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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o Earth
Nov 11. 2023
유대인에게 탈무드, 동양에는 사자소학, 명심보감
7살 아이와 고전으로 대화하는 법
우리집 꼬맹이의 천자문에서 시작된 관심이 사자소학으로 확장되었다.
뭐랄까. 천자문도 사자소학도 8자로 문장을 이루어 뜻을 가진다는 점은 비슷한데, 천자문은 8자에 미처 다 담지 못하는 역사적 사실이나 사물의 이치가 있어 행간을 읽어야 하다보니 난해한데, 사자소학은 8자로 이루어진 한자를 해석만 해도 얼추 그 뜻을 유추할 수 있다.
천자문이 입문용이고, 소학이 그 다음인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닌가보다. (천자문엔 역사도 있고, 천문 이치도 있고, 정말 많은 것이 들어있다. 8자로 담지 못한 역사적 배경도 있다보니 역사공부도 절로 되겠다 싶다.
아이를 기르다보니 이런 세계도 있구나. 참 심오한 세계라는 걸 새삼 깨닫는다.)
父生我身 母鞠吾身 아버지 날 낳으시고 어머니 날 기르시니
腹以懷我 乳以哺我 배로 나를 품으시고 젖으로 날 먹이시고
以衣溫我 以食活我 옷으로 날 따뜻하게 하시고 밥으로 날 살리시니
恩高如天 德厚似地 그 은혜는 하늘과 같이 높고 덕은 땅과 같이 두텁다.
아이와 같이 읽으며 해석한다.
한자 자체만으로도 일단 재미있다.
한자에 마음 심(心)이 있으면 마음에 관한 한자임을 유추할 수 있고,
한자에 입 구(口)가 있으면 입, 말과 관련된 한자임을 유추할 수 있다보니 한자만 보고 뜻을 유추해보는 놀이를 할 수도 있다.
게다가, 부모 자식간의 관계, 자신의 마음 다스리기 등...
읽으면서 아이와 대화를 나누다보면, 어떻게 살아가야 할 지,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 지도 생각해보게 된다.
한때 유대인의 탈무드를 공부하는 열풍이 불었는데 굳이 잘 알지 못하는 탈무드보다 동양의 고전인 사자소학, 명심보감으로 아이와 인성도 기르고, 대화와 토론 거리를 만들어지니 7살 아이에게도 사춘기 초6 아이에게도 좋은 것 같다.
어느덧 3일차.
우리집 꼬맹이는 아침이면 이 책부터 들고 와서 읽어달라고 조른다.
가족여행의 여독이 채 풀리지 않아 하루종일 쓰러져있는 나에게도 굳이 누워서라도 읽어달라고 조르는 아이에게 두 손 두 발 다 들고는 결국 무거운 몸을 일으켜서 읽어주고야 말았다. 휴우...
이 흥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모르겠지만 꾸준히 몇 년 동안 지속하면 세상이치도 인성도 학습도 절로 이루어지겠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 심오한 세계에 한 번 놀라고, 종교와 결합되어 다소 거부감이 있는 탈무드에 버금갈 만한 멋진 토론책이 동양에도 있다는 걸 새삼 발견하며 한 번 더 놀란다.
역시 육아의 세계는 알면 알 수록 더 심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