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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K Sep 25. 2019

착해 '보이는' 일이 아닌 착한 일을 해라

착한 일의 가성비


선한 의도가 지옥 같은 결과를 낳는다는 말을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좋은 뜻으로 한 일이 오히려 상대방에게 독이 되는 경우를 말한다. 우리는 살아가며 자기만의 방식으로 베풀고 산다. 그리거 우리가 여행지를 고르거나 쇼핑을 할 때처럼 베푸는 일에도 가성비는 있다.

우리가 어떤 행위를 할 때는 시간과 노력과 돈이 들어간다. 착한 일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누군가를 돕기 위해서는 깨어있는 시간의 일부를 써야 하고 선행을 베풀기 위한 품을 들여야 하며 때론 돈을 써야 한다.

문제는 착한 일을 하는 데 있어서 우리의 시간과 노력과 돈이 기대처럼 효과가 없을 수 있다는 것이며 심지어는 안 하니만 못한 효과까지 초래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윌리엄 맥어스킬의 <냉정한 이타주의자>는 다섯 가지 질문을 통해 당신이 좋은 일을 하고도 욕먹지 않도록 도와주며 같은 시간, 같은 노력, 같은 돈을 들였을 때 어떻게 하면 착한 일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지 알려준다.




1.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얼마나 큰 혜택이 돌아가는가?

2. 이것이 최선의 방법인가?

3. 방치되고 있는 분야는 없는가?

4.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5. 성공 가능성은 어느 정도이고 성공했을 때의 효과는 어느 정도인가?



예를 들어보자. 당신은 보다 많은 생명을 살리기 위해 의사가 되었다. 그리고 영국에서 의사가 되고자 한다면 이미 의사의 인력이 풍부한 나라이기 때문에 수확 체감의 법칙에 의해 생각만큼 큰 혜택을 제공하기는 어렵다. 반대로 에티오피아 등 최빈국에서 일하면 같은 일을 하고도 부유한 나라에서 일하는 것보다 100배 많은 목숨을 구할 수 있다. 당신은 어느 나라를 선택할 것인가?

이러한 데이터를 모두 알고 있었음에도 영국에서 일하기를 선택한 의사다 있다. 그레그 루이스다. 먼저 가장 효율적으로 세상에 기여하기 위해 데이터를 찾아본 그에게 박수를 보낸다. 그는 착한 척을 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정말 착한 일을 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 착한 의도가 가장 효율적으로 전달되는 방법을 고민했다. 그는 왜 영국에 남기로 했을까.

부유한 나라에서 의사로 일하면서 기부를 전혀 하지 않는다면 의사라는 직업을 통해 '평생' 2명의 목숨을 구하는 선을 행하게 된다. 반면 가난한 나라에서 의사로 일하면 '매년' 4명의 생명을, 35년간 일한다면 140명의 생명을 구하는 선을 행하게 된다. 만약 그가 부유한 나라에서 의사로 일하며 버는 수입을 기부한다면 몇 명의 생명을 구하게 될까? (중략) 매년 수십 명의 목숨을 구할 수 있다. 가난한 나라에서 의사로 일할 때보다 훨씬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것이다. - <냉정한 이타주의자> 113p

영국 의사들의 연평균 수입은 세전 약7만 파운드다. 수입이 특히 많은 종양전문의라면 연수입은 그보다 두 배 높은 평균 20만 달러 정도가 된다. 앞서 말했듯 생명을 구하는 데 비용 대비 효과가 가장 높은 사업은 말라리아 방지용 살충 모기장 배포로, 3400달러로 1명의 목숨을 구할 수 있다. (중략)  "차이를 따져 보니 영향력이 변변치 않더군요. 의사라는 직업으로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방식을 택해도 몇 명의 목숨을 구할 순 있어요. 하지만 기부를 택하면 수백 명을 구할 수 있습니다." - <냉정한 이타주의자>114p


결국 그는 아프리카 행이 아니라 영국에 남기로 했다. 2014년에 그레그는 2만 파운드, 즉 10명의 목숨을 살릴 수 있는 돈을 기부했다. 그는 기부를 위한 돈벌이를 택함으로써 다른 방식으로는 불가능했을 차이를 만들어 낸 것이다. 그레그는 좋아 보이는 것에 현혹되어 본질을 놓치지 않았던 것이다.


생명을 살리는 선행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마더 테레사, 이름도 모르는 오지에서 평생을 보내며 수많은 생명을 살린 신부, 목숨을 걸고 지하철 선로에 뛰어들어 임산부를 구출한 용감한 시민. 모두 훌륭한 분들임에 틀없다. 하지만 우리는 착해 보이는 일에 가려진 선행의 효과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 실제로 본인의 의도를 가장 효율적으로 세상에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용감한 시민이 아니라 똑똑한 시민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무언가를 선택한다는 것은, 무언가를 선택하지 않는다는 것.
선행에도 가성비가 있다.

당신은 착한 척하고 싶은 것인가
정말 착한 일을 하고 싶은 것인가?

만약 후자라면, 잊지 마라
보이지 않고도 당신의 착한 일은
얼마든지 커질 수 있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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