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나를 버리라고 말하지 않는다
사랑은 늘 가장 따뜻해야 할 감정이었지만, 내게는 가장 차갑고 무거운 굴레가 되어 있었다.
파혼을 겪기 전까지, 나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관계를 붙잡았다. 붙잡아야만 내가 버려지지 않을 거라 믿었고, 버려지지 않아야만 내가 존재할 수 있다고 착각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버려진 건 상대가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이었다.
그 사람의 기분에 따라 하루가 오르락내리락했고, 그의 말 한마디가 나의 가치를 규정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삼키고, 내가 원하는 삶은 미뤘다. 사랑이라는 이유로, 이해라는 이유로, 나는 내 삶의 중심에서 조금씩 밀려났다.
돌이켜보면, 사랑을 지킨 것이 아니라 관계에 매달린 나 자신을 잃어버린 것이었다.
“조금만 더 이해하면, 조금만 더 참고 기다리면...” 언젠가는 나도 사랑받을 거라 믿었다.
그러나 그날은 끝내 오지 않았다. 나의 희생을 당연하게 여기는 사람 곁에서, 나는 점점 투명해져 갔다. 마치 존재는 있으나 보이지 않는 그림자처럼.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받지 못한 위로는 결국 나를 더욱 공허하게 만들었다.
파혼은 무너짐이 아니라 내가 다시 서야 할 출발점이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을 버리며 살아왔던 지난 시간을 떠나보내는 순간, 비로소 나는 알았다.
사랑은 나를 지우는 것이 아니라, 나를 더욱 선명하게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는 사실을.
이제 나는 더 이상 사랑이라는 이름에 속지 않는다. 누군가의 세계에 맞추기 위해 내 세계를 부수지 않는다.
나를 버리고 이어간 시간은 끝났다.
그리고 지금, 나는 잃어버렸던 나 자신을 다시 주워 담으며 이렇게 고백한다.
사랑보다 먼저 지켜야 할 것은, 언제나 나 자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