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뻥쟁이글쟁이 Jul 02. 2024

비둘기  저주였을까, 원망이었을까!

얘네도 엄연한 생명체인 것을!

부지런을 떠느라 겨울이 끝나 갈 즈음

무더운 여름. 필수인  에어컨을 교체하던 날이었다.

실외기 뒤에서 발견된 엉성한 나뭇가지 사이로

조막만 한 알이 다섯 개 보였다.

수없이 오가며 주워다 모았을 나뭇가지로  어설프게 지어진  그 틈에서 올망졸망 모여있는  알을 보고 있자니 대략 난감이었다.

동물이 사람 능가하는 느낌이 싫어 평소에도 까놓고 혐오하던  그 집 쥔장에겐  분명 골치덩어리 생명체 을지도 모르겠다.

이걸  어쩌죠?   ...   에어컨 기사님에게 묻는다.

신문지에 싸서 저 밑에 내려다 놓죠.  ...  말의 망설임도 없이  선뜻 대답이 돌아왔다.

난 만질 줄도 모르는데...  쥔장이 곤란해 하니

기사분이 신문을 달라 해 거칠 것 없이 둘둘 말아

활용 옆 화단에 내려다 놓다. 아니,  버렸다.

실외기를 걷어내고 새로 설치하고 , 틈틈이 쥔장은

베란다 난간이며 바닥에 들러붙은 비둘기  분비물을 치우느라 여념이 없다.

궁시렁은 안 했으나 불편한 건 사실이었다.

살짝의 측은지심  또한  있었으나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일사천리로 에어컨 교체를  했다.,

그 어떤  무더위가 닥쳐와도 거뜬히 비껴 갈 마음에

내다 버린 비둘기 알쯤이야 안중에도 없었다.


그날 밤부터 바로 시작된 듯한 비둘기의 저주랄까.

돌침대에 늘상 깔고 자던  라턱스에  불이 붙어 한 밤중 소란이 벌어졌다.

깊이 잠들었으면 불더미에 휘말려도 모를 정도의

화재로 인한 경보기는 올어제끼고 온 집안에 라텍스 타는 냄새가 진동을 했다.

잠결에 싸한 느낌이 들어 일어났다니 얼마나 다행인지 .

소방차까지 출동 상태는 아니었지만 관리실에서도 난리가 난 모양이었다.

자칫 순간의 실수로  대형사고가 날 뻔했으니 슴을 쓸어내리며 안도의 숨을 내뱉었다.


돌침대에 라텍스 까는 것 아니라고 그리 누누이 말했건만  평상시 충고를 개무시한 결과였다.


이 삼일 지나  그 집 남편이 교통사고를 당했노라는 소문이 들렸다.

두어 바퀴 회전하면서  하마터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뻔한 것 이었음에도 천운이랄까 크게 다치진 않고  3주 정도 입원하며 합의를 보기로 했단다  

별일 아니라는 듯 대수롭지  않게 얘기길래 그런가 보다, 다행이구나 했는데 며칠 지나니 이번엔 그 집 쥔장이 교통사고라는 얘기가 들렸다.

심하게 다친 건 아니고 몇 주정도의 입원과 더불어 합의를 볼 거라 했다.

듣는 사람  더 불안한 마음에 왜 자꾸 안 좋은 일이 겹치냐 하니 글쎄,..하며 고개만 갸우뚱거렸다.

  

인생 새옹지마,  사는 게 다 그러려니 , 다시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와중에  안주인이 건강검진을 예약했다는 소리가 들렸다. 전 날 만나 밥을 먹으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헤어진 지 이 삼일이 지났을까.

초음파에서  췌장암이니  간암이니  암튼 그런 게 의심된다는  무시무시한 소리와 함께   소견서를 모셔 들고  대형병원으로 가 검사를 한다고 했다.

에그 몬 일이라니, 왜 이리 계속해서  악재가 겹치나

 싶어 걱정하던  차에 다행히 간 이나 췌장 쪽은 아니고

듣보잡 기스트 암 이라고...약물치료로  그냥저냥 유지되는  암 종류라는  말을 하며 조금 안도하는 듯 보였다. 덤으로 사는 인생이 되었다며 간이나 췌장이

아닌 것에  천만다행 감사하는 게 느껴졌다.

심각한 병일까 싶어 마음 쓰 검사에 시술에. 쫒기듯 다니느라 지친 모습이 눈에 확 들어왔다. 

성실한 남편 만나  이때 껏 순탄하고 평탄하게  걱정 없이 잘 살아왔건만 말년에  몬 일인가 싶었다.

혼자 이런저런 생각하며 머리를 굴리다 보니 문득 에어컨 설치하던 날의 풍경이 떠 올라 남편한테 조심스레 얘기를 꺼냈다.

베란다 비둘기 알을 신문지에 싸서 화단에 내려다 놓았다더라.

나 같으면 오히려 실외기 한 쪽 구석에 집을 장만 해

줬을 텐데.. 어찌 야박하게 화단에 내려놓냐,

혼자 흥분 해 떠드니  그 상황이 보이는 듯 남편도 한마디 거들었다.

그렇게 신문에 싸서 버려 놓으면 고양이 먹이밖에

 더 되느냐고~

동물 싫어하는 사람이라 더 그랬을 꺼라고~

에어컨 교체하던 날  비둘기 알이 있어 처치하느라

애 먹었다는 소리를  들었던 터라  더  찜찜했다.

어미인지 커다란 녀석이  창 턱에 앉아 한참을 있다 가더는 소리를 들으며 지 새끼 찾아  왔었나 보다 싶어  마음이 영  좋질  않았다.

잠시 어미가 자리를 비운 사이  품었던 알이 쥐도 새도 모르게 싸그리 사라졌으니 얼마나 황당했을까...

말 못 하는 짐승이라도 새끼 향한 마음은 다 똑같을텐데

당사자한테는 차마 없애버린  비둘기 알 얘기를

 못 하고 혼자 마음속에 담아놓고 있던 중에

또 일이 터져 버렸다.

속 안 썩이고 순풍순풍 공부도 잘 해 E대 수학과를 나온  딸램이 ㅇㅇ동 쪽집게  박선생이란 닉네임으로

 바쁘게 지내던 중 어느날부터인가 술독에 빠진 듯 퍼 마시기 시작했다는 얘기가 들렸다.

 눈 뜨면  퍼 마시고 음주과외는 기본에다  혀가 꼬부라진 채 늘상 물병을 끼고 살았다.

술병이 아닌 물병에 담아 물 인 듯 술 인 듯 홀짝홀짝 마시며 깰 시간도 없이 다시  취하는 연속이었다.

냄새로 알아차린 학생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꼬인 발음에 성질 부리는 말투를 래 녹음하는 상황

난리아니었다

하나 둘 떨어져 나가는 고객을 보며 자포자기 수준이 되었는지  더 열렬히 마셔대기 시작헸다.

주정에 모습도 변해가고 오로지 인생 목표가 술이었다.

감춰놓고 찾아내면 더 깊숙히 감추는 숨바꼭질이 이어졌다.  평화롭고 조용하던 집안을 순식간에 쑥대밭으로 만들어 버렸다.

공식 중증환자  엄마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있는 대로

을 뒤집기 시작했다.

보다 못해 알콜중독 환자로 병원에  처 넣을 상황까지 이르렀지만 자식이라 차마  그렇게까지는 못 하는 모양이었다.  반듯한 모범생으로 살아온 지난날이 무색하게 웬수소리가 절로 나오는  골칫덩이 존재로 전락해버렸다.

본인 아픈 건 명함도 못 내밀게 난리 굿을  떠는 통에

 이 방법 저 방법 , 머리를 짜 내길래 슬쩍 비둘기 사건을

입에 올리고야 말았다.

비둘기 알이 있었다며...        다섯갠가 있었지

그걸 왜 내려다 놨어?         난 만질 줄도 모르니

에어컨 기사님이 신문에 싸 내려다 놨지.

그때 부터인거  같어.  그 날 불도 났다며...

하두 안 좋은 일이 단기간에 연속으로 벌어지니 본인도

비둘기  생각에 빠져드는 모양이었다.

가끔 씩 비둘기 한마리가  베란다 창턱에 앉았다 가더라

어미 비둘긴가..

비둘기를 보기는 본 모양인지  어미 비둘기 얘기를

또 꺼냈다. 어떤 땐 방안을 감시하는 것 같아 기분나빠 커튼을 확 처 버린다고도 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지?

에구, 내다버린 장소에 몬 굿 이라도 해 줘야 하려나.

 말 같지도 않은 말을 내 뱉는 내 마음은 진심이었다.

세상에 하찮은 생명은 없으니  명복을 빌어 주고

 싶은 그런 마음~

동물 아끼고 좋아하는  나와는 달리 다른 성향도 있는 것이니 굳이 강요하며 빚쟁이 독촉하듯 재촉 할 일은

아니었으나 마음만이라도 내다버린 그 알을 생각해 주었으면 싶었다.

걸신이 들리면 막판에는 자기 살을 파먹는 상황까지

 간다는 글을 어디선가 보았다.

모든 크고 작은 사건들이 비둘기의  저주는

 아니었을지...

하찮은 비둘기 한 마리 쯤..하고 넘길수도 있겠으나

품고 있던 자식을 잃은 그 심정을  어찌 헤아릴 수 있을까 싶다.

 깨어나지 못한 알 에 불과했으나 화단 한 귀퉁이에서 무참히 깨어져 버린 건 아닌지...

풀 한 포기도 선뜻  밟지 못 하고 꽃잎  하나도 함부로

따지 않는 나는 깨알만한 개미도  밟힐까 싶어  때론

 겅중 바보걸음을 걷곤 한다.

인간이어서 미안해!








작가의 이전글 깻잎인 듯 깻잎 아닌, 깻잎 같은 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