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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mmer Sep 03. 2021

두 개의 자아를 품은 기둥

캐롤 보브전 @데이비드 즈위너



채광이 살짝 비치는 어두운 전시장 안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거대한 철제 조각들이 시선을 압도한다. 공사 현장에서나 쓰일법한 철제 기둥들 옆에는 과즙이 팡팡 나올 것 같은 오렌지색의 구조물이 짝을 이루듯 함께 세워져있다. 자세히보면 아이들이 갖고 노는 플레이도우처럼 부드러운 텍스처와 탄성마저 느껴진다. 게다가 각기 다른 모양이라니! 마치 조물주의 거대한 손으로 이렇게저렇게 자연을 만들어낸 느낌도 들고. 차갑고 둔탁한 물성이란 공통점을 가진 재료가 어떻게 상반된 이미지를 갖는지, 하나의 작품안에서  두가지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사실 이 하나의 몸, 두개의 전혀 다른 이야기는 전시 제목에서도 힌트를 찾을 수 있다. 'Chimes at Midnight'은 셰익스피어의 작품 중 하나인 <헨리4세>에서 등장하는 대사인 "우리는 자정에 차임벨 소리를 들었다 We have heard the chimes at midnight"  에서 가져온 것. 헨리왕과 팔스타프(Falstaff)의 엇갈린 관계와 운명 그리고 과거를 회상하는 순간 등을 은유적으로 나타낸 장치다. 거대한 두개의 자아가 서로 다른 결로 발현된 조각이라니! 작품으로부터 뻗어나올 관람객 각각의 무수한 해석들이 자뭇 궁금해졌다.  




ARTIST 캐롤 보브 Carol Bove

EXHIBITION Chimes at Midnight 

DATE 2021년 4월 29일- 6월 8일 

WHERE David Zwiner (537 West 20th StreetNew York

WEBSITE https://www.davidzwirner.com/exhibitions/2021/carol-bove-chimes-at-mid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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