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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coyang Jan 31. 2024

옹기종기 반찬아이들

한국인들이라서 잘  알고 있는게 하나 있습니다.  식당에 가면 밥과 국이 나오기 전에 반찬부터 나온다는거요... 어떨때는 다 앉기도 전에 몇가지 반찬과 젓가락이 놓이기도 하는데요. 식욕을 돋게 해주기도 하고  혹은 다른반찬을 은근히 기다리게도 해줍니다.


반찬이 담길 접시는 어떤 반찬이 놓이느냐에 따라 모양이 결정되는데요. 예를들자면  생선을 놓는 접시는 생선모양처럼 길쭉하게 생겼고 된장찌개는 둥근 뚝배기에

물김치를 놓을 그릇은 좀 깊숙하며  납작하게 생겨서 전이나 깻잎을 놓는그릇도 있습니다.





 반찬이 다 놓이게 되면 크기가 서로 다른 작은 그릇들이 옹기종기 모여있게 되는데요. 저는 왜그런지 그모습이 꼭 가족같이 느껴집니다.

밥은  엄마 국은 아버지, 그럼 반찬은? 음.뭐랄까 . ..밥과 국이 나오기 전부터 옹기종기 모여앉아  재잘대는 아이들 같습니다.



양지바른곳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공기놀이하는 계집아이들
난롯가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언손을 녹이는 사내아이들

개천가 양지쪽에 모여 있는 크고작은 자갈돌들


 밥과 국 그리고 반찬까지 이제 다 모였습니다. "오늘 하루는 어땠어?" 하면서 "오늘도 다 수고했어요 " 라고 서로 격려하고 위로하는   하루의 마무리를  우리는 늘 밥상에서  하게 됩니다.  밥상에서 느껴지는 안정감 그리고  모여있는 완전체의 만족감을 먹습니다.  딱히 메인메뉴가 없어도 즐길수 있는 우리의 반찬문화는 세계에서도 유일한  것입니다.


오늘 뭐먹지? 행여 걱정하지 마세요. 그냥 반찬그릇몇개 먼저 꺼내놓고 냉장고 열면 이것 저것 한상차릴만한  반찬이라는 아이들이 나온다니까요. 늘 있는 밑반찬과 김치에 김하나 까놓고 야채칸 열어서 오이당근 깍고 쌈장꺼내 놓고  그럼 끝입니다. 걱정없이 한끼를 해결할수 있는 소박한 상이 되거든요.  이렇게 만들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창의적이면서도  독보적인지 말입니다. 매일 밥상차리는 사람들은 레알 크리에이터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어제와 겹치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반찬을 창조하는 발명가입니다.






가짓수가 그렇게 중요해 보이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밥하고 국만 먹지는 않지요? 참 재미있어요. 우리네 밥상말이에요. 부부만 사는거랑 똑같잖아요. 요즘은 부부만 사는사람도 있고  결혼자체를 안하는 사람도 늘고 있는데요.. 아이들을 인간의 꽃중의 꽃이라고 생각해보세요.  멋진 레스토랑의 테이블위에 있는 센터피스보다 더 예쁘지않나요?  


밥상을 집이라고 생각해 볼까요? 조금씩 떨어져있어도 다 보이고  모양도  다알고  뭐가 부족한지 뭐는 많은지 알고말이죠. 그만큼 우리에게 있어서  밥상은 가정이고 행복이고 사랑이며 정입니다.



한상 가득 반찬으로 배를 채우기도 하는데요. 특별한날에는 모두 모여 반찬만 먹을수도 있거든요. ㅋㅋ 

대단히  환상적인 음식문화가 아닐수 없습니다.  때로는 소박하게 먹을수도있고 때로는 임금님처럼 먹을수도 있는 반찬의 변신은 무궁무진하니까요..




저는 조약돌을 주워와서 젓가락받침대로 쓰기도 하는데요. 옹기종기. 반찬종지들과 잘어울리는 자연같아요.  너무 예쁘지 않나요? 살다보니 남편 생일상도 자랑하게 되네요.


 밥상에 모두 모여 밥을 같이 먹고 이야기를 하고 반찬을 서로 권하기도 하고 작게 띠어서 숟가락에 얹어주기도 하고  누가 밥을 잘먹는지 누가 입맛이 없는지 누가 뭘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다 알게되잖아요. 관심만큼 사람을 바로 세우는 것도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정을 먹는 밥상의 완전체!! 그 중심에는 밥과 국 그리고 옹기종기 반찬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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