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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llo Earth Nov 23. 2022

오줌싸개 달샘이의 대궐 입성기

우리집 오줌싸개들을 위한 책

달샘이는 오줌싸개다. 그냥 오줌싸개가 아니라 10살이 넘도록 이불에 지도를 그리는 아이라 어미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오늘도 그만 오줌을 싸버려 고민이 많은 달샘이에게 엿장수가 엿을 하나 쥐어주며 궁궐에서 동변군을 모집한다는 말을 은근슬쩍 흘린다. 오줌으로 고민이 많은 달샘이, 그 말을 듣고 궁궐로 들어가기로 결심하는데...

이 책은 당파에 휘말려 암살 위협에 늘 시달리는 정조와 동변군 이야기를 상상력을 버무려 재미있게 펴낸 책이다.


정조에 얽힌 동화가 꽤 많은데, 아마도 영조에 의해 죽음을 맞은 사도세자의 아들로서 어렵게 왕위에 오른 정조인지라 이야기의 소재가 무궁무진해서일 듯하다. 사도세자를 죽음에 처하게 한 무리들이 자신까지 없앨 수 있다는 불안함 때문이었을까, 정조는 복잡한 당파에 얽힌 기존 양반들보다 서얼 등 그동한 천한 대접을 받아왔던 세력들을 규장각이라는 새로운 교육기관으로 끌어들여 자신의 뒷배를 든든히 하려 했다. 아울러, 백성들의 삶에도 깊이 관심을 기울여 암행어사를 파견하여 백성들의 삶을 살피곤 했는데, 정조 자신도 종종 평복으로 백성들의 삶을 살피러 다녔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그렇게 세심하게 백성을 살피던 정조지만 즉위 초기에는 암살의 위협에도 시달렸을 만큼, 불안불안한 삶이 이어졌는데,  그러한 성장 배경 때문에 정조는 궁에 있는 대신과 내의원을 믿지 못해 민간에서 데려온 떠돌이 약장수 출신의 봉침의원에 달샘이 같은 평민 아이들을 동변군으로 궁에 데려와 자신의 병을 치료하게 했다.


 


봉침의원은 한약재가 아닌 사람이나 가축의 똥, 오줌, 비듬 등을 사용해 병을 치료했는데, 이런 정체 모를 치료 방법은 양반 출신의 어의나, 양반 출신의 동변군들에게 비웃음을 사 갈등을 빚게 된다. 달샘이는 대궐에서 오줌싸개라는 것이 들통나 동변군에서 쫓겨나서 봉침의원의 약재일을 돕게 되는데.


 


정조의 병환을 낫게 하기 위해 백구시(개똥)을 구하려고 이리저리 분투하는 달샘이의 모습이 우스꽝스럽게 전개되지만 그 안에서 달샘이의 진심이 느껴진다. 양반 동변군과의 갈등 구조 속에서 달샘이의 활약상이 통쾌하게 그려진다.


저학년이 좋아할 만한, 똥, 오줌 이야기지만 이야기는 결코 가볍지 않다. 정조가 내의원을 믿지 못하는 사유를 알고 나면 한 나라의 왕으로서 귀하디 귀한 약재를 물리치고 동변군을 통해 병을 치료하려는 정조의 모습에 고개가 끄덕여질 수 있을 터. 귀한 왕이 천한 약재로 병을 치료한다는 설정이 아이러니하면서도 그리할 수 밖에 없던 사정에 안타까움마저 느껴진다.

저학년에게는 재미있는 읽을 거리를, 고학년에게는 정조를 둘러싼 역사적 배경까지 깊이 생각해볼 수 있는 재미있는 직업 동변군에 대한 이야기인 이 책을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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