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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llo Earth Jul 13. 2022

초딩의 역사동화 이야기

맛깔나면서도 학습에 도움주는 역사동화를 소개합니다.

나와 큰 아이는 문자중독이다.

농촌으로 1년짜리 유학을 하면서도 손에서 놓지 않고 있는 것은 당연코 책.

작년엔 아이의 코로나블루 치유를 위해 독서를 시작했다면, 올해는 그저 재미있어서, 깊이감 있는 지식을 얻고 싶어서, 마음의 양식을 쌓으려고 읽고 있다.


내 취향은 작년과 대동소이해서 여전히 어린이책 위주로 읽고는 있지만, 대한민국 역사여행 버킷리스트라든지, 동네에서 자연을 즐기는 9가지 방법 등 흥미돋는 어른이책도 도서관에서 빌려보곤 깔깔대며 읽다가 결국 구입해서는 지금도 곧잘 읽곤 한다.


성격이 내향적이라 이 곳 엄마들과 어울리기보다 나만의 스케줄에 따라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길 좋아하다보니, 요즘처럼 마을 엄마들과의 갈등으로 마음이 편치않을수록  엄마들과는 더더욱 거리를 두고 책과는 더 가까워지게 되었다.


요즘은 주로 역사동화책을 읽곤 한다. 동화라고 얕보면 큰 코 다친다. 요즘 동화는 어찌나 맛깔나게 잘 나오는지. 역사적 사실에 기반하면서도 생동감있게 그 시대 상황을 아이 시점에서 기술하니 아이들로서는 자신과 비슷한 연령대의 아이가 겪는 이야기만으로도 흥미돋고, 한국사책으로 역사적 사실을 알고 있는 아이들이라면 그 시대의 역사적 사실을 더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으니 외우지 않고도 시대상을 알 수 있고, 요즘처럼 흉흉한 나라 상황이면 옛날 역사적 사실을 비교하며 역사는 돌고돈다는 사실과 역사적 교훈을 얻어 지금 어찌 대처해야하는지까지 알 수 있게 해준다. 그런 까닭에 그 옛날 역사를 암기식이 아니라 지금과 같은 동화책으로 공부했으면 나의 모습이 어땠을까. 늘 생각하곤 한다


공수경 작가는 옛 이야기를 비틀어 아주 재미난 혹부리영감 재판이야기를 만들어내서는 우리로 하여금 그 재치에 깜짝깜짝 놀라게 한다. '혹부리 영감이 도깨비를 고소했대'는 우리가 '혹부리영감'으로 잘 알고 있는 옛 이야기를 살짝 비틀어 창작으로 만들어버린 대단한 창의력의 동화책이다. 공지영 작가의 언니 공수경 작가의 작품인데 워낙 화려한 동생 공지영 작가 만큼의 인기는 아니겠으나 적어도 아이들 동화 세계에서만은 번뜩이는 재치로 아이들을 사로잡는 대담하고도 기발한 상상력과 화려한 필력을 가진 작가다.


 수표교 세책점을 읽으면 조선 후기의 책 대여점과 필사를 통한 이야기책의 전파 현상을 이해할 수 있다. 세책점을 소재로 한 책들이 찾다 보니 꽤 많이 나와있었는데, 스테디셀러이며 권장도서이기도 한 '책과 노니는 집', '책 읽어주는 노비 책비' '책 깎는 소년' '기이한 책 장수 조신선' '거리의 이야기꾼 전기수'등이 있다.

역사 직업군에 대해 알려주면서 흥미를 일깨우는 동화책으로는 호랑이 잡는 착호갑사 이야기인 '강 건너는 아이', 고려시대 청자를 만들었던 장인들의 모습과 벽란도의 숨겨진 모습을 알 수 있는 '벽란도의 비밀청자', 우리나라 고려의 대표 청자인 고려청자의 비색을 만들어내기 위한 도공의 노력을 담은 비슷한 내용의 책으로는 미국 작가가 써서 더 화제가 된 '사금파리 한 조각'도 있다. 백정들이 해방되고 형평사 운동을 일으키며, 일본으로 살코기를 넘겨주고 남은 잡고기를 끓여 팔면서 우리나라 서민음식으로 정착하게 된 설렁탕의 유래와 배달문화를 알 수 있게 해주는 '1930, 경성설렁탕', 천대받는 중인 출신이지만 조선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외교력으로 나라를 지킨 외교관인 역관이라는 직업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나는 조선의 역관이다.' 직업 이야기는 아니지만 박지원이 열하일기를 쓰게 된 과정을 아이의 시선에서 기록한 책'조선의 나그네소년 장복이',조선시대 천문학자들에 대한 기록인 '천상분야열차지도', '소년, 조선의 하늘을 보다.'도 있다.


시대상을 읽을 수 있는 역사동화로는 고구려 광개토대왕 초기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고구려 아이 가람뫼', 왜란 시기 피난을 가면서도 꾸준히 쓴 일기인 쇄미록을 기반으로 한 '열두살의 임진왜란', 두 차례의 호란을 겪는 혼란기 조선을 그린 '조선 소년 무걸, 무기를 만들다.'도 있다. 조선 전기 세종 시대 백성을 위하는 임금이지만 어쩔 수 없는 나랏일에 백성을 동원하게 되고 오랑캐 침입에 온 가족이 흩어지게 되어버린 물미라는 아이를 주인공으로 한 '성을 쌓는 아이', 동학농민운동 시기 보부상이자 운동에 참여하고 있던 소시민인 아버지가 객사해버리고 아버지의 임무를 대신하기 위해 전쟁의 회오리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서찰 전하는 아이' 조선 후기 혼란스러운 나라 안에서 금채 등으로 더욱 더 일상이 피폐화되는 백성들의 삶을 그린 '조선특별수사대', 일제가 우리나라를 병합하려던 즈음, 의병 활동 중에 죽은 아비의 뒤를 이어 의병이 되고자 했던 아이의 "암흑" 에서 깨어나기까지의 노력을 그린 '나의 운명은',  625 전쟁을 바탕으로 쓴 데다 문재인 대통령의 미국 순방 때 미국 대통령의 참전용사 훈장 수여식에 "초청 당사자"가 아닌 "참석자"로서 일부러 시간을 내어 방문하고, 또 참전용사 옆에서 무릎을 꿇고 사진까지 찍어서 화제가 되었던 그 장진호 전투를 배경으로 해서 읽게 된(수식어가 길지만 나로서는 그냥 '우리 민족끼리 치열하게 싸웠다'로만 알고 있던 625 전쟁의 부분 부분의 모습을 알게 해준 일대 사건이었다.)  '장진호에서 온 아이' 등등...


게다가 등장하리라 생각도 못한 청동기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고래 233마리', 삼국시대 신라의 대표적 신분제도인 골품제도를 이해할 수 있게 하는 '육두품 아이 성무의 꿈', 백제가 일본에게 하사했다는 전설의 검 이야기인 '칠지도'까지...


청동기시대부터 625 전쟁까지... 우리나라 역사의 흐름 면면을 흐르던 일반 백성들의 고난했던 삶 속을 들여다보면서도 읽은 책의 이야기만을 엮어도 역사책 한 권을 기술할 수 있을만큼 읽은 역사동화의 권 수가 쌓이다보니 그 옛날 '이순신-난중일기' 등등 암기식으로만 배웠던 우리네 수능 문제 푸는 것보다 훨씬 흥미진진하게 역사에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참 이럴 땐 언어 표현의 한계가 느껴진다. )

나라의 크나큰 사건 자체보다, 그 사건으로 인한 백성들의 삶의 변화에 주목하게 되었고, 정치가 백성들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던 시간들.


큰 아이와 역사동화에서 본 역사적 사실로 대화를 하다보면 역사과목이 단순히 암기해야 할 내용으로 가득찬 재미없는 학문이 아니라 아이들에겐 때론 분노의 때론 흥미진진한 역사이야기가 될 수 있음을 깨닫곤 한다.

학교에서도, 이런 역사 동화를 한 학기 온책읽기 교재로 활용해서 역사, 정치, 경제, 사회, 수학, 과학, 국어과목 전반에 활용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교과서로는 딱딱하지만, 국어시간을 통해 동화책을 재미있게 읽기도 하고, 사회 시간엔 동화책 내의 역사적 배경을 통해 역사와 정치 경제면에 대해 깊이 있게 연구해보기도 하고, 수학의 발전 과정과 그 시대에는 수학을 활용해서 어떤 제도가 이루어졌는지를 알아보고(대동법, 호패법 등등), 우리나라 고유의 역법이 없었던 시절 중국의 역법을 사용함으로 인해 어떤 과학적 문제가 발생했고(일식, 월식이나 기우제 같은...) 우리나라 고유의 과학 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해 어떤 노력들이 이루어졌는가 등등...


책 한 권 만으로도 문제해결방법 등 고민해볼 거리가 풍성하고, 깊이 읽는 독서 기술도 습득할 수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괜찮은 교육방법은 아닐까. (딱딱한 교과서가 아닌 일반 도서를 가지고 전 과목을 아우를 수 있는 교육방법에 심취해서 하는 발언임을 감안해주시기 바란다.)


곧 있으면 5학년 2학기.

한국사의 시기가 다가온다.

작년 이맘때쯤이었으면 절대절대 싫어했을 시간이지만 아이는 누구보다 그 시간을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있다.


설**쌤  스타강사라는 작가의 화려한 이력으로  무장된 역사적 사실 암기 위주의 교과서적인 책이 아니라 역사적사실, 그 의미 뿐만 아니라 그 안에서 평범했던 백성들이 어떤 삶을 살아가야 했는지까지 이해할 수 있는 역사동화읽기.


 이제 조금 더 높은 수준의 책 읽기를 통해 우리네 현재의 삶과 비교 분석하며 과거의 역사 이해를 바탕으로 현재 어떤 삶을 살아가야할지를 생각해 보는 시간도 가져볼까 한다.


★★ 참고로 아이든 부모든 두툼한 책을 읽을 수 있다면 최태성 쌤의 '역사의 쓸모'를 강력 추천합니다. 역사를 배우는 자, 일단 왜! 배워야 하는지 알아야겠죠.

역사의 쓸모는 왜! 쓰잘데기 없어 보이는 과거의 모습을 배워야 하는지에 대해 아주 설득력있게 기술해놓았습니다.

이 책을 읽고 최태성 쌤의 역사관, 무엇보다 그 분의 인생관에 깊이 감동받았죠. 물론 역사관은 다를 수 있으니 읽으며 생각해보시구요. 나와 상관없을 줄 알았던 역사를 읽으며 내 인생을 돌아볼 수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역사의 쓸모를 읽어야 할 이유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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