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ocoyang Dec 26. 2023

담아요.

형태가 있어서 무엇을 담는것을 용기라고 하잖아요. 영어로는 뭔지 아세요? 컨테이너랍니다. 어색하죠?

주로 그릇종류에 대한 영어는 쇼핑을 하다가 많이 알게 되었는데요. 지금은 더이상 안사는 것 두개, 가방과 그릇이랍니다. 전에는 예쁘고 좋은 그릇에 담는 것에 가치를 더 많이 두었었구요. 지금은 그냥 먹는거에 가치를 둔답니다. 영양가있고 맛있는거는 싸구려 코렐접시에 담건 좋은 도자기에 담건 덴마크 직구한 너무나도 사랑했던 냄비에 담건 이젠 상관없게 되었어요. 이게 꼭 좋은게 아닌 진화인데요. 늙어가고 있다는, 귀차니즘의 발로, 죽을 때까지 밥하나 국하나 반찬하나라도 꼭 플레이팅을 하고 먹을줄 알던 내가 이렇게 속세에 내려와 찌들게 될줄 몰랐다니까요. ㅋㅋㅋㅋ





딸셋을 시집보내야 했던 엄마는  시간날때마다 남대문시장 도깨비시장에 가셔서 미제 그릇들을 사다 모으셨는데 저에게는 맨위의 예쁜 코렐세트하고 한식세트를 주셨어요. 한식세트는 무겁기도하고 잘 안쓰게 되어  한참 가지고 있다가 경로당에 드렸고 코렐세트는 아까워서 못쓰다가 지금은 소장품으로 모두 빈티지가 되어 값이 오르고 있더라구요. ㅋㅋㅋ 그릇도 재테크가 된다니까요. 지금 봐도 예쁘죠.

이것저것 그릇이라는게 쌓이고 새그릇을 사면 맛있는 음식을 준비해서 담아서 식구들이 그야말로 색으로 먹고 맛으로 먹게 엄청 잘난척을 하고 내가 사는게 최고인줄 알고 살았어요.


   


이 가구는 제가 사랑하는 덴마크의 북유럽 소나무로 만든 ㅋㅋㅋ 수입가구였는데 사장님 부도직전에 세일로 산 원형식탁입니다. 원형이 좋은 이유가 있어요. 낑겨않아 봤는데 여덟명도 앉을수 있었다니까요. 너와나의 경계가 없다는 것 이런 모든 원리로 그릇도 원형 테이블도 원형인가? 아무튼 긁히고 찍혀도 너무나 멋진 소나무 식탁입니다.  나무와 유리와 종이와 패브릭 친환경소재가 주는 느낌은 편안함입니다. 제가 사는 아파트는 이사온  20년이 넘는 아파트인데요. 도배를 소나무벽지로 했었는데요. 그 은은한 향을 잊을수가 없어요. 한참지나니까 없어지긴 했지만 천연이라는건 자연이니까.... 돈은 그렇게 써야 하는거더라구요.



 담기위해 산 그릇들이 보여주기위한 순간이 되면 이렇게 망하는 겁니다. 지금은 차곡차곡 그릇장에 들어가 있지만 왜이러구 살았는지 모르겠네요. ㅋㅋ  무엇이든지  자기의 본래 기능을 할때가 제일 아름다운것입니다. 사람이 생각이라는 것을 계속해야 되는 이유가 있는것 같아요. 본연으로 돌아오기 위해서요. 이제는 그릇에 음식만을 담습니다. 잘난척도 담지 않고 사치도 담지 않아요. 본연의 마음만 담습니다. 무엇을 담을까만 고민하고 어떻게 데코하고 무슨컬러를 맞춰야하고 테이블보에 이니셜새겨진 냅킨..... (쓰다보니 잘난척병 또 도져요)...이딴거 신경안씁니다. 지금은 이노썬트하게 나이브하게 ......그릇은 담는 용기라고........

매거진의 이전글 흐트러짐의 미학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