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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K Jun 03. 2019

당신의 오빠가 예전 같지 않은  '진짜' 이유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나는 이 책을 읽지 않은 사람과는 결혼하지 않을 생각이다.

사람이란 맥락에 따라 행동이 달라질 수 있는데 맥락적 사고가 결여된 바가지로부터 나를 보호하고 아이의 잠재력을 '평균'이라는 쉬운 길로 망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평균의 종말>은 <자기 신뢰>와 <무엇이 성과를 이끄는가>와 같이 사고의 대전환을 가져오는 책이다. 생각이 바뀌면 무엇이 바뀐다? 행동이 바뀐다. 나는 요즘 책이라는 좋은 스승들 덕분에 생각과 행동과 삶의 전환기를 맞고 있다.


나는 <평균의 종말>을 읽으면서 책 내용 자체도 훌륭했지만, 저자인 토드 로즈의 삶은 정말 한 편의 드라마다. 그는 음주 허용 연령도 되기 전에 아내와 아들이 생겼다. 그 가족을 부양하느라 10가지나 되는 최저임금 일자리를 이리저리 전전하던 와중에 스물한 살 때는 설상가상 아들을 하나 더 얻게 됐다. 인생이 밑바닥까지 추락했을 때는 생활보호 대상자로 전락한 상황에서 시간당 6달러 45센트의 가정방문 간호 보조사로 일하며 관장을 하러 다니기까지 했다. (ㅠㅠ) 그런데 놀라운 것은 사회적으로 '문제아'낙인이 찍히고 어느 곳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던 토드 로즈는 회복탄력성이 좋았던 것인지, 자존감이 높았던 것인지 인생의 가장 밑바닥으로 추락해 있던 순간에도 그런 평가가 어쩐지 부당하다는 느낌을 떨치지 못했다고 한다. 난 놈이다. 기회가 된다면 이 사람의 인생 스토리를 들어보고 싶다. 물론 맥락의 원칙과 경로의 원칙에 의해 그 사람의 성공 방식이 나에게 적용될 수는 없겠지만 말이다.


나는 초등학생 때부터 학생회장을 하면서 평균에 근거한 우등생의 반열에 들기를 오랜 시간 강요받으며 자라왔다. 고등학교 때는 하필이면 제1회 졸업생이다 보니 3년 내내 학생회장을 하게 되었다. 획일화된 틀 안에서 평가를 받으며 나 역시 토드 로즈처럼 그러한 평가가 불편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래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순간 이후로는 개썅마이웨이로 살아가야겠다는 다짐을 가슴에 품고 살아왔다. 이러한 태도에 기름을 부은 책들이 있었으니 바로 <자기 신뢰>와 이번에 읽은 <평균의 종말>이다.


최근에 읽었던 랄프 왈도 에머슨의 <자기 신뢰>라는 책은 <평균의 종말>과 함께 본인이 스스로에게 무한한 믿음과 용기를 북돋아 줄 수 있게 만들어주는 책이다. 스스로에 대한 믿음과 자신감을 회복하고 싶다면 <자기 신뢰>와 <평균의 종말>이라는 환상적인 콜라보레이션을 느껴보길 바란다.


또한 <행운에 속지 마라>에서 우리의 인생이 러시안룰렛과 같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면 그 위험에 대해 대응하고 예방할 수 없듯이, <평균의 종말>이라는 책은 평균이라는 눈가리개를 걷어 치워 버림으로써 그동안 보지 못했던 본인의 가능성을 조명할 수 있게 만들어 준다.


이 책의 효능은 누구나 자신의 잠재력을 믿고 개썅마이웨이 할 수 있게 만들어주며 당신만의 originality를 찾을 수 있게 도와줄 것이다. 자신의 잠재력을 바라봄으로써 메타인지는 올라간다. 10명이 목표를 달성하는 데는 10가지의 길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본인만의 방식으로 도전하고 시도하는 데 있어 두려움을 없애줄 것이다. 그리고 그중에서 하나라도 성공한 작은 성공 경험은 당신의 자기 효능감을 더욱 높여주는 선순환을 만들어 줄 것이다.


리더라면 인재를 선발하고,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설정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학부모라면 아이들이 자신의 재능을 극대화하고 자존감 높게 성장할 수 있도록 촉진해줄 수 있을 것이다. 교육자라면 자신의 교육 방식을 돌아볼 수 있을 것이고, 연인이라면 비슷해 보이는 상황에서 그때는 잘해줬는데 지금은 왜 그렇지 않은지 이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가진 것이 인적 자원밖에 없는 대한민국에서 이 책이 많이 읽히면서 모두가 함께 성장할 수 있기를 바란다.


토드 로즈의 인생만큼이나 인상 깊었던 몇 가지와 책을 읽으며 연상되었던 것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1. 평균은 잘못된 과학이다

평균적 재능, 평균적 지능, 평균적 성격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조종사 4063명의 각 신체 사이즈를 토대로 '평균적 조종사'의 평균값을 구했는데, 4063명 가운데 신체 치수 10개 전 항목에서 평균치에 해당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단 한 명도. 또한 평균적 뇌를 조사하던 밀러가 해당 실험에서 개개인의 뇌의 패턴을 보았을 때는 그 차이가 미묘한 것도 아니고 현저하게 두드러졌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렇다, 우리 모두는 그냥 '존나' 다른 것이다.


2.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멸종한다

산업화 시대에는 방향과 목표가 정해져 있었기 때문에 거기에 빨리 도달하기 위한 속도만 고민하면 됐다. 빨리 습득하는 것은 매우 효과적이었다. 그러나 더 이상 그렇지 않다. 다윈은 진화론을 통해 변화하는 환경에 제때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생물 종은 멸종의 길을 걷는다고 했다. <무엇이 성과를 이끄는가>에서 우리가 발견했던 것처럼, 더 이상 구시대의 방식으로 개개인성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평균에 초점을 맞춘다면 그런 사람과 기업은 역사의 뒤안길로 소리 소문 없이 사라져 갈 것이다.


3. 100만 원짜리 족집게 과외 vs 아버지

사람이 목표를 달성하는 방식은 모두 다를 수 있다. 그렇게 돈을 내고 족집게 과외를 받았는데 왜 나한테는 효과가 없을까. 내가 돌머리일까. 우리는 모두 들쭉날쭉 다른 능력을 가지고 있다. 또한 타인의 성공은 타인의 맥락에서 이루어진 것이지 당신의 맥락에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우리는 맥락적으로 사고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기하학에 강점이 있는 것을 알고 있던 아빠에게 코치를 받아 최우수 성적을 받은 그녀와 달리 거액의 족집게 과외에서 돈과 시간만 낭비하게 될 것이다.


4. 일관성의 함정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말은 반만 맞는 말이다. 일관성은 특정한 맥락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사람은 24/7 일관적인 것이 아니라 상황과 맥락에 따른 일관성을 보인다. 예를 들어 '활발한' 일관성을 띄는 사람이 있는 것이 아니라 체육 수업을 할 때는 활발한 학생이지만 수학 수업을 할 때는 조용한 학생이 있을 수 있는 것이다. 두 모습 모두 그 학생의 모습이다. 연초에 보너스가 들어오고 업무가 여유로울 때는 세상 스윗한 당신의 오빠가, 월말 마감이 되거나 상사에게 하루 종일 털리고 돌아온 날에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사람이 변하고 사랑이 변했다고? 당연히 그럴 수 있다. 그러나 한 번쯤 생각해보자. 맥락적 사고 없이 늘 일관성을 바라는 당신에게 지친 것은 혹 아닐지.


5. 개썅마이웨이

무소의 뿔처럼 당신이 생각하는 길을 묵묵히 나아가라. 인생에 정답은 없고 타인의 성공을 따라 한다고 해서 당신 역시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들쭉날쭉의 법칙, 맥락의 법칙, 경로의 법칙에 따라 당신이 가진 것, 잠재력, 당신이 목표를 달성하는 방법은 당신만의 색깔을 가진다. 당신에게 가장 잘 맞는 경로는 당신 자신의 개개인성에 따라 결정되며 10명이 목표를 달성할 때는 10개의 길이 있다. 나에게 유용한 길을 알아낼 수 있는 사람은 나 자신뿐이다. 그런 길을 알아내기 위해 나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야 한다. 그러니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기 위해서, 당신에게 맞는 길을 찾기 위해서 우리는 여기저기 기웃거릴 수밖에 없다. 당신의 길을 찾을 때까지. 개썅 마이웨이라는 자신감을 갖고 실험하는 인생을 살아야 하는 것이다.


아래는 책을 읽으며 떠올랐던 생각들의 조각이다.




1. Korea's Got Talent

소위 코갓탤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처럼, 다양한 맥락과 상황에서 개인의 역량을 평가할 수 있는 재능 발현의 기회가 늘어나는 것은 개개인성에 초점을 맞출 수 있는 좋은 신호가 아닐까.


2. 신봉자에서 비난자로

<자기 신뢰>에는 오해를 받는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어제와 오늘의 내가 다르고, 어제와 오늘의 상황이 다른데 겉으로 대중들이 보기에는 말을 바꾸는 사람처럼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피타고라스는 사람들로부터 오해를 받았다. 소크라테스도, 예수도, 루터도, 코페르니쿠스도, 갈릴레오도, 뉴턴도 마찬가지다. 골턴은 처음에 케틀레를 신봉하다 나중에는 비난자가 되었다. 오늘의 나는 이 책을 극찬할 수 있지만 1년 후의 나는 이 책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릴지 모르는 것이다. 골턴이 평균을 기반으로 하여 계층화를 하면서 개개인의 특수성을 평가절하한 부분이 있지만 그의 개썅마이웨이는 배울 점이다.


3. 제니퍼소프트와 코드 푸

본문에 나온 코드 푸는 이력서 배제 채용을 하며 6주 동안 유급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소위 말해서 스펙을 보지 않는 채용이었고, 열정 소개서를 받으면서 4가지 질문에 답을 하며 코딩 능력을 검증했다. 실력 위주의 블라인드 채용은 성공적이었다. 기존에는 한 두 명을 채용할 예정이었으나 8명을 채용했다. 이와 유사한 사례로 국내의 '숨겨진 신의 직장'이라 불리는 제니퍼 소프트가 있다. 제니퍼 소프트는 12년째 블라인드 채용을 하고 있으며 모집 공고 시 업무 영역을 분명하게 밝힌다. 서류는 '오로지 자신의 삶과 의식을 담은 두 가지 논술 과제'의 제출이다. 이후 치러지는 직무 관련 필기시험은 무려 6시간이 걸리고 면접도 최장 7시간이 소요된다고 한다. 스펙을 보지 않고 실력을 보는 길이다. 채용할 때 스펙 좀 그만 봤으면 좋겠다고? 그리 반가운 일만은 아닐 것이다. 실력과 스펙이 모두 없는 사람들에게는.


4. 그 여자가 길을 가다가도 욕먹는 이유

배우 오윤아가 한끼줍쇼에서 밝힌 이야기다. 악역을 연기하면서 여러 해프닝이 있었는데, 그중에 한 시청자는 '방송국에 널 찾아가서 널 죽여버리겠다!'라는 댓글을 달았다고 한다. 배우들은 극 중 역할에 몰입을 해야 하고 그 맥락에 맞는 연기를 한다. 연기가 끝난 후 그 당시의 가면을 내려놓고 본인의 삶으로 돌아와야 하는데 그것은 본인에게도 쉽지가 않기도 하다. 시청자 입장에서도 과하게 몰입을 하다 보면 이 사람이 이러한 맥락에서 연기를 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배우 자체와 극 중의 역할을 분리해서 생각하기 어려울 수 있다. 맥락적 사고는 여러모로 사회를 이롭게 한다.


5. 더 많은 교육적 선택 : MOOC

평균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개개인에 맞추기 위해서는 더 많은 교육적 선택이 필요하다. 영어만 잘한다면 구글에 MOOC을 쳐 보자. 당신은 MIT, 버클리, 하버드 등 세계 최고의 교육 수준을 갖고 있는 대학의 수업을 심지어 무료로 들을 수도 있다.




평균은 우리가 복잡하게 개개인에게 맞출 필요도 없게 만들어준다. 단순하게 생각할 수 있는 쉬운 길이다. 하지만 인생이 어디 그렇게 단순하던가?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지 않은가. 쉬운 길이 아닌 어려운 길을 가자. 어렵더라도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을 가자. <평균의 종말>을 통해 단 하나뿐인 당신의 인생에서 개썅마이웨이로 박차를 가하기 바란다.





< 생 각 거 리 >


Q. 각 나라의 산업화 정도에 따라 개인화의 중요성은 어떻게 달라질 수 있을까?


Q. 현재 대학교의 GPA(학점)은 어떤 지표로 활용될 수 있는가?


Q. 심리검사가 유의미하게 활용될 수 있는 경우는 어떤 경우인가?


Q. 들쭉날쭉 법칙을 생각하며 나의 장단점은 무엇인지 친구와 나눠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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