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 고르기에 담긴 부의 비밀
인생은 셀프다. 그 누구도 나의 인생을 대신해서 살아주지 않고 그럴 수도 없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선택의 순간에 직면하고 그럴 때마다 전문가의 조언은 우리의 선택을 쉽고 빠르게 만들어준다. 모든 일에 대해 자비스처럼 알 수 있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전문가의 견해는 우리 인생에 훌륭한 지침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 탓하지 않는 주도적인 인생이 되려면 마지막 선택은 나의 몫이어야 한다. 마치 저 수박 고르기처럼.
보이지도 않는 수박 속을 들여다볼 수 있는 통찰은 어떻게 얻어지는 것일까? 간단하다. 유튜브에서 맛있는 수박을 고르는 법을 검색하고, 실제로 골라서 먹어보고, 실패에서 얻은 교훈을 피드백 삼아 이 과정을 반복하면 된다. 한 치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우리 인생을 위한 과정도 수박 고르기와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수박 고르기처럼 인생에는 수많은 선택이 존재하지만 배우자를 만나는 일처럼 어떤 선택은 이후의 삶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대체로 삶의 궁극적 목표가 행복이라면 행복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관계, 일, 돈까지 다양한 요소가 결합이 되어 행복에 영향을 주는데 이 중에서 돈과 행복의 상관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할까 한다.
소득이 일정 수준 이상이 되면 소득과 행복의 상관관계는 낮아진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어 봤을 것이다. 그래서 이 통계에 따라 전 직원들의 기본급을 저 기준점으로 맞춘 회사의 스토리도 한창 유명세를 탄 적이 있다.
그런데 이 통계가 나온 지 50년이 지났다. 그리고 5년쯤 전 새로운 학설이 등장했는데, 적은 것에도 더 만족하는 국민성을 고려하여 자료를 국가별로 나누었고 같은 나라에 사는 사람들끼리 비교를 했더니 소득이 높을수록 행복했다.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였고, 소득이 높은 나라가 행복도 마저 높았다. 위의 사진 자료로만 보아도 연간 가계소득이 12만 8000달러(약 1억 5000만 원)될 때까지 행복 지수는 비례해서 상승한다.
돈이 많다고 행복한 것은 아니지만 돈이 없으면 불행해지기 쉽다는 말처럼 우리 인생에 돈이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이다. 그렇다면 여기저기 투자하라는 전문가의 말만 믿고 낭패를 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돈이라는 수박을 잘 고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는 돈을 벌고 싶고, 그로 인해 행복해지고 싶다. 그렇다면 그런 목적에 맞게 살아가고는 있을까? 돈을 벌고 싶지만 돈에 대해 모른다. 돈을 벌고 싶지만 돈과 경제에 무지하고 관심이 없다. 돈을 벌고 싶지만 자기에게 맞는 보험 상품이 어떤 것인지 조차 선택하지 못한다. 돈에 관해 현명한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돈을 알아야 한다.
그런데 어떤 것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쉽게 범하는 오류가 있다. 바로 장님 코끼리 만지기이다. 코끼리의 다리 한쪽만 만져보고 코끼리를 다 파악했다고 착각을 하는 것인데 돈에 관해 우리는 이런 오류를 범하기 쉽다. 하루가 멀다 하고 돈에 관한 책이 쏟아지는 세상에서 큰 그림을 파악하면서 돈에 대해 알아 가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대한민국 최고의 이코노미스트 홍춘욱 박사님께서 나 같은 입문자를 위해 <50대 사건으로 보는 돈의 역사>라는 친절한 돈의 안내서를 준비했다. 내가 초등학교를 입학하던 20년 전부터 국내 최고의 이코노미스트가 구상해온 책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 책을 읽을 이유는 충분했다.
28년 동안 내가 세상을 살아오며 개인의 삶에서, 그리고 필요한 부분에서만 돈을 바라보려 했다면 <50대 사건으로 보는 돈의 역사>는 개인의 삶뿐만 아니라 역사의 중심에서 막대한 위력을 발휘했던 새로운 돈의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당연하다 생각했던 일에 의문을 던지며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박사님의 인사이트를 통해 우리는 돈과 관련된 선택에서 어떤 자세로 판단을 해야 하는지 통찰을 얻을 수 있다.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X-ray로 보면 우리의 뼈를 하나하나 볼 수 있듯, 홍춘욱 박사님의 책은 우리에게 돈에 관한 새로운 시각을 선물한다. 나에게 있어서 좋은 책은 '나의 일상과 인생에 긍정적 변화를 줄 수 있는 책'인데, 이 책은 좋은 책이다. 경제와 돈에 관해서 무지했던 내가 <50대 사건으로 보는 돈의 역사>를 통해 얻은 몇 가지 통찰을 공유할까 한다.
1. 네덜란드와 영국이 알려주는 '작은 고추가 매워지는 법'
네덜란드와 영국 등 인구도 적은 나라가 패권을 잡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신뢰'를 얻어 국민들로부터 낮은 금리에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던 데 있다. 반면 프랑스는 넓은 땅, 풍족한 자원, 풍부한 인구에도 불구하고 낮은 신용도와 재정난으로 인해 만년 2인자를 벗어날 수 없었다. 이러한 역사적 사건을 통해 '금리가 높은 나라는 투자처로 적합하지 않을 때가 많다'는 투자의 교훈을 얻을 수 있다.
그런데 책을 읽을 때마다 내 일상에 적용점을 찾다 보니 네덜란드와 영국이 패권을 잡는 거시적인 과정을 내 일상이라는 미시적인 순간으로 끌어오고 싶었다. 아직 작고 가진 것 없는 20대 사회 초년생인 나는 어떻게 내 인생의 패권을 쥘 수 있을까.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레버리지는 돈과 시간인데 나에게 있어서 돈이 '프랑스의 넓은 땅과 인구수'라면 시간은 '네덜란드와 영국의 신뢰'가 아닐까. 내가 지금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은 시간이다. 이 시간을 갖고 내 인생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들에 대해 알아가고, 탄탄한 실력을 기반으로 신뢰를 쌓아가며 성장한다면 나 역시 부족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내 인생에서는 패권을 쥘 수 있지 않을까.
2. 세상에 공짜는 없다
지금은 좀 나아졌지만 아는 금융 상품이라고는 적금밖에 모르던 나는 '금리는 높은 것이 무조건 좋은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홍춘욱 박사님이 소개하는 <돈의 역사>는 하나의 현상을 보더라도 다양하고 새로운 시각에서 접근한다. 이러한 태도는 어떤 현상에는 반드시 반대급부가 있으며 좋아 보이는 것들에 공짜는 없다는 사실을 상기시켜준다. 사기꾼처럼 보이지 않는 사람이 '단기간, 높은 수익'이라는 사기를 친다면 홍춘욱 박사님을 떠올리며 생각하자. '세상에 공짜는 없다'
3. 정보 비대칭이 사라지는 세상에서 우리는?
정보 비대칭은 각 산업 분야에서 서서히 해소되고 있다. 인터넷의 발달로 정보의 장벽이 현저히 낮아져서 우리가 마음만 먹는다면 정보 비대칭으로 인한 잘못된 선택을 예방할 확률이 높다. 예전에는 공급의 주체가 많고 정보가 제한적이었던 보험 분야에서도 <보맵>과 <레몬 클립> 같은 인슈어테크 업체가 보험 산업의 정보 비대칭을 적극적으로 해소해주고 있다.
중국과 유럽의 금 시세가 정보 비대칭으로 인해 달랐고 그로 인해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었던 당시와 달리 정보 비대칭이 사라져 가는 요즘 우리는 어떤 자세로 살아가야 할까.
첫 번째, 실질적인 가치 형성에 집중해야 한다.
본인이 제공하는 재화나 서비스가 실제로 가치를 지니는 것인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실제 가치에 비해 터무니없는 가격이 형성되어 있다면 그것이 무엇이든 이제 오래가지 않는다. 소비자들 사이의 입소문은 그 어느 때보다 빨라졌고, 누구나 문제제기를 할 수 있는 세상이다. 비단 재화나 서비스가 아니라 본인의 실력 또한 거품인지 아닌지 늘 돌아볼 필요가 있다.
두 번째, 눈을 떠야 한다.
마음만 먹으면 정보 비대칭을 해소할 수 있을 정도로 우리는 거의 무한에 가까운 정보를 접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마음이 잘 안 먹어진다. 예부터 매우 귀한 '자원'인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필요한 정보를 Input 할 수 있는 눈과 역량을 길러야 할 것이다. 돈이 없어 레버리지를 못한다는 핑계는 그만두고 정보를 선별할 수 있는 실력을 쌓아 나가자. 다 피가 되고 살이 될 것이다.
4. 도덕적 이념에 갇혀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면?
때론, 선한 의도가 지옥 같은 결과를 가져온다. 대공황이 닥치던 때, 미국 연준이 자존심을 세우지 않고 '청산 주의'에 경도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뉴욕 연은의 통화공급 조정에 동참해 대공황의 참사를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도덕적이고 이상적인 삶은 중요하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발을 딛고 살아가는 현실이다. 도덕적 이념으로 인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눈 앞에 두고도 놓치는 미련한 짓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당시 미국 연준이 했던 어이없는 선택을 보고 나니, 세상의 수많은 일들이 달라 보이기 시작한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이 일부 수긍가는 대목이었다.
인생을 살아오면서 따로 금융 교육을 받을 기회가 전무했던 터라 '금융 이해력 OECD 평균 이하'라는 성적에서 볼 수 있듯 나 역시 돈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돈도 없는데, 돈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니 '행복과 소득은 비례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인생에 큰 변화가 없는 것이다.
우리가 인생에서 활용할 수 있는 레버리지는 돈과 시간이다. 그런데 나는 지금 돈이 없다. 20대가 무슨 돈이 있겠는가? 하지만 나에게는 시간이 있다. 개인의 삶에서부터 역사의 중심을 흔들었던 돈을 이해해 나갈 시간이 있다.
코끼리 장님 만지듯 돈을 알아 가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돈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역사적 관점에서 돈은 어떤 영향력이 있었고 지금은 우리의 삶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속을 알 수 없는 '돈'이라는 수박 고르기에서 남의 조언만 듣고 후회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궁금한 모든 분들께 일독을 권한다.
다소 생소한 금융 용어로 첫 장에서부터 부담이 될 수도 있지만 모르는 내용에 집착하지 않고 스토리를 읽는다는 생각으로 술술 읽어나가다 보면 지혜의 숲을 지나 새로운 눈을 얻을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좋은 책을 출판해 준 로크미디어와 좋은 책으로 뭉칠 수 있게 도와준 대교 사회공헌실 '더불어 배우다'에도 감사를 표한다. 체인지 그라운드처럼 세상을 바꾸는 콘텐츠들을 꾸준히 만들어내는 것으로 보답해야겠다.
< 나 눌 거 리 >
1. 거시적인 경제 흐름을 배웠을 때, 내 일상에 와 닿는 좋은 점은 무엇인가?
2. 현재 산업 분야 중에서 수확체증이 눈에 띄게 가능한 것은 어떤 것이 있을까?
3. 이 책을 읽은 후 어떤 부분을 더 공부하면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