 만들어와서 대규모 무역 계약을 하듯 발표를 하는 학생들도 있었습니다. 그 외에도 역할글을 표현하거나, 노래로 표현하는 학생들도 있었습니다. 모든 발표가 끝이 나서는 스스로 순위를 매겨보는 동료평가도 하였습니다.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파워포인트를 사용했던 모둠이 대체적으로 순위가 높았던 것 같습니다.
반별로 수업활동이 모두 마치고 제가 아이들에게 해주었던 얘기는 이런 것이었습니다. "양말은 쉽게 접하는 모두가 아는 물건이지만 대중 앞에서 팔기는 쉽지 않았을거에요. 물건의 특징을 잘 조사하고 이것을 호소력 있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나름의 도구와 전략이 필요했을 겁니다. 친구들의 활동을 보면서 무엇을 느끼셨나요? 선생님은 아마도 여러분이 살아가는 중에 또 이렇게 대중 앞에서 무엇인가를 소개할 일이 생긴다면 그때는 컴퓨터와 파워포인트를 활용할 일이 더 많지 않을까?라고 예상하게 되네요. 모두들 너무 너무 잘했어요^^"
몇 점짜리 수업이었을지는 모르겠지만 몇 해전에 만난 제자도 그때를 회상하며 오래 오래 기억나는 수업활동이었다고 말했답니다.
이상 새내기 정보 교사 때의 수업이야기였습니다.
이제야 글을 쓰게 되어 든 생각이지만 '이 때 다른 나라들에서는 어떤 정보교육이 이뤄지고 있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