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되돌아보다 -2편: 어느덧, 산속과 단 칸방-
행복 뒤 찾아오는 불행
어느 날, 목욕탕에서 한 어른을 만났습니다. 남자 목욕탕에서 제가 어린 마음에도 특별히 친절하게 대해 주던 한 분. 그분은 저에게 장난감도 사 주시고, 따뜻하게 대해 주셨습니다. 자연스레 엄마와 함께 만나게 되었고, 그분은 저를 키워주신 아버지가 되었습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함께 살게 되었고, 들은 각자의 생각을 이야기했습니다. 아버지는 조그마한 집이라도 사자고 했고, 어머니는 사업을 시작하자고 했습니다. 사업이라기보다는 자영업이죠. 아버지께서 이발 기술을 가지고 계셨기 때문에, 엄마의 제안대로 이발소를 개업했습니다. 1980년대에는 이발소가 굉장히 잘 되는 업종이었기 때문에 현재 생각해 보면 탁월한 선택이기도 했습니다. 가게는 번창했고, 손님들도 끊이지 않았습니다. 그 시절은 저에게도 특별했습니다.
처음으로 용돈이라는 것도 받아보고, 오락실에 가서 혼자지만 시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목욕탕을 벗어나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한다는 것만으로도 저는 행복했습니다. 기억이 흐릿하긴 하지만, 그 시절은 정말 했던 순간으로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그 행복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아버지께서 친구의 빚보증을 서게 되었고, 그것이 우리의 삶은 뒤흔들었습니다. 1980년대의 연대보증 제도는 돈을 빌린 사람이 도망치면 보증을 선 사람이 책임을 져야 하는 구조였습니다. 어느 날, 개업한 가게에 갔더니 아버지는 보이지 않고, 낯선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짐도 모두 사라져 있었고, 유난히 햇빛이 찬란했던 날이었던 것으로 기억을 하는데 어머니는 낮에는 목욕탕에 계셨지만 저녁에 가보니 찾을 수 없었습니다. 모든 것이 혼란스러웠습니다.
다행히 어머니를 만났고, 어머니의 손을 잡고 향한 곳은 서울 금호동의 어느 산이었습니다. 산속에서 우리는 자고 일어나며 한 달 가까이 지냈습니다. 밤에는 바람이 차고, 새벽에는 괴상한 소리마저 들렸던 그곳에서 지내던 시간은 막막함 그 자체였습니다. 어머니가 어디서 돈이 생기셨는지 여관방에서 끌세라고 하죠. 거기서 한 달. 그 후 연탄 배달을 하던 주인집의 단칸방으로 이사했습니다. 방 한 칸, 부엌 겸 세수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있는 작은 집이었지만, 그곳은 우리의 유일한 피난처였습니다.
어머니는 단칸방 근처의 목욕탕에서 여전히 세신일을 계속하셨고, 아버지를 간혹 보기는 했지만 자주 만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길에서 우연히 아버지를 보게 되었습니다. 그는 다른 사람들에게 끌려가며 경찰서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본능적으로 도망쳤습니다. 그 이유는 아버지가 간혹 모습을 보일 때마다 술에 취해 소리를 지르고 억울함을 토로하던 모습이 무서웠기 때문입니다. 처음으로 고백하지만 저는 어머니에게 아버지가 잡혀가는 그 모습을 이야기하지 않았습니다. 돌이켜보면, 아무리 어린 8살이었지만 자기 아버지를 두고 도망치는 아이라니. 이때부터였던 거 같습니다. 두려우면 도망치는 습관이라는 것이 몸에 스며들기 시작한 것이죠.
그 기억들이 지금도 선명하게 남아 있습니다. 목욕탕에서 시작해 산속, 여관, 그리고 단칸방으로 이어진 여정은 제 어린 시절의 큰 부분을 차지합니다. 그 시절은 고난의 연속이었지만, 동시에 저를 단단하게 만들어주기도 했지만 트라우마를 남깁니다.
나는 무뚝뚝하다.
이 시절의 기억이 행복한 순간은 불행도 같이 온다는 트라우마를 만들어냈다.
그래서, 행복한 순간을 얼굴에 표 내지 않는다.
네 명의 자식들에게 미안하다. 그리고 아내게도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
이 이야기를 통해서 제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간단합니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희망을 찾는 힘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삶은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지만, 그 속에서도 우리는 배울 수 있습니다. 고난은 우리를 약하게 만들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가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또한, 부모와 가족의 역할은 아이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깨닫게 합니다. 부모의 선택과 행동이 아이의 기억 속에 어떻게 각인되는지를 생각하며, 스스로와 가족을 위한 더 나은 결정을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힘든 시절에도 우리를 지탱해 주는 것은 결국 우리의 희망과 사랑입니다. 여러분도 자신의 이야기를 되돌아보고, 지금의 자신을 지탱하는 힘이 어디에서 오는지 생각해 보길 바랍니다. 저와 같이 도망치거나 망설이지 마시고, 찰나의 행복이라도 아이들과 아내에게 진정으로 기뻐하는 모습을 보여주세요. 그래야.... 그들이 나 혹은 우리와 함께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