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ello Earth Jan 04. 2024

7세 아이의 취미생활-스도쿠에 빠지다.

스도쿠로 맛보는 인생의 맛-쌉싸름하지만 끝은 달콤한...

 작은 아이는 유학 시절인 6살 때 7살이었던 마을 형아의 제안으로 스도쿠에 입문하고 한참을 스도쿠에 푹 빠져 지냈. 하지만, 그 열기는 서울로 올라와서는 급속도로 식어서 근 1년동안은 단 한 번도 펼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숙제하는 형아와 식탁에서 6학년 고난도 수학 문제를 풀고 있던 엄마 사이에서 한동안 조용히 혼자 놀던 아이가 슬그머니 스도쿠 책을 다시 꺼내들었다.


하루는 설거지까지 마치고 작은 아이가 푸는 스도쿠가 궁금해진 내가 슬그머니 스도쿠 보드게임판을 가지고 와서 아이의 문제를 베끼고 풀기 시작했다.


보드게임판이 흥미로웠는지 작은 아이가 관심을 보였다.

보드게임 안에는 쓰고 지울 수 있는 매직펜이 하나 들어있었는데, 냄새가 너무 심해서 숫자 칩으로 하기로 하고 1단계부터 같이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작년엔가 산타할아버지 선물로 받았지만, 관심 받지 못했던 스도쿠 보드게임. 이제는 빛을 발하고 있긴 한데 어른이 해도 어렵다.

스도쿠는 수학 게임이라기 보다, 논리 게임이다.


숫자 칩을 넣을 때마다, 그 숫자가 왜 꼭 그 자리에만 들어가야 하는지 설명해야 하는데,

추론이 들어갈 땐 반드시 상황을 논리적으로 같이 하는 상대방에게 설명해서 이해시켜야 한다.


"왜 꼭 그 자리에 들어가야 하니? 다른 자리는 들어갈 수 없을까?"


이 상황에 답변하려면 본인이 그 이유를 알고, 설명까지 해야 하는데, 만약 다른 가능성을 발견하거나 추론이 논거에 맞지 않다고 느끼면, 사정없이 상대방의 이의가 들어온다.


너무 어려웠던 15번 문제, 머리를 쥐어뜯다가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던 남편을 끌어앉혔다. 스도쿠에 강제 입문당한 남편이 저도 모르게 홀릭하고 있으니 슬그머니 큰 아이도 와서 앉는다.


머리만 쓰자니 답답해졌는지 누군가가 슬그머니 과자 한 봉지를 뜯는다. 그러면, 우르르 여덟개의 손이 다 과자 봉지로 향한다. 진도가 쉽사리 나가지 않으니 모두가 고구마 삶아먹는 듯한 답답함을 느꼈으리라....


(사무실서 머리 쥐어뜯다보면 답답해지니, 탕비실서 과자봉지를 하나씩 둘씩 슬그머니 가져와서 먹곤 하지 않는가. 나중에 남는 건 엄청나게 쌓인 과자봉지와 살들이었던 슬픈 기억이 떠오른다.)


결국 그날 밤 온 가족의 머리싸움은 12시까지 계속되었고, 마지막 칩을 꽂는 순간 모두 머리가 터질 것 같은 괴로움에 드러누워버다.


남편님아, 그리고 큰 아들아,

헬 게이트, 스토쿠의 세계로 입문하심을 축하드립니다.

짝짝짝.



매거진의 이전글 예비 초등,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