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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llo Earth Sep 19. 2022

중학교에서 완성하는 자기주도 학습법

이지은 저/팜파스

유학 생활이 1학기가 넘어가고 2학기 쯤 되니 복직 시기를 준비하지 않을 수 없다. 두 번째 복직 때의 실수를 하지 않고 싶기도 하고, 이젠 큰 아이의 머리도 제법 커져서 복직 이후를 걱정하고 있지는 않지만, 그래도 워킹맘인지라 아이 스스로 자신의 공부를 설계해나가길 바라며 읽게 된 책.


초5의 아이라 아직 중학교 시기의 교육 방법에 대해서는 깊이 고민해본 바가 없건만 이 책을 읽다보니 초등학교 때 공부를 '잘한다' 소리를 꽤 들었던 아이들도 중 1 달라진 교과목과 교육체계에 놀라 좌절을 겪는 일이 많은 듯 했다. 우리집 큰 아이야 '잘한다' 소리도 못 듣는 아이이니, 중1, 달라진 교육과정에 누구보다 더 당황할 것임이 분명해보였다.


이 책은 학습법 전문가로 일하고 있는 저자의 상담 사례를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공부를 워낙 잘하는 아이인데 더 잘 하고 싶어서 온 아이, 머리는 좋은데 자신에게 맞는 공부방법을 찾지 못해 온 아이, 공부는 하루 종일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성적은 공부 양만큼 오르지 않아 부모의 권유로 찾게 된 아이 등 다양한 유형의 아이들에 대한 상담 경험과 조언이 담겨있다.


내 어릴 적 모습이 투영되어 더 빠져 읽게 된 책.

공부는 하루종일 하는 것 같은데, 성적이 생각보다 오르지 않아 늘 고민이었던 내가 그 때 알았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다. 생각해보면 목표 없이 '성적'에만 올인했기에 올바른 공부방법을 찾지도 못하고 그저 외우기만 했던 나의 모습은 이 책에 나오는 '미경'의 모습과 꽤나 닮아 있었다.

'성적이 좋지 않은 모범생형'

그저 성실하면 될 거라고 믿으며 루틴에 따라 그날그날 복습을 꾸준하게 해오고 있지만, 효율 없이 그냥 무조건 '외우기'만 하다보니 공부 시간은 엄청난데 비해 시험 문제에는 취약할 수 밖에 없었던 비효율적인 학습법. 그런 학습법을 고3때까지 고수하느라 시간은 시간대로 학창시절의 추억은 추억대로 모두 날려버린 느낌이었달까.

독서라도 폭 넓게 했으면 좋으련만, 공부시간에 쫓겨 책은 대하소설 몇 권 정도 읽은 게 다 였던 기억이다.

분명 학교에서는 수업도 안 듣고 자는 것 같아 보였던 라이벌은 시험만 보면 늘 1등이었는데, 수업도 열심히 듣고 쉬는 시간마저 문제집을 풀던 나는 늘 2등에 그쳤던 기억이 난다. 늘 저 친구는 수업시간에 자는데 왜 늘 1등이지? 궁금했는데 그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았다. 나는 공부한다며 비효율적으로 외우기만 하느라 끙끙대며 시간을 다 보낸 반면 그 친구는 미대 입시 준비를 하며 관련 정보를 충분히 수집하고 부족한 시간을 쪼개서 효율적으로 공부 시간을 활용했기 때문이리라.(그 친구는 결국 홍대 미대 입시에 성공했다.)


이 책에 등장하는 많은 아이들 사례 중에서 내 아이는 어느 곳에 해당할까를 찾아보았다.

아이들이란 자라면서 수없이 변하는 존재들이라 이 책 한 사람에게 내 아이 성향을 맞출 수 없을 것이라는 걸 알면서도 굳이 내 아이와 비슷한 유형을 찾는 걸 보면 나도 어쩔 수 없는 학부모인가 보다.


책을 좋아하면서도 학습 쪽으로는 아직 힘겨워하는 우리집 큰 아이.

집안에서 꼴통 소리를 듣는다는 '윤희'랑 닮아 보였다.

그렇다고 큰 아이가 꼴통 소리를 들을 정도로 성적이 바닥은 아니지만, 적어도 학습에 전혀 관심 없고 책과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만 관심을 갖는다는 점이 너무도 닮아있다.

다행스럽게도, 윤희는 폭넓은 독서를 배경지식 삼아 교과 공부에도 성공적으로 적응한 케이스였다. 독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책 사는데 돈을 아끼지 않는 부모님 덕에 읽고 싶은 책은 다 읽으면서 자랐다. 그럼에도 윤희가 학습에는 영 부진할 수 밖에 없었던 건 어머니 표현대로 '자기 하고 싶은 대로만 하려고 고집을 부리는 아이'였기 때문이다.  윤희에게 깊이 공감했다. 자신이 하고 싶은 걸 하는 시간만으로도 하루가 촉박하게 흘러갔을테고, 머릿속은 늘 하고 싶은 작곡과 역사 소설 생각뿐이었을테니까 말이다. 방법을 알려줘도 결국 자기 방식대로 하면서 실패만 거듭하는 우리집 큰 아이와 뭐가 다를까 싶다. 아무리 그 방법대로 하면 안될거라고 말해줘도 결국 자기 생각대로만 하려고 하고, 학교 공부는 관심 없지만 자기가 좋아하는 곤충이니 동물이니 새에 관련된 책들은 어른 책들까지도 서슴없이 꺼내보며 깊이있게 공부하는 큰 아이니 말이다.


다행히, 윤희는 교과 공부에도 뒤늦게 재미를 붙이며 자신의 성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었던 듯 하다. 우리집 큰 아이처럼 한 우물을 깊이 파는 연구형이어서였을까. 아마도 자신이 좋아하는 작곡, 역사 관련 공부를 하며 저도 모르게 공부그릇이 크게 키워졌으니 그 이후로는 마음껏 담기만 하면 얼마든지 그릇이 찰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을 읽으며, 그래도 우리나라엔 입시 위주의 컨설팅이 아닌 아이 자체의 성향에 맞추어 더 멀리 보게 해주는 컨설팅 전문가가 있음에 감사했다. 책을 많이 읽기는 하지만, 학업 자체에는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이에게는 아이의 공부 방법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이 세상이 잘못 된 것임을 일깨워 주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험을 즐겁게 볼 수 있는 마음가짐을 알려준다. 입시는 그저 수많은 아이들을 가장 쉬운 '시험'이라는 방법을 통해 일렬로 세우기 위해 선택된 것일 뿐 아이의 능력을 판단하는 절대 기준은 아니라는 명확한 진리를 깨우쳐주면서도 현 제도가 변하지 않는 한 아이들이 어차피 거쳐가야 할 관문 중 하나이니 즐겁게 하자는 것이다.


우리가 우등생 공부법이라고 알고 있는 노트정리, 오답노트도 결국은 시험을 잘 보기 위한 공부 방법 중 하나일 뿐 지나친 몰입은 공부의 효율성을 떨어뜨릴 수 있음을 경고하기도 한다.


어떻게 보면, 오답노트도, 노트정리도 그저 하나의 공부 방식일 뿐이다. 오답노트를 하기 어려워하는 아이에게 오답노트를 시켜봐야 그저 숙제 하나가 더 늘어나는 것에 그친다면 그 방법이 과연 옳은 방식이라고 할 수 있을까?


엄마들도, 학생들도 섣불리 끊지 못하는 학원도 결국은 불안해하는 학부모와 학생들의 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해서 돈을 버는 수단일 뿐이다. 학원에서는 아이들 개별 성향에 맞춰 진도를 나가지도 않고, 교육방식을 달리 하지도 않는다.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아이들이 학원에 와서 수업을 듣게 할까를 고민하다보면, 결국 아이들이 싫어하는 숙제도 몽땅 내주어서 불안해하는 학부모들을 안심시키며 학원으로 아이들이 계속 유입될 수 있게  만들 뿐이다. 스스로 공부하는 게 누군들 좋지 않으랴마는 어디 우리나라 교육이 아이들 스스로 천천히 공부할 수 있게 놔두는 시스템이던가. 이 방법 저방법 공부방식을 바꾸느라 시행착오를 겪는 동안 다른 아이들은 학원의 시스템 속에서 저 멀리 앞서나가버리고 만다. 효율적으로 공부 하는 방법을 생각할 여유도 없이 학원 선생님들의 일괄된 지휘 하에 입시라는 목표물로 떠밀려가는 아이들.


이 책을 읽으며 이 책 속에 등장하는 많은 엄마들의 고민을 나 또한 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왜 내 아이는 공부를 하지 않는가.

하지만 그런 고민에도 불구하고 깨달은 바는 있다.

아무리 학부모가 고민해보아야, 아이들은 즐거운 마음으로 공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

하기 싫어 죽겠는데, 학부모가 등을 떠밀어버린다면 아이들은 억지로 하려는 마음마저 놓아버리지 않겠는가.


얼마 전, 추석 때 코로나 때문에 3년만에 대 가족이 모인 자리에서 두런두런 작은어머님들과 나누었던 대화가 생각난다.


"공부도 즈그들이 하고 싶다고 해야 하는거지. 억지로 떠민다고 되나. 그게?"

"하하하. 그러네요. ㅇㅇ이는 공부를 잘해서 좋겠지만, 공부 못한다고 예전처럼 대학을 못 가서 큰 일나는 세상은 아니지 않을까요?"

"책 많이 읽고 자기 하고 싶은 것만 명확하면, 공부 그릇을 채우는데는 별 문제가 없을거야. 뭐, 과학고, 외고 안 가면 어때? 옆에서 조용히 지켜만 봐주고 나쁜 친구들만 안 사귀게 잡아만 줘도 되는거지 뭐."

나도 공부에 대해서만큼은 꽤나 관대한 엄마인 것 같은데 한 가지만큼은 불안한 마음이 불쑥불쑥 솟아나는 것 같아 민망하다.



"그래도...... 내 아이가 영어는 좀 했으면 좋겠으니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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