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해 놓기

붙잡음보다 놓음이 더 큰 용기다

by 지해랑

손을 놓아야만 숨이 트일 때가 있다

나는 오랫동안 관계를 붙잡는 게 미덕이라고 믿었다.
끝까지 노력하고, 끝까지 참아내면
언젠가 모든 게 회복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손이 아프도록,
마음이 닳도록,
그 손을 놓지 않았다.


붙잡고 있던 건, 사람만이 아니었다

그건 사실,
사람이 아니라 ‘이 관계는 끝나면 안 된다’는
내 집착이었다.

함께 웃던 기억,
서로 기대던 순간,
그 모든 걸 잃고 싶지 않아서
나는 내가 다치더라도 꽉 잡고 있었다.

지나간 기억들은 미화되기 미련이다.

그 사람으로 인해 나 자신을 잃고 힘들어했을 때는 기억 속에서 삭제된다.

그런데 붙잡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손끝이 저리고, 숨이 막혔다.
마치 물속에서 오랫동안 숨을 참는 기분이었다.


그래도 나는 놓지 못했었다.

아마도 놓는 건 실패 같았기 때문이다.
마치 내가 포기하는 사람,
성의 없는 사람처럼 보일까 봐.

하지만 어느 날 문득 알았다.
놓는 건 실패가 아니라
살아남기 위한 선택이라는 걸.


손을 놓았을 때 비로소 보이는 것들

손을 놓으면,
처음에는 허공이 너무 넓어서 불안하다.
하지만 조금 지나면 안다.
그건 허공이 아니라 공기였다는 걸.

그제야 숨을 크게 들이마실 수 있고,
내가 얼마나 숨이 막혀 있었는지도 알게 된다.
그리고 그동안 놓치고 살았던
나 자신이 눈에 들어온다.


놓아야 할 때를 아는 용기가 필요하다,


모든 관계가 끝까지 가야 하는 건 아니다.
어떤 사이는,
중간에 멈춰야만 서로를 더 아프게 하지 않는다.

그러니 더 이상 내 손을 잡지 않는 사람,
잡고 있어도 아무 힘이 느껴지지 않는 손이라면
놓아도 괜찮다.



수, 목,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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