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는 노력으로 이어지고 쌍방으로 이어진다.

함께 걸어야 길이 된다

by 지해랑

관계는 서로 노력해야 이어진다고.
먼저 안부를 묻고,
때로는 양보하고,
상대방의 사정을 이해하며 기다리는 것.
그게 사람 사이를 오래 가게 하는 비결이라고.

그래서 나는 열심히 노력했다.
문자가 오지 않아도 먼저 보냈고,

정성스러운 마음이 담긴 연락을 읽고 답이 없어도 ‘조금 이따 연락 오겠지’
서운한 마음이 생겨도 ‘바쁘겠지’ 하고 넘겼다.
만남이 줄어들면
내가 시간을 더 내서 약속을 만들었다.
그게 관계를 지키는 일이라고 믿었으니까.


하지만, 어느 순간 알게 됐다

노력은 관계를 이어주지만,
그게 한쪽만의 노력이 되면
결국 그 관계는 오래가지 못한다는 걸.

내가 전화를 걸지 않으면 영영 연락이 오지 않는 사이,

내가 놓으면 무참히 끝나는 사이,

내가 노력하지 않으면 그동안 같이 보냈던 시간이 종잇장처럼 찢어지는 사이,

내가 약속을 만들지 않으면 다시는 보지 못할 사이,


내가 맞춰주지 않으면 금세 틀어지는 사이.


그건 ‘노력’이 아니라
나 혼자 힘으로 세워둔 관계의 그림자였다.


억지로 붙든 관계는 오래 버티지 못한다.
왜냐하면 그 억지 속에서
한쪽은 점점 지치고,
다른 한쪽은 그 편안함에 길들여지기 때문이다.

나는 오래도록 그걸 깨닫지 못했다.
지치는 건 당연한 거라 여겼고,
힘든 건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버티면 언젠가 상대방이 내 마음을 알아줄 거라 믿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오래 버텼다고 해서
상대가 갑자기 달라지는 일은 거의 없다.
오히려, 내가 거기까지 참고 버틴다는 걸
‘이 사람은 이렇게 대해도 떠나지 않는구나’ 하는 신호로 받아들인다.


관계는 서로의 노력이 맞물릴 때 살아남는다.
내가 다가가면, 상대도 한 발 다가오고.
내가 기다리면, 상대도 돌아와 주는.
그 주고받음이 있어야만
관계는 무너지지 않는다.

만약 한쪽만 힘을 쓰고 있다면
그건 이미 관계가 아니라
관계의 모양을 한 의무감일지도 모른다.


이제는 나 혼자 버티는 관계는 내려놓기로 했다.
억지로 잡아두느라 내 마음이 닳아버린 관계도,
내가 아니면 유지되지 않는 관계도.

대신,
나의 노력이 기쁘게 닿을 수 있는 사람에게,
나의 시간을 감사히 받아줄 사람에게,
내 마음을 쓰기로 했다.


관계는 노력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그 노력이 억지로 바뀌는 순간,
그 관계는 이미 제 수명을 다한 것이다.

나는 더 이상 억지로 살아남는 관계에
내 하루를, 내 마음을, 내 온기를 쏟지 않을 것이다.
그 시간에 차라리,
나를 살아 숨 쉬게 하는 사람들을 더 사랑할 것이다.

수, 목,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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