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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llo Earth Nov 06. 2023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

유쾌한 털보 관장님이 들려주는 세상만사 이야기

꿈을 이루고 싶나요?
그럼 엄마 말씀 안 들으면 됩니다.


하아....

얼마전 열린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북페스티벌 개막식.

로봇 개를 데리고 나타난 도서관 관장님도 멋있었는데,

우리 가족(세상물정 파악이 아직 조금 덜된 7세 꼬맹이는 빼고)이 진심으로 존경하는 털보관장님을 직접 영접할 기회가 생겼다.


와!!

개막식 기념 강연의 연사로 초청된 관장님을 눈앞에서 본 감동은 상상 이상이었다. 7세 꼬맹이만 뺀 우리 셋(물론 다른 가족들도 그랬겠지?)의 눈이 관장님의 등장과 함께 반짝반짝해진다.


괴짜 관장님, 털보 관장님, 공룡 박사님


무수한 수식어가 붙지만, 대세는 역시 털보 관장님인가보다.

옆집 아저씨같은 푸근~~~한 인상에, 수염이 가득한 관장님만의 트레이드마크 늘 인상적이다.


관장님 말씀대로 역사의 진화를 설명할 때 빠지지 않고 나오는 진화 그림의 마지막 호모사피엔스 옆에 서계신 관장님 사진을 보면 너무 닮아 모두가 빵 터지고 순식간에 분위기가 훈훈해진다.

(출처) 인터넷 이미지 캡쳐본/ 교과서 속 사진과는 조금 다른 저 진화과정이 서양 중심적이다 등의 각종 논란과 사실여부는 논외로 하자.

아쉽게도 몸을 배배 꼬는 꼬맹이 때문에 나는 먼저 강의실을 나와야 했지만, 남편도 큰 아이도 주말 아침 밥도 거르고 일찍 서둘러야 했던 작은 불편함도 싹 씻어냈을 만큼, 아니 큰 아이 표현에 의하면 솜사탕, 3D펜 체험 같은 막강한 경쟁 프로그램들을 다 물리치고 오늘 행사 내용 중 제일 좋았다고 감탄했을 만큼 멋진 강연이었던 듯 했다.


물론 강의 막바지에 몇 안되는 어린이 청중에게 던진 한 마디 말 때문인 것 같지만...


꿈을 이루고 싶나요?
그럼 엄마 말씀 안 들으면 됩니다.


어른 청중들은 창의성을 강조하기 위한 관장님의 역설적 유머임을 이해했겠지만, 그저 엄마 말 듣지 말라는 말만 콕 집어서 머릿속에 기억해놓고는 즐거워하는 철없는 초딩,

하아...관장님, 어찌하여 저희에게 이런 시련을 주시나이까.....


어찌되었든 그렇게 관장님에 대한 팬심을 더 강력히 구축한 우리 가족이 선택한 책이 바로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 이라는 책이었다.


일단 책 추천사들부터가 범상치 않은데, 물리학으로 요즘 잘 나가는 교수님인 김상욱 교수님의 추천사가 특히 인상적이다.

이정모식 글쓰기다. 과학을 이야기하지만 인간을 말한다. 유머로 가득하지만 통찰의 끈을 놓치지 않는다. 그래서 이정모의 글은 무조건 믿고 본다. 영국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는 이정모와 셰익스피어를 바꿀 생각이 없다. 셰익스피어는 과학을 모르니까.
                                    -김상욱, 부산대 물리교육과 교수-
                                                                       (추천의 글 4p)

그 작가에 그 추천사다. 정말 뼈 때리는 추천사가 아닐 수 없다.

추천사처럼, 이정모 관장님의 글을 읽다보면 내가 글을 읽는 건지, 이정모 관장님의 강의를 오디오로 듣고 있는 건지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한다.

내가 중국의 장자도 아닌데 말이지...


일반인인 내 눈엔 사소한 현상에 불과해보이는데, 요롷게 조롷게 읽다보면 희한하게 결론에 이르를 즈음 인간 만사, 세상 이치로 승화된다.

<개 안에 늑대 있다.>

"민중은 개•돼지로 취급하면 된다."

많은 사람이 분노했다. 꽤나 높은 자리에 계신 나리께서 …(중략)…
그리고 개와 돼지기 아무리 같은 포유류에 속한다고 해서 개•돼지로 묶어서 취급하면 안 된다.
…(중략)…
그걸 그대로 두자고 하면 당신 말대로 개•돼지가 낸 세금으로 월급 받는 공무원으로 일할 자격이 없는 것이다.

○○○과 같은 생각을 하는 분들 꽤나 계실 거다. 잘 기억하시라. 다시 말하지만 개가 인간을 선택했다. 자기 대신 사냥하라고 지키라고 선택한 것이다. 말 안 들으면 문다. 개 안에 늑대 있다.
                                                                  -본문98~100p-

참 대단한 관찰력에 대단한 필력, 대단한 유머, 대단한 철학이 아닐 수 없다. 그야말로 촌철살인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준다.


최재천 박사님도 그렇지만 이정모 관장님도 글을 읽다보면 마치 작가의 강의를 직접 오디오로 듣는 것마냥 실감난다. 아마도 두 분 다 독서 내공이 보통이 아니셔서 그런 것 같다.


두 분의 차이라면 최재천 박사님은 정치 방향을 능히 짐작할 수는 있으나 극히 몸을 사리고 최대한 중립을 지키려 노력하시는 반면 이정모 관장님은 상대적으로 젊은 과학자라 그런지 과학을 이용한 정치의 풍자에도 꽤 적극적이라는 것? 책을 읽다보면 나도 모르거 2016년 그 혼란스럽던 시기가 떠올라  "그렇췌!!"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다만, 사람에 따라선, 정치를 과학, 역사적 사건에 빗대어 풍자하는 저자의 글에 반감이 있을 수 있을 것 같다.

때는 대통령 탄핵의 시점이고, 그의 글에는 정치적 관점도 꽤 진하게 녹아나온다.

정치적 견해를 달리하시는 분들에게는 거부감이 있을 수 있으니 이 점 미리 참고해서 읽을지 말지 결정하기 바란다.

(참 안타깝게도 저자가 이 글을 쓴 2016년(출판은 2018년이지만..)이나 지금의 상황이 달라진 게 없어보인다. 아니, 오히려 바이러스가 내성이 생겨 더 심하게 공격하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흠...역사는 진보한다는 말은 이래서 수정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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