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식에서는 밥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또한 국인데요. 밥이라는 메인이 매일 같은것과 다르게 국은 그날그날 바뀌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럴때 느껴지는 마음은 꼭 우리네 아버지같습니다. 한결같이 하얗고 형태의 변함도 없는 엄마같은 밥옆에는 항상 뜨끈뜨끈한 국이 나란히 있습니다. 너무나 보기좋은 모습입니다. 밥만 있어도 이상하고 국만 덩그러니 있어도 이상합니다. 자리도 정해져 있어서 밥은 왼쪽에 국은 오른쪽에 있어야 이제 숟가락을 들고 식사를 시작합니다. 그렇게 그들은 부부같습니다.국은 너무 뜨겁기도 했다가 간혹 짜기도 헸다가 가끔은 싱겁기도 하지만 그래서 더 잘어울리는 부부같습니다.
"바지락을 넣은 시금치된장국 "
"멸치끓이다 된장풀고 시원하게 된장무우국"
"김치 송송 썰어서 콩나물 김치국 "
"북어두들기고 찢어서 북어감자국"
"소고기갈아 완자만들어 넣은 미역국"
한여름의 뜨거운 아버지같은 매운맛도 있고 젠틀한 아빠같은 맛있는 매운맛도 있습니다. 무작정 매운게 아니라 맛있게 매운맛을 내기도 하는데요. 국의 여러가지맛에는 단순한 한가지의 맛이 아니라 짠맛과 감칠맛, 때로는 신맛과 구수한 맛을 더한 집합체로 육해공 싱싱한 재료들의 훌륭한 발란스가 있습니다.
흔히 하는말중에도 " 저사람 왜이렇게 짜냐?" 하기도 하고 " 참 저사람 싱겁네" 라고 말이있습니다. 물론 여자도 그런 사람있지만 대부분은 남자를 말하는 것도 신기합니다. 사골곰국처럼 오래 기다려야 제맛이나는 대기만성사람도 있을것이고 후다다닥 끓여내도 시원한 콩나물해장국 같은 사람도 있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국은 꼭 밥이 있어야 존재한다는 원칙도 있습니다. 옛날 남아선호사상이 깊을때 남자아이를 낳기위해 존재했던 여자들처럼 말이죠. 밥이 있어야 국도 비로소 있었다는 것이지요.예시가 부적절했을까요? ㅋㅋㅋ
어떨때 남자들은 아버지 같기도 하지만 아들같기도 하고 철부지동생걑기도 하거든요. 모성애를 자극하는 아이마냥 말이죠. 그럴땐 밥을 국에 확 말아서 먹어버리지요. 글을 쓰면서 보니 ㅎㅎ 재미있는 국이네요.
뚝배기에 담긴 국을 상상해보세요. 가마솥에서 푸욱 며칠을 끓이고 잘 식지않는 뚝배기에 담아서 다시 끓여 나오는 해장국, 거기에 매운 고추다데기 후추를 솔솔 넣으면 이건 뭐 끝났죠. 그맛은 뭐랄까 먹기도 전에 해장이 다 되는 거죠. 그렇게 뜨거운 국에 스텐레스 숟가락을 쓰는 우리들! 이건 혀를 데어도 몇번을 델일이죠. 근데 우리들은 신기하게 한명도 숟가락에 데이거나 하지 않고 잘먹잖아요. 아무리 뜨거워도 다 컨트롤가능하니까요. 우리 아버지 우리 남편 우리 아들들처럼요.
우리는 매일 국을 먹어도 질리지 않지만 이틀 똑같은 국은 또 싫거든요. 매일 노력하고 변신해야 사랑받는다는거 항상 잊지않으셨죠? 우리나라 남자들 점점 더 불쌍해질때가 많아요. 무슨무슨날이 왜이렇게 많은지 말이죠. 그걸 내가 해야할일이고 같이 즐기는 걸로 생각치 않으면 스트레스가 될거예요. 점점 결혼도 안하는 사람이 많아지는 시대가 도래했는데요. 대부분의 이유가 귀찮아서라고 하네요. 귀차니즘이 인생을 바꿀수 있는 세상이 되었어요. 밥을 같이 먹고 커피를 마시러 가고 디저트도 먹고 영화도 가끔봐야하고 그런 일련의 데이트 과정을 더이상 하기가 싫다고 하더라구요. 한가지 바라는거 ... 밥도싫고 국도싫은 세상은 오지 않았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