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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llo Earth Jan 08. 2024

예비중학생의 슬기로운 겨울방학생활

벌써 방학도 2주차를 꽉꽉 채우고 있는 지금.

아이의 방학생활을 되돌아보기 위해 글을 쓰고 있다.


이번 방학의 화두는 단연 예비 중딩과 예비 초딩으로서의 마음가짐이랄까.

그래서 슬기로운 방학 생활을 위한 주요 과제로


운동, 가족 활동, 스스로 할 수 있는 일 늘리기.


로 정했다.(나 혼자만이긴 하지만--;;)


여름방학과 비교해서 큰 아이의 생활에 큰 변화가 있다면,


1.  수학 학원 일주일에 3번 매 회 2시간씩 수업 듣기.

2. 자기주도 프로젝트로 여행기획사가 되어 매주 1국가씩 여행 계획서를 PPT로 작성한 후 온 가족 앞에서 발표하기.


수학학원은 기존에 쓴 글처럼 문자에 익숙해지기 위해 잠시 다니는 것이고, 여행 계획서는 학교 사회 교과서에 나와서 방학 직전까지 하던 프로젝트였는데, 준비과정도 발표도 재미있었는지 방학기간에도 이어서 하겠다고 한 것이다.


방학 2주차인데, 아이슬란드에 이어 예전에 다녀온 '호주, 북유럽 3국 한 달 살기'까지 조사하고, PT도 제작하고 발표도 했다.

가족 앞이라 장난스럽게 할 줄 알았는데 제법 진지하게 한다. 나라에 대한 개괄적인 소개부터 화폐, 문화, 그리고 여행일정까지...

학교에서 배운 PT 실력과 요리조리 찾아서 이것저것 실험 적용해서 두 번의 발표까지 마친 후 세번째인 북유럽 3국 발표는 놀라울만큼의 화려한 기술에 모두가 우와, 우와를 연달아 냈을 정도.

(참고로 큰 아이는 게임 세계나 로블록스 같은 코딩(?) 세계에도 발을 디뎌본 적 없다보니 오히려 컴퓨터 울렁증이 심한 아이다.  개인 핸드폰과 태블릿이 당연시되고, AI 인공지능 로봇이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21세기에선 상상하기 어려운 울렁증이랄까. 은근 걱정하고 있었는데 한숨을 돌렸다.)


인터넷에 빠져들다보면 샛길로 빠질 만도 한데 슬쩍 검색 히스토리를 살펴봐도 죄다 아이슬란드나 호주, 북유럽 관련 검색 결과들 뿐이라 속으로 킥 웃음이 나기도 했다.


안되는 영어로 여기 저기 각 나라의 관광청까지 들여다보며 조사하는 걸 보면서 정말 깊이 빠져서 재미나게 하고 있구나 싶어 내심 예전부터 아이가 컴퓨터에 친숙하지 못한 게 엄마탓인 것 같은 죄책감을 떨칠 수 있었다.


영어는 원서읽기 수업이 또 끝나고 한동안 방황하다가 문법은 빼고 직독직해가 가능한 문제집과 라이팅 문제집 한 장씩 풀고 있다. 추가된 건 BBC 뉴스 기사 해석하기 정도?


아이의 영어 숙제를 채점하다보니 문법부터 시작한 아이라 영어가 한국식 영어로 정착되고 있다는 진한 느낌이 들었다. 실력은 훅 늘었는데 문제는 문법에 영어를 억지로 끼워맞추다보니 원어민이 보면 어색할 것 같은 문장들을 만들어내고 있었 것.


현지 영어에 익숙해지는 데는 시사 기사 읽기가 최고 아니던가.

(미드는 아이가 좋아하지 않으니 패스.

 티비가 없는 집이다보니, 아이는 드라마가 뭔지 모른다. 설명을 해줘봤지만 눈만 멀뚱멀뚱이라...결국 포기했다.

 미디어 시청이라곤 환경 다큐와 야구, 바둑 프로가 전부다보니 팝송이나 미드로 현지 영어를 익히는 건 엄마도 아이도 괴롭지 싶다...)


아이는 비문학과 시사에 과편중된 취향을 갖고 있는데, 요즘은 비행기에 꽂혀 있다보니 비행기 관련 기사 하나 뽑아주고 두 단락씩 읽어보기로 했다.


아이는 어렵다 어렵다 하면서도 비행기 관련 기사가 흥미로웠던지 그만두고 싶다는 이야기는 하고 있지 않다.

얼마나 갈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문제집 풀이보다 훨씬 효과적일거라는 강한 믿음이 있다보니 아이가 지속적으로 해나갈 수 있도록 끌어주려고 한다.


기사들을 해석하다보면 교과서 영어나 수능 영어 정도는 수월하게 풀어나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에...


해야 할 숙제를 미리 해두어서 시간 여유가 있을 땐 볼링을 치러 가거나 자전거 산책을 나가기도 한다.


방학 첫주엔 남편이 휴가라 작은 아이가 어린이집에 간 시간 동안, 셋이서 등산도 가고, 볼링도 치고, 자전거도 타러 나갔는데,

새해가 되고부터는 아이도 나도 여유가 없어 평일엔 아빠 있는 저녁 시간에나 움직이고 있긴 하다.

아무래도 학원 숙제의 여파 때문인 듯하긴 한데, 다행 남편도 예전보다 늦게 오진 않다보니 저녁시간에 가까운 한강으로 나가서 걷기도 하고 달리기도 한다.


사춘기 아이인지라 나름 호르몬 변화 때문에 괴로울 수도 있을테지만, 온 가족이 같이 보내는 시간을 늘려서 대화도 갖고 운동을 같이 함으로써 사춘기 변화하는 에너지를 건전하게 발산시켜주고 싶어서다.


공부가 끝나면 밖으로 나갈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기니 아이는 숙제를 싫다 않고 어찌어찌 늘 해내고 있다.

예전 방학 때처럼 숙제 하니 마니 실랑이도 없이 예비 중학생의 불안감 때문인지 군소리 없이 적지 않은 양임에도 해내는 것 같다.


수학 쪽으로는 학원을 보내고는 있지만

그야말로 학원은 보조로 학습의 중심엔 아이가 있다보니,

방학 학습도 훨씬 탄탄해지는 것 같다.


학원에서 선생님과 수업하는 걸로 만족하는 게 아니라,

틀린 건 먼저 집에서 미리 한 번 짚고 그래도 틀리는 것만 학원에서 풀이하다보니 왜 틀리는지도 좀더 명확해질 수 있는 것 같다.(아이 시점이 아니라 엄마 시점이긴 하지만)


공부양이 꽤 많아지긴 했지만 오히려 적었던 예전보다 표정이 훨씬 많이 밝아졌다.

심지어 쏘쿨해진 모습을 보니 그동안의 노력이 헛되진 않구나 라는 생각 든다. (3년이라는 시간을 오롯이 아이 일상 회복 프로젝트에 쏟아부었으니  나름 힘겨운 노력의 결과라고나 할까.)


사춘기에 돌입한 아이라 가끔 우려스러운 시각으로 아이를 바라볼 때가 있긴 하다. 하지만, 폭력적이거나 거친 방향이 아니라, 좀...비밀스러운 게 많아졌다는 정도??


그래도 다행히 아이는 그 옛날의 방콕에서 벗어나 등산, 자전거, 걷기나 달리기, 공놀이 등 바깥놀이를 즐기는 걸 좋아하고 있고, 집에서도 빵 만들기, 보드게임, 가족 놀이들을 즐기는 걸 좋아하기에 사춘기에 대한 걱정은 많이 줄어들었다.

사춘기 아이와 만들고 있는 빵들이 진화에 진화를 거듭중이다. 스콘과 잼쿠키, 호두파이, 저온발효빵 등 새로운 시도를 하다보니, 재료만 있으면 뭐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덤이다.
 눈이 오면 자동으로 바깥으로 나가게 된다. 이글루는 매년 만드는 큰아이의 트레이드 마크같다. 반나절은 거뜬하니 보낼 수 있으니 체력 고갈(?)을 위해서도 필수코스다.^^

취미부자가 되니 방학생활도 저절로 풍성해진다.

주말이든 평일이든 시간이 날 때마다 자전거든 맨몸이든 일단 나가고 본다. 북한산 둘레길 순례도 하고, 시간이 많지 않으면 가까운 산에 오르거나 한강에서 탐조활동도 한다.

중학생활을 위한 체력과 취미, 건강한 마음까지

준비 완료!

아이의 슬기로운 중학생활을 빈다!^^

(끝 마무리가...하하)

영하의 날씨에 한강 라이딩에 나섰다. 원앙, 흰뺨이들, 넓적부리들, 청둥이들 무리들이 대다수지만, 오늘은 운좋게 비오리 부부 한쌍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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