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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coyang Jan 16. 2024

밥은 엄마

햇반이라는 상품이 나오면서  '밥짓는것을 모르는 사람들이 앞으로 많이 늘겠구나 ' 라는 생각부터 들었습니다. 비닐살짝 뜯어서 전자렌지에 2분 돌리면 금방 밥솥에서 꺼낸것 같이 윤기나고 맛있는  밥을 금방 뚝딱 먹을수 있다는 것이 너무 신기하더라구요. 양도 딱 알맞게, 많지도 적지도 않게 "한숫갈 더먹어 "하지도 않고 "이거 너무 많아 한숫갈만 떠가 "하지도 않게 말입니다. 밥 다 먹고 금방 설거지 안하면 밥그릇에 달라붙은 밥풀을 떼어내기 힘들어 불려야 할필요도 없이 그냥 쓰레기통에 버리면 되고... 참 기가막힌 우리들의 밥문화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2분안에 나의 허기를 채울수 있는 밥이 되는 신기한 경험 이후로 점점 나도 쿠쿠양이 하는 25분도 기다릴수 없는 사람이 되어감에 이렇게 살아도 되나? 괜찮나? 싶을 정도의 편리함에 놀랍니다. "밥 너두 어쩔수 없이 현대인이 좋아하는 인스턴트가 되었구나" 하면서 왠지모를 씁씁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릴적 엄마가 해주시던 밥생각을 떨치지 못해서이겠죠. 이제 더이상 밥해주던 엄마를 느끼는 아이들은 없어질것 같은 불안감도 듭니다.  비닐을 뜯어서 먹든 무쇠솥에 해먹던 쿠쿠에 해먹든 사실 가족이 함께하는 우리밥상이 변하지만 않는다면야 상관없겠지요.  내 불안한 마음이  쓸데없는 노파심이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엄마는 늘 밥상을 다 차리기도 전에 아이들을 불렀어요. 밥먹으라구요. 밥은 아직 뜨지도 않으셨는데요.

대부분은 우리가 모두 밥상에 둘러 않으면 그 때서야 밥솥의 밥을 떠주셨어요. 예전에는 스텐레스로 만든 뚜껑있는 밥그릇을 많이 사용했는데요. 밥을 뜨면서 손이 뜨거워지니까 뚜껑을 밥그릇 아래로 받치고 떠주시곤 하셨어요. 차례대로 받은 밥은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면서 모두의  얼굴에 콜라겐 보다 좋은 밥향기와 보습으로 ㅋㅋㅋ 어떤 반찬을 올려 먹어도 꿀맛이었지요.


식구들이 모두 자리잡고 앉았을때 밥을 뜨는 이유를 혹시 아시나요? 옛날 전해오는 말중에 이런말이 있어요.

"찬밥 먹으면 살로 안간다" 는 말이요. 머슴들이 항상 찬밥을 고봉으로 먹어도 살이 안찌는 이유라나요? 그건 잘모르겠지만  과학적으로 그말이 어느정도 맞다고 합니다. 밥이 차가워지면 탄수화물이 전분성질화 되어서 뭐 다이어트가 된다나 뭐라나... 그 뉴스를 들었을때 왜 항상 엄마가 항상 따뜻한 밥을 주셨는지 알것 같더라구요. 살면서 한국사람들이 찬밥을 먹는 경우는 많지 않잖아요. 전통적인 것이 기가막히게 과학적이라는 거 이거 한두번이 아닙니다. ㅋ


추운겨울에도 쌀을 씻는 물은 항상 차갑고 깨끗한 물이었어요. 두어번 재빨리 행군물을 버리고는 바가지에서 손을 한방향으로 쓰윽쓰윽하면 바가지에서 났던 일정하고 경쾌한 소리가 납니다. 그리고 다시 물을 부으면 뽀얀 우유같은 물이 되는데요. 그다음부터는 맑은물이 될때까지 씻어요. 그리고 잠깐 불게 놔두죠.  이렇게 쌀먼저 씻어 놓으면 금새 손은 꽁꽁 얼어버리고요. 호호 불면서 아궁이에 불을 집히거나 풍로에 성냥을 켜거나 하셨어요. 지금 그렇게 하고 살라고 하면 다 안먹구만다 굶어죽어도 못한다 난리가 날거예요. 밥솥에 밥하는 것도 시간낭비인 세상이 되고 있으니까요. 손이 얼어들어가도 엄마의 머리속에는 자식들을 위해서 내가 견뎌야 할 몫이었을 거예요.




솥에 넣은 물과 밥이 끓기 시작해요. 뽀글뽀글 작은 구멍들이 생기면서 물이 없어질때 쯤 뚜껑을 닫고 이제 불을 줄이고 기다립니다. 엄마는 행주로 연신 가마솥을 닦아대요. 이제 몸도 손도 훈훈해요. 밥주걱으로 떠서 가족들 먹일 생각에 밥은 우리엄마의 미소와 함께 지어져요. 밥이 다 되었다는 신호는 뚜껑에서 생겨요. 수증기가 모여서 물이 뚜껑을 타고 조금씩 내려오거든요. 그럼 엄마는 또 가마솥을 닦아요. 이렇게 몇번 더 반복하고 불을 줄여 두면 쫄깃하고 맛있는 밥이 되요. 밥뚜껑을 열면서 수증기 한번 얼굴에 보습하고 ㅋ  밥주걱으로 한주걱씩  떠서 놓고 다시 슬슬펴서 밥이 떡지지않도록 포슬포슬하게 펴놓으면 끝이에요. 


밥 먹어. 밥 더 먹어. 밥은 먹었니? 밥은 먹고 일해야지! 밥먹자고 사는데 잘먹어. 밥먹고 또 자! 뭐가 바뻐서 밥도 못 먹었어? 밥이 보약이란다.  밥맛있어? 밥은 먹고살만한 일이니? 밥천천히 먹어. 밥 차려놨다. 


엄마의 말중에 대부분 차지하는 것도 다 밥이에요. 자면서도 들리던 엄마의 밥짓는소리는 그 어떤 알림소리보다도 강력했어요. 청각 후각을 후달구던... 엄마는 밥이에요..매일매일 만들어주시던 사랑의 밥,  단 한번도 식은 적이 없었던 엄마는 밥에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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