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는 사람인데, 틀린 관계였던 이유로

맞는 사람도 틀린 인연이 될 때가 있다

by 지해랑

사람은 맞았지만, 관계는 끝내 맞지 않았다.
우리는 서로에게 익숙했고, 대화도 잘 통했다. 웃는 포인트도 비슷했고, 함께 있는 순간이 자연스럽기도 했다. 그래서 한동안은 스스로를 속였다. “이 정도면 괜찮은 거 아닐까?”라고.

하지만 관계는 사람만으로 완성되지 않았다.
마음이 맞아도, 바라보는 방향이 다르면 결국 어긋난다. 서로의 온도를 유지하는 방식,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 삶을 살아가는 속도가 달라서 끝내 우리는 같은 길을 오래 걸을 수 없었다.

좋아하는 영화도 비슷했고, 취향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일상적인 대화는 가볍게 이어졌고, 특별한 노력이 없어도 웃을 수 있었다. 그 모든 게 나를 안심시켰다.

하지만 작은 균열은 언제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시작된다.
나를 존중하지 않는 말투, 내 마음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태도, 중요한 순간마다 무심히 돌아서는 뒷모습. 그건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관계의 문제였다.

관계는 나를 지켜주는 울타리가 아니라, 점점 나를 고립시키는 벽이 되었다.

옆에 있었지만, 늘 혼자 있는 기분이었다. 내가 기댈 수 있는 건 그 사람이 아니라 ‘사람을 잃지 않으려는 나의 의지’뿐이었다.

사람은 맞았지만, 관계는 나를 외롭게 만들었다.

사람만 보고 관계를 붙잡으려 했던 내가, 결국 스스로를 잃어갔다. 그제야 알았다.
관계는 맞는 사람을 만나는 것보다, 맞는 방식으로 함께 걸어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걸.

그래서 놓았다. 사람은 여전히 나쁘지 않았지만, 관계는 내게 너무 틀렸기에.

그로 알게 되었다.

맞는 사람이란 이유만으로 옳은 관계가 되지는 않는다.
그리고 틀린 관계를 끝내야, 비로소 나에게 맞는 삶이 시작된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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