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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llo Earth Sep 29. 2022

5~10세 육아는 책읽기가 전부다

모처럼 육아서를 깔깔거리며 재미나게 읽었습니다.

초5, 6살 두 남자 아이를 키우면서 작년 한 해 큰 아이를 대상으로 책읽기 육아를 진행했습니다.


처음에는 무지무지 힘들었는데, 어느 순간 아이가 거실에 있는 책 한 권을 꺼내들면서 책과의 질긴 인연을 시작하게 되었죠. 지금은 자기만의 독서세계를 만들어나가고 있는 중이랍니다.


여전히 읽는 책은 편식(?) 중이기는 하지만 2년 전에 비하면 너무도 훌륭한 아이의 모습을 보며 그래도 책 육아가 최고라는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지금의 책 읽는 모습을 보기 위해서 노력했던 과정은 험난하기 그지없었습니다. 중간중간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도 많았으니까요. 대개는 딸인 엄마가 남자 아들을 이해하지 못해 발생하는 일들이었던 것 같네요.


이 책의 작가도 딸인 엄마가 아들을 키우며 겪을 수 있는 다양한 고충들을 꺼내서 시원하게 긁어줍니다. 심지어 무의식중에 이해하지 못했던 것들까지도 공식화해서 '이래서 이랬구나.'라고 이해할 수 있게 해주지요.


이 책의 초반 부분은 독서에 관한 이야기라기 보다 아들가진 부모들이 겪게 되는 필수 고난이도 육아 고충과 당황스러운 순간들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입니다. 여자엄마가 어렸을 때 그랬듯 얌전히 앉아서 소꿉놀이를 즐기는 게 아니라, 친구들과 목숨 건 듯 달리기 시합을 하거나 몸을 밀치며 레슬링을 하는 등 위험하게 노는 것 같은 남아들의 모습 말이죠. 남아들의 필수코스인 베이블레이드 팽이에 관한 에피소드도 재미납니다. 쇼핑몰 장난감 코너에 배틀판을 설치하자 아이들이 길게 줄을 서서 승자를 가리는데 대부분이 남자아이라는 이야기, 장난처럼 몸을 밀치며 놀다가 '어쭈, 좀 세게 차는데?' 싶은 순간 놀이가 싸움이 된다는 에피소드는 남자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라면 한 번씩은 다 겪어봤을 겁니다. 저 또한 어린이집 모임 때면 여자아이 엄마들은 아이들을 풀어놓고 우아하게 차를 마시며 수다를 떨곤 했지만, 저를 포함한 남자아이 엄마들은 수다를 떨면서도 불안한 표정으로 아이들 놀이를 감시하듯 바라보곤 했었죠. 여자 엄마들이 남자 아들들을 이해하기엔 너무도 먼 세상에서 온 것만 같습니다.

 



이 책에서는 아들들의 이런 공격적이면서도 몸으로 노는 습관들, 경쟁 구도들을 아들의 습성으로 집어주면서, 이런 아들들을 잔소리같은 엄마들의 통제 그물 속으로 몰아넣기보다 아들들의 습성을 그대로 이해하면서 아들들을 차분하게 가라앉힐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책읽기가 있음을 알려줍니다.


저 또한, 큰 아이를 겪어내며(물론 비교적 얌전한 기질의 남자아이였지만...) 책읽기만큼 남자아이들을 앉혀두기 좋은 도구는 없다고 생각해왔습니다. 코로나 시기를 겪으며 다소 폭력적인 경향마저 생겨서 걱정했지만, 다행히 1년 이상 책읽기 육아를 진행하며 보통 아이로 되돌아 올 수 있었으니까요.


이 책에서는 아들을 위한 책 육아 기본 8원칙에 대해서도 소개하고 있습니다.


직접 이 방법을 경험해 본 바로 이 원칙이 정말정말 잘 통하고 있어서 적극 추천하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책꽃이에 책을 아주 예쁘게 꽂아놓기보다, 아이가 읽으면 좋을 법한 책들을 표지가 잘 드러나보이는 곳곳에 배치해두기.


무조건 재미있는 책을 읽기.


아이가 좋아하는 주제의 책 위주로 확장하기


아이가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충분한 여유시간을 주기


와 같은 책 읽기 세팅부터


책 공기가 가득한 열린 공간에서 읽기 등등...

다양한 원칙을 소개하고 있지만 뭐니뭐니해도 저는 '책 공기가 가득한 열린공간에서 읽기'에 대해 특히나 공감했습니다.. 작가가'예로 든 '거실 공부의 마법'이라는 책을 이미 읽고 실천중이었기 때문인데, 거실 공부의 마법에서 예로 든 것 처럼 거실에 식탁을 놓고(저희 집은 원래부터 티비는 없어서 없앨 필요도 없었습니다.) 책을 표지가 보이게 거실 위에 쏟아부어두면 아이들이 마음껏 골라 읽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물론 도감과 사전, 지도 등도 늘 상비해두었구요.

다행히, 큰 아이는 엄마가 의도적으로 아이가 읽었으면 하는 책을 심오하게 배치해둔 걸 눈치채지 못하고 책의 세계로 빠져들었고, 제 생각에 이 방법만으로도 책 싫어하는 아이들을 책의 세계로 충분히 인도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작가도 말하지만 핸드폰을 보는 부모 아래서 책을 읽는 아이는 드물듯 당연히 부모가 옆에서 책을 읽는다는 전제조건도 당연히 붙어야겠죠.


거기서 거기일 것 같은 독서 육아서를 깔깔거리며 재미나게 읽으며 공감할 수 있었던 건 작가분이 남자아이들의 특성을 너무도 재미나게 이야기해주어서였던 것 같습니다. 산만하고 집중력이 짧은 남자아이들의 특성을 읽다보면 웃프면서도 참 공감이 가더라구요. 우리집만 이런 건 아니구나 싶은 안도의 한숨은 덤이구요. (경쟁시대지만, 하향 평준화된 아들이라도 그저 남들과 비슷하다는 것만으로도 자그만 위안을 받는 게 아들 엄마 아닐까요? 나만 아들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라는 아들 엄마들 특유의 공감대도 형성되고요.)


책 중 후반에 이르면 나이대별로 독서 점프기를 준비하는 방법과, 아이들이 재미있어 할 만한 그림책, 동화책들도 소개하고 있습니다. 3학년 때까지는 만화책과 그림책만 보던 큰 아이가 2년 후인 지금, 지식책(만화책 제외) 위주로 선회해서 전문 서적까지는 아니지만 제법 호흡이 길고 초등학생이 보기엔 다소 전문적인 용어들도 등장하는 책들 위주로 보기까지 저도 아이가 몇 차례 독서 점프기를 거치는 걸 직접 경험했습니다.


그러고보니, 저자의 책을 읽기 전부터 저는 다행스럽게도 저자가 말하고 싶은 방법대로 책육아를 해오고 있었던 거였더라구요. 도서관에 갈 때마다 아이가 최근에 집중적으로 보는 책 종유를 유심히 봐두었다가 빌려오곤 했거든요. 처음 저학년 동화책을 볼 때는 글밥 적은 웃긴 동화(책에서 떨어진 고양이, 똥으로 책을 쓴 돼지 등등)을 빌려오곤 했었고, 한 두권 슬쩍 섞어놓은 생활동화를 집어들며 재미있게 읽었을 때는 또 비슷한 생활동화를 질리도록 빌려서 정교하게 아이의 손이 닿을 만한 곳곳에 배치해두곤 했었으니까요. 그러다 또 한 두권씩 섞어둔 전래동화책을 집어들었을 때는 전래동화를, 용선생 한국사 책을, 용선생 과학교실을... 그렇게 몇 단계를 건너 뛰어 지금은 곤충과, 새, 동물에 관련한 어른용 책들까지 접할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그러고보니, 신기하게도 저와 아이의 독서 궤적이 작가가 이 책에서 알려준 확장 궤적과 일치하는 것 같네요. 물론 판타지 근처에도 안가려는 건 빼고요. 많은 아이들이 해리포터를 비롯한 판타지에 열광하는 것 같은데 적어도 우리 아이는 한번도 판타지 시리즈에 열광한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눈에 안 보이는 건 재미없다는 게 이유라면서 말이죠. 그래도 작가의 말에 공감하는 건, 일단 시리즈물을 보기 시작하면 확실히 아이들이 글밥 많은 책을 대할 때 거부감이 덜해집니다. 물론 저희 아이는 판타지가 아니라 푸른사자 와니니 같은 동물동화 시리즈에 열광했다는 것만 다를 뿐, 저희 아이도 확실히 시리즈물을 읽고 나서는 두꺼운 책들을 읽는 횟수가 늘어났습니다.)



"아들과 바닥까지 싸워봤자 소용없습니다."


작가의 키워드처럼 저 또한 아들과 바닥까지 싸워본 바로서, 내 배에서 나왔지만 잘 모르겠는 아들 편하게 키우기 위해 책 육아를 선택했습니다.


순서는 달라질 수 있지만, 아들이 어떤 부분에 열광하는지를 자세히 살펴보고 그에 관련한 책을 거실에 뿌려만 주어도 반은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부모와 함께 거실에서 책 읽으며 토론하는 분위기만 조성되어도 엄마가 아들을 키우는 게 조금 수월해질 것 같습니다. 이 책에 나오는 모든 방법이 내 아이에게 모두 다 맞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아들 가진 부모라면 분명 고개를 끄덕거리며 심적으로 위안을 받기엔 충분해보여요. 그것만으로도 엄마가 아들을 다룰 때 조금 더 여유롭게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요? 아이와 갈등상황에 있을 때마다 이 책을 꺼내들며 마음을 다 잡을 것 같은 남아 육아 필독서로 감히 추천합니다.(과거에 아들 육아 전문가로 최민준 작가님이 있었다면 감히 박지현 작가님도 최민준 작가님에 비견할 만한 아들 전문가라고 말할 수 있을 듯 합니다.


아들 육아맘님들, 오늘 하루도 책 육아로 평화를 누리시길 기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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