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것에 대해 아주 오래 생각해’라는 말처럼 나는 진득한 여행을 좋아한다. 그래서 여러 나라에 쉼 없이 발도장을 찍기보다 한 곳에 현지인처럼 머무는 것을 좋아한다. 카메라로 남기는 인증샷보단 눈에 담기는 낭만이 좋다.
이탈리아 여행을 갔을 때도 그랬다. 어느 나라를 가든 수도는 별 기대 하지 않는데 로마는 아니었다.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바티칸까지 볼거리가 많아도 너무 많았고 그곳의 한인 민박도 너무 정겨웠다. 결국 계획보다 두 배나 긴 시간을 로마에서 보냈다.
친구 4명과 한 달간 떠났던 동남아에서도 그랬다. 혼자 가면 편하지만 외롭고, 같이 가면 즐겁지만 때론 불편하다. 그래서 일정 조율이 중요한데 마음에 드는 도시를 만나면 늘 친구들에게 ‘하루만 더 있자'며 졸랐다.
이젠 퇴사도 했으니 마음에 드는 곳에서 발걸음을 멈출 여유를 갖고 싶었다. 관광이 아닌 살아보는 경험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가장 더운 7월에 한국을 떠나 더위가 한 풀 꺾이는 9월에 돌아가기로 했다. 그 사이 언제든 멈춰도 괜찮도록.
여행을 하다 보면 누구나 공감하는 것이 있다. 기간에 상관 없이 여행이 인생의 축소판 같다는 것. 여행이 인생 그 자체이고 인생 그 자체가 여행이라는 것.
인생은 우연의 연속이다. 여행도 그렇다. 인천공항을 갈 때부터 집으로 돌아올 때까지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누가 알았겠는가 빨래방에 빨래 맡기러 갔는데 진도 7의 지진이 나서 옆 건물이 무너져 내릴지.
그래서 인생은 재미있는지도 모른다. 계획대로만 되지 않는 하루는 나를 알 수 없는 방향으로 이끌고 간다. 미운 우연도 있겠지만 고마운 우연도 있다. 그게 여행이고, 인생인지도.
그렇게 발리에서 나는 사채업자와 친구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