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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K Sep 23. 2019

내가 원한 선물은 그게 아니다


서울로 올라오는 기차에서 동네 동생의 눈물이 터졌다. 동생은 추석 때 호주 남자친구, 그리고 그의 친구와 함께 본인의 고향인 부산에 내려왔는데, 남자친구의 친구가 문제였다.

그 친구를 B라고 하자. B는 연휴 첫날부터 길바닥에서 자다 핸드폰을 잃어버렸다. 핸드폰도 없는데 또 바닷가에서 잔다고 하길래 그래도 남자친구의 친구라 마음이 쓰였는지 동생이 잘 곳을 마련해 주겠다 거듭 제안했다.

느껴지겠지만 B는 개썅마이웨이라서 그런 제안이 정말 필요가 없었던 모양인데, 동생은 안쓰러운 마음에 본인 딴에는 배려를 위한 제안을 거듭했다. 그러나 B에게는 결국 엄마의 잔소리처럼 들릴 뿐이었다.

이러한 호의와 거절이 반복되자 동생과 B의 관계는 당연히 불편해질 수 밖에 없었다. 동생은 좋은 일 하려다 욕 먹었고, B는 필요도 없는 제안을 계속 받았으니 그럴 수 밖에.

사실 상대방이 원치않는 제안을 하는 경우는 많다. 문제는 상대방이 그것을 원치 않는다는 것을 아는데도 불구하고 선의로 포장된 강요를 하는 것. 때론 좋은 의도가 지옥같은 결과를 낳기도 한다.

물론 이러한 제안을 받았을 때 상대방의 선의를 알아주고 부드럽게 거절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상대방이 원치않는 것을 주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

호의는 무엇인가, 선물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다름아닌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베푸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상대방이 원치 않는다면 그것은 더 이상 선물이 아니다. 당신이 주고있는 것은 선물인가? 아니면 선한 의도로 포장된 강요인가?



#한달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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