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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llo Earth Mar 07. 2022

교양으로 읽는 용선생 세계사

5회독을 목표로, 1회독하다...

드디어 1회독을 끝냈다.

공무원 시험 준비한다고 회독 수 체크한 것 이후로 1회독을 이리 기뻐한 적은 처음인 듯 하다.

15권, 모처럼 긴 호흡의 세계사 책을 읽었다. "교양으로 읽는 용선생 세계사"


시작은 모 초등 교육 관련 책을 읽고였던 것 같다.

5학년 2학기 사회는 국사로 시작해서 국사로 끝난다며 역사 책을 읽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던 책이었던 듯 하다. 어린 시절에 역사에 유독 진심이었던 나와 달리 큰 아이는 역사에 관심이 없었다. 학습만화로 세계사나 한국사를 조금 이해하는 것 같긴 했지만 관심은 곤충 뿐인 아이인지라 역사책은 시도조차 할 수 없었고, 자연스럽게 책을 고를 때도 역사코너는 그냥 지나치곤 했더랬다. 물론 여태까지는 창작동화만 많이 읽어도 그저 책을 들고 있는 아이 모습이 신기해 대견스럽게만 여겼지 역사책이네 뭐네 하며 따질 여력은 없었다.


그런데 초심을 잃은 것인지, 이제는 때가 된 것인지..

아이에게 한국사 책을 들이밀고 싶었지만 호흡이 워낙 긴 책이다보니 내가 먼저 읽게 된 것.

(달팽이 책 육아의 저자인 김윤희님은 아이에게 읽히고 싶은 책은 엄마가 먼저 읽으라 했다.)

한국사 책과 세계사 책을 둘 다 빌렸는데, 어느 순간 한국사 책보다 세계사 책을 더 오래보게 되었고 결국 약 3주가 지난 오늘 드디어 세계사 책 1회독을 끝낸 것이었다.

(휴일은 제외하고 평일에는 하루 1권씩 읽었던 듯하다. 책 읽느라 아이들과 잘 놀아주지 못해서, 혼자 외롭게 놀았을 둘째 아이에게 미안하다. 큰 애는 나처럼 책을 재미나게 읽고 있었으니 패쓰.)

세계사 책을 읽으면서 여러번 놀랐는데, 첫째는 예전에 시험으로만 보던 용어들이 너무도 생생하게 다른느낌으로 다가왔다는 것, 둘째는 예전에도 세계사를 좋아하기는 했지만 이렇게 다각도로 분석하며 읽지는 않았더랬는데 지금 세계사책을 읽다 보니 나만의 각도에서 세계사를 다시 분석할 수 있는 눈이 생겼다는 것이다.


사실 우리네 세대는 4지선다 시험세대라 공무원 시험 때 국사를 달달 외우다시피 했어도 결국은 시험공부였어서 연대와 함께 용어 암기에 그쳤더랬다. 시험준비가 워낙 급박하게 돌아갔던지라 재미를 느낄 새도 없이 연도별로 꼼꼼히 노트정리를 하면서 무조건 암기했던 기억이 난다. 물론 시험이 끝나고 10여년이 훌쩍 지난 지금 이미 내 머릿속 지우개처럼 깔끔하게 지워졌던 역사적 사실이 그때와는 다른 각도로 내 머릿속에서 재구성되고 있었다. 여전히 고대 역사는 아직 다 맞춰지지 않은 퍼즐 같은데, 비교적 최근인 유럽 열강의 식민지 개척과 세계대전 부분을 읽으면서는 나름 배경지식이 조금은 있었던지 우리가 그토록 부러워하던 백인 나라 사람들(영국, 프랑스, 독일, 미국 등등...)의 무서우리만큼 살벌한 비인간성에 분노하며 읽었던 기억이 난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다보니 이 책에는 화보나, 그림, 지도 등이 더 풍부하게 실려 있었는데, 처음보는 노예무역선 속의 노예 사진을 보면서 하루종일 속이 메스꺼워 화장실을 들락날락하기도 했더랬다. 내가 그 시절에 그 곳에서 살고 있었더라면 나도 저기에 누워있는 노예라는 "물건"이 되어 고통스럽게 죽어갔을까 싶기도 하고, 비키니 섬의 핵실험이나, 전쟁으로 인한 피해 사진 등을 보면서 몇몇 나쁜사람들의 욕심으로 죽어갔을 선량하고 평범했을 많은 사람들의 고통도 떠올랐다. 그 사람들도 우리네처럼 평범한 삶을 살아가려 노력했을 터인데 한 순간에 역사라는 이름 속에 제 생을 다 하지 못한 채 이름없이 사라져야 하다니. 역사 속에 개인은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싶은 좌절도 느꼈다. 물론 평범한 개인으로서의 삶을 포기하고 역사의 거대한 파도 앞에 온 몸을 내던져 자신의 권리를 지켜내는 약자들의 저항 이야기를 읽으면서 그 행동의 위대함에 경의를 표하기도 했더랬다.


돈에, 황금에 눈이 멀어 원주민을 마구 죽인 유럽 탐험가, 세계 최초로 지구를 한 바퀴 돌았다는 탐험가 이야기...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역사속 인물들은 역사에 신대륙 발견, 남아메리카 정복 등으로 "영광스러운" 이름을 알리면서도 원주민을 잔혹하게 살해한 끝에 얻은 피의 이름이었다는 사실은 절묘하게 가려놓았더랬다.

유럽 중심의 역사였기에 메카토르 도법의 세계지도는 유럽이 가운데에 놓여있었고, 우리는 알게 모르게 그런 세계지도에 익숙해져있기에 유럽 중심 사상에 세뇌되어왔던 것.

 용선생 세계사는 그러한 유럽, 미국 중심으로 기술되는 역사마저도 꼬집으며 어린이 책이라는 이름이 무색하리만큼 다양한 관점에서 세계 역사를 기술하려고 노력한 것 같았다.(그래서 초등생이 이해하기에는 조금 어렵지 싶기도 하다)

 

아프리카, 중동아시아 역사를 보면서 과거의 잘못이 현재까지 오랜기간 영향을 줄 수 있으니 늘 후손들에게 나쁜 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조심하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한때 세계경제를 뒤흔들며 떠들썩했던 서브프라임 사태 부분을 읽으면서는 서브프라임이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하고 그 영향에서도 슬쩍 벗어나있던 나였기에(그러고 보니 나도 참 비교적 안정적인 집에서 성장했던 듯 하다. 부자는 아니었지만....)은행이 왜 망하는지 이해를 못했더랬는데 조금은 이해가 가기도 했다. (사실 경제용어는 여전히 내가 이해하기엔 너무도 어려운 넘사벽이다. 흑)


최근 독일 메르켈 총리가 16년의 임기를 마치고 자발적으로 사임을 했더랬는데, 2018년, 최근에 저술된 까닭에 독일 메르켈 총리의 난민 정책 등도 역사로 기술되어 있었다. 동독 대변인의 작은(?) 말실수로 통일을 하게된 독일 이야기도 인상적이었거니와, 동독으로 자발적으로 이주한 메르켈 아버지 이야기부터, 동독 출신 여성 총리로서 각종 이슈가 있을 때마다 과감한 결단을 통해 독일을 강국으로 이끌어낸 메르켈의 정책들도 인상적이었다. 한국사를 배울 땐 현대사는 늘 대충 몇 장으로 서술되다 끝나곤 했던 것과 너무 대조적이게도 용선생 세계사 속의 현대사에서는 일본의 A급 전범가문 출신의 아베총리 이야기, 문대통령 UN 연설 등 비교적 최근 역사도 기술되어있어 놀랍기도 했다.


역사는 계속 흐른다.

지금 이 순간에도 코로나라는 전염병 역사와 그로 인한 세계의 큰 변화가 역사로 기록되고 있고, 우리 개개인은 코로나라는 커다란 역사의 파도 속에 출렁거리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서 역설적이게도 우리나라는 K-방역, K-pop 등을 세계에 널리 알리며 선진국으로 우뚝 솟은 쾌거를 달성했다.  그러한 쾌거 속에서 우리 개개인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고민해봐야 할 시점인 듯하다.

부와 명예를 향한 인류의 욕심은 끝도 없나보다. 몇 천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부와 명예를 좇는 일부 사람들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보면 역사는 진보한다는 말은 수정되어야 할 것 같다. 반면교사, 타산지석으로 삼아 사람이 더욱 행복하게 사는 지구로 만들려고 역사를 공부해야 하는 게 아닐까. 제1~2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그 무서움을 처절하게 경험했던 이들이 거의 죽고 전후세대로 채워지고 있는 지금 시대에서 다시금 전쟁이라는 무시무시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려면 역사를 통한 교훈 습득이 너무도 절실하다는 생각이다. 전쟁의 기억이 흐려진 까닭에 전쟁을 해도 좋다는 젊은이들이 늘어난다면 이로 인해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게 될 것인가.

역사교육은 과거의 과오를 반복하지 않도록 아이들 세대에게 세상을 보는 바른 눈이 생길 수 있도록 다양한 각도에서 이루어져야되지 않을까 한다. 해방된 지 7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식민지 잔재처럼 남아있는 암기식교육이 아니라, 세계사와 한국사의 흐름을 이해하면서 그 속에서 역사적 교훈을 찾고, 조사와 토론, 깊이 있는 독서 등을 통해 세상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인정할 수 있는 역사교육으로 변해야되지 않을까.


내 어설픈 실력으로 아이에게 세계사 이야기를 들려주었을 때 큰 아이가 눈을 반짝거리며 재미나게 들었던 기억이 난다. 언젠가는 아이와 아이 아빠와 세계사의 다양한 이야기를 밥상머리에서 나누며 토론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고대하며, 그 날이 어서 올 수 있도록 이 책을 적어도 5회독-공무원 시험 준비때도 챙겨보지 못한 회독- 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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