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 너비, 높이를 자로 재면 물리적이 차원의 공간을 정의할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눈으로 보고 자로 재는 공간이 아닌 개념적인 공간 역시 우리는 공간이라고 부른다. 우리가 사는 세계를 이해하고 상호작용을 하는데 필요한 아이디어나 관계 사회적인 맥락들도 다 개념적인 공간의 개념이 된다. 만약 내가 어떤 공간속에 있다라고 말한다면 그건 거실이나 사무실같은 공간일수도 있지만 이 세상 어딘가에 존재하거나 속하는 개념의 나만의 공간이라는 뜻도 된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우리의 공간은 엄밀히 말하면 후자에 더 가깝다. 물리적인 공간의 창조나 인테리어의 중요성을 알아가면서 얻게 된 마지막 단계는 개념적 공간의 가치이다. 나는 전문적으로 건축이나 인테리어를 공부한적이 없이 취미를 사업으로 발전시켜서 인테리어일을 수년했던 경험이 전부이지만 집에서는 너무 열심히 공부하고 현장에서는 미친듯이 뛰어다녀서 얻어배운것이 참 많다. 이공간이 왜 필요한지를 듣는 고객과의 회의는 꼭 이것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라는 나의 제안으로 끝났으니까 언제나 내머리속을 맴도는 단어는 propose(제안하다) 였다. 어떤 생각과 마음으로 채워질수 있게 만드는 마법같은 인테리어를 꿈꾸었었다.
한평도 안되는 물리적인 공간에서도 내게 편안함과 위안을 준다면 그건 물리적인 것을 넘은 너무나 어마어마한 개념의 공간에 있게 되는 것이다. 시작부터 어려운 숙제를 인테리어 사업으로 플어내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을 수 밖에 없었다. '모든 존재하는 것이 아름답다 그 자체로 이미 아름답다'라는 것을 느끼게 되는 순간 그 사업은 더이상 할 수 없게 되었다. 어떤 프로포즈도 할수 없었으니까. 그리고 말해준다. "지금도 너무 좋습니다. 깨끗하게만 해보세요 "라고 .... 아름다운것 중 내가 제일 좋아하는게 또 있다.
음식을 담는 그릇과 그릇을 놓을 수 있는 나무로 된 장식장들에 나는 미친다. 담겨있을때보다 담아야지하며 상상하며 보는 비워져있는 그릇들이 더 매력적이다. 한동안 눈을 떼지 못하고 음식들도 상상해보고 같이 먹을 사람들도 생각해보고 물론 그 공간도 그려지게 된다. 몇년의 인테리어 경험이 또 나를 성장하게 했다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더이상 물리적인 공간에 집착하지 않게 되었고 그것보다는 내가 만드는 진정한 나의 공간확장에 더 몰두하고 있다. 그 어떤 소음속에서도 악천후에서도 나를 자유롭게 하고 평온할 수 있게 하는 그 공간에 집중하고 있다. 어디로든 이동할 수 있고 무엇이든 담을 수 있다 . 값도 싼데 어디서 팔지는 않는다. 생각이라는 걸 좀 하자고 버리고 비우는게 아니라고 이미 존재한 그 곳을 찾는거라고 나를 다독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