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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llo Earth Nov 02. 2023

초4 지식책 읽기를 시작해야 합니다.

교과서 대신 지식책을 읽어보자.

초○, 무조건 ○○해야 합니다.
언젠가부터 책 제목으로 학년을 강조하는 책들이 많아졌다.

아이들이 뭐, 기계도 아닌데 ○학년엔 무조건 뭘 시켜라는 식의 자극적인 제목으로 학부모들의 조급함을 이끌어내는 육아서들.


내용을 보면 꼭 그 학년이 아니라 '이 시기 즈음 되면'

이라는 수준으로 표현의 수위가 내려오기는 하지만,

해당 학년이 지난 아이를 둔 엄마들은 자극적인 제목 때문에 저자가 공들인 육아 정보의 신뢰성에 오히려 의문점을 갖게 되고, 해당 학년의 아이를 둔 엄마는 그 수준으로 제 아이들을 미처 끌어올리지 못한 죄책감과 좌절감에 불쾌해진다.

해당 학년 아래인 아이를 둔 엄마는 내 아이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라고 치부하면서 멀리할테고....


나 또한 해당 학년은 가볍게 넘긴 예비 중학생을 키우는 엄마로서 초4, ○○해야 합니다. 라는 나이대를 지나고 있는 초6 아이에게 ○시키지 못한 엄마는 마치 아이를 방치하고 교육을 안 시키는 엄마란 말인가.


그런 불쾌감 때문에

초○, 무조건 ○○해야 합니다.

라는 책들은 믿고 거르게 되었다.

(그래서 요즘 육아서를 잘 안 본다. 하아...)


그런 내가 이 책을 집어들게 된 건, 오히려 현실적인 내용으로 가득찬 지식책만 편애하고 상상력을 요구하는 이야기책은 극도로 거부하는 내 아이에게, 이야기책을 좋아하는 아이들의 심리를 알아내어 역으로 이야기책으로 조금 전환시켜주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다.


큰 아이에게 이야기책이 왜 싫은지 물어보니 실재하지 않는 걸 뻔히 알면서도 읽어야 하는 게 고역이란다. 문제라고 하긴 참 뭐하지만, 상상력이 미래를 만들어간다고 생각하는 부모로서는, 상상력이 궁색한 아이가 안타까웠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내 아이에게 이야기책의 매력을 느끼게 할 만한 유인책은 결국 찾지 못했다. 

주제와 정반대의 케이스라서 그럴려나...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정말 동감했던 건, 교과서는 정말 재미없다!는 것이었다.


얼마 전 서점에서 교과서 코너를 둘러보다가 고등학교 세계사 책을 한 권 데리고 왔다.

아이도 우리 부부도 세계사는 워낙 좋아하는 영역이라 미래의 교과서를 책처럼 읽어두어도 좋겠다는 '사심 섞인' 생각에서였다.

대충 봐도 문제집처럼 정리된 형태가 아니라
줄글 형태로 되어있으니
아이가 예습 삼아서 즐겁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선행욕심?)도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집에 돌아와서 나부터 읽으려니, 그야말로 한 쪽 넘어가는 것부터가 고역이었다.

아니, 깊이 생각해야하는 과학이나 수학 영역도 아니고,  이야기를 좋아하는 인간의 본성을 자극할 수 있는 

재미있는 세계사이렇게 무미건조하게, 딱딱하게 쓸 수 있는 것도 능력이라면 능력이려나.


요즘은 어떨지 모르겠는데 예전엔 수능 만점자라면 누구나 인터뷰에서 "교과서에만 충실했어요."가 수식어처럼 따라붙던 시절도 있었다.


그런데 이토록 진부하고 딱딱하고 심지어 생각거리를 만들어낼 구멍조차 없는 단순 사실 나열의 교과서라면.....

차라리 달달 외워야 받을 수 있는 만점을 포기라 하고 생각거리가 듬뿍 담겨 있으면서도 흥미롭고, 심지어 전쟁사에서는 긴장감에 심장이 쫄깃하기까지 한 세계사책을 아이에게 디밀 것 같다. 

(아니. 세상에 재미있는 지식책이 이렇게나 많고 다양한 관점의 책들이 넘쳐나는 세상에 꼭 교과서 한권만 달달 외워야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작가님 말대로 책(교과서) 한 권만 읽은 사람이 제일 위험하다는 말에 동의한다.


이 책의 저자 콩나물쌤 교과서의 한계를 누구보다 통렬하게 지적하고, 교과서보다 다양한 지식책을 읽도록 하라는 권유 인상적이었다.


학교의 선생님이라 교과서만 공부해도 입시 잘 할 수 있습니다. 라고 할 것 같은데, 당장 입시를 치러야 하는 고등학생은 어쩔수 없고, 아직은 학습의 여유가 남은 초등학생이라면 '교과서가 아니라 다양한 관점의 재미있는 지식책'을 보게 하라는 말을 자신의 책에 명문화(?)시켰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용기와 확신이 필요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입시=교과서의 국룰을 성립시키고 증명해야 하는 선생님 입장에서 자신이 가르치고 있는 교과서의 문제를 인정하는 건 쉽지 않다.)


여전히 유튜브에는 학교 선생님이라는 유튜버들이 교과서 공부를 강조하는 영상들이 넘쳐난다.

이유는 각 영역의 전문가들이 고심해서 꼭 필요한 정보만을 담은 책이니 교과서만 제대로 봐도 학업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그 분들의 말이 완전히 틀렸다고는 할 수 없지만, 내 개인적으로는 교과서의 존재를 반대하는 편이다.

(이 책 저자도 유럽을 비롯한 서방국가에서는 교과서가 없는 나라들도 많다고 소개한다.)


교과서는 시의성도 떨어지고, 재미도 없고, 딱딱하다.


교과서로 학습하는 12년 동안 '독서는 재미없다. 공부는 재미없다.'가 머릿속에 각인되는 우리 아이들.

대학 입학과 동시에 던져지는 교과서.

입시가 끝남과 동시에 머릿속에서 사라지는 수많은 지식들.

참으로 아이러니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나는 내 아이들에게 교과서를 달달 외울 정도로 반복해서 보라고 할 생각이 없다.


교육 관계자분들께는 죄송하지만, '꿈을 이루고 싶으면 엄마 말 안들으면 된다.'는 이정모 관장님의 역설적인 말처럼, 나는 내 아이들에게 '꿈을 이루고 싶으면 선생님 말 잘 듣는 모범생 코스프레는 그만두고 교과서를 던져버려라.' 라고 말하고 싶다.

(출처)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 68~69p(이정모 저)/이 글을 브런치에 올리고 우연히 읽게 되었는데, 나의 관점과 비슷해서 캡쳐해보았다. 표현도 찰지다. 관장님, 존경합니다.
교과서라는 틀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읽고, 깊이 사유하며, 현재의 문제와 연계할 수 있는
살아있는 지식을 배우라고 말하고 싶다.


지식책은, 교과서를 벗어나 세상을 이해하고 바꿀 수 있는 아주 효율적인 도구다.

췌장암을 앓다 돌아가신 삼촌을 위해 췌장 관련 의학책을 뒤져가며 췌장암 진단키트를 발명한 미국의 한 고등학생.


이 책의 저자는 이 미국 고등학생의 사례를 통해 지식책 문해력은 언제든지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의학 전문 지식이 전무했던 이 고등학생이 췌장암 진단키트를 발명하기 위해 보았던 온갖 전문 의학책은, 이 학생이 그동안 지식책 탐독을 통해 충분히 다진 지식책 문해력이 있었기에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 지식책 문해력은 물론, 교과서를 통해 얻어지는 건 아니었을 것이다.


자신의 흥미를 좆아 이런 저런 책들을 직접 찾고, 탐독하고, 더 높은 수준의 전문책들까지 탐독하고 이해하고 해석하고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 힘.

이것이 바로 지식책 문해력이 아닐까.


우리나라 아이들도 선생님도, 학부모도 이젠 교과서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 교육 당사자인 아이들 개개인의 흥미를 존중하는 교육으로 바뀔 수 있도록 아이들에게 더 많은 학습 자율권과 독서의 자유와 시간을 주어야 할 것 같다.


초4, 지식책 읽을 시기라고 하지만 주말까지 학원으로 빡빡 채워놓고서 책을 왜 안 읽냐하면 이 또한 어불성설 같다. (얼마전 강남 대치동에 일이 있어 갔다가 청소년 스트레스 해소 존을 발견하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마음껏 소리지를 수 있는 공간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공간인데 얼마나 아이들이 집과 학원만을 왔다갔다하며 스트레스를 받으면 저런 공간까지 생겼을까 싶다.)


주말까지 학원으로 꽉꽉 채워서 학원 선생님이 확보한 지식을 거저 먹게 하지 말고, 스스로 책을 통해 지식을 찾아 먹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충분한 독서 시간부터 확보해 주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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