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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llo Earth Nov 07. 2023

예비 초등,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

초등 준비, 스스로 하는 습관 기르기가 전부다.

학교 배정으로 한참 부산할 시기다.

초등학교는 제출할 서류가 없으니 주소지에 잘 살고만 있으면 되지만, 6살 터울이라 예비 중학생이 있다보니 중학교 배정을 위한 서류들을 이것저것 챙겨보내야 했다.


큰 아이 또래의 엄마는 아는 이가 없지만,

작은 아이 또래 엄마는 나름 같은 반 아이 엄마들을 두루두루 알고 있다보니(안면을 트고 간단한 대화정도 하는 사이라고 보면 좋을 것 같다.), 아이들 노는 걸 지켜보면서 하는 대화엔 예비 학부모로서의 걱정과 기대, 학습이나 적응 등에 대한 이야기가 화두가 되곤 한다.


사립초를 가는 아이, 일반초를 가는 아이로 일단 갈리고, 반 안에서도 A초를 가는 아이, B초로 가는 아이들이 갈리다보니, 대다수의 A초로 가는 같은 반 아이들에 비해 B초로 가는 소수의 아이를 둔 엄마들의 걱정이 더 큰 것 같기도 하다.


아이들 노는 걸 보면 성향들이 제각각이다.


놀이를 주도하는 골목대장같은 아이

리더 스타일은 전혀 아니지만 두루두루 어울리고, 놀이 규칙을 지키려고 하면서도, 친구랑 함께라면 뭐든 좋다는 아이

귀염뽀짝한 표정으로 발랄하면서도 두루두루 잘 어울려 노는 아이

한두명 아이들과 놀면서도 참 창의적으로 노는 아이

말 없이도 참 조곤조곤 친구들을 따라다니며 노는 아이

친구들과는 수줍으니 엄마와만 놀자는 조용한 아이

놀고는 싶은데 어울리려해도 방법을 잘 모르다보니 위축되어서 혼자 눈치만 보는 아이도 있다.

(어릴적 우리집 큰 아이같아서 짠해보인다. 난 우리 아이가 지나치게 소극적인 게 문제일거라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면 수준이 또래에 비해 유난히도 꽤 높고 똑똑했던 반 아이들에 비해 늦되다보니 친구들의 놀이 상대가 되지 못했을 것도 같고, 아토피 때문에 보호해주어야 할 동생 같은 아이라는 인식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관계맺기에 다소 서툴러 위축되었던 것 같다. 말 그대로 소극적인 성향은 원인이 아니라 복합적인 요인에 의한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그래도 위에 언급된 아이들은 놀기라도 하니 다행인데, 어떤 아이들은 벌써부터 학원 뺑뺑이를 도느라 놀이터에 나오는 시간이 짧거나 아예 없는 아이도 있다.


작은 아이 상담을 하면서 알게 된 사실은, 반에 두 세명 정도는 선행학습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글이나 간단한 수의 더하기 빼기 정도는 선행으로 치지도 않는다.

(우리나라에 선행 현상이 누적되다보니 아이들 학습 시작 연령이 갈수록 낮아지는 것 같다. 또래보다 더 먼저!를 외치는 엄마들이 많아지다보니, 제 연령에 맞춰 가는 아이는 오히려 늦은 아이가 되고 만다.)


초등 3학년에나 배우는 분수 과정의 수학 학원, 태권도, 영어 학원, 한자까지 배우는 아이가 있는데, 하루는 작은 아이가 한자를 열심히 따라 그려간(!) 것을 보자마자

"베껴 그렸지?"

라고  묻더랬다.

아직 한자를 모르는 다른 친구들은

"어머 예쁘게 잘 썼다. 어떤 글자야?"

라며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관심을 보이는 반면,

이미 학원 주도의 학습 세계에 편입되어버린 그 아이는 호기심을 가지고 탐색할 기회도 없이 이미 학원에 공부 주도권을 뺏겨버린 것 같았다.


 7살의 나이에 한자 하는 것도 선행 아니야?


우리집 작은 아이는 6살 때 농촌 유학 마을 꼬맹이 생활을 1년 하면서 사랑방에서 공부하는 형님들과 같이 공부 아닌 공부를 같이 하곤 했다.

형님들이 뭔가 들고 와서 하면, 자신도 형님들과 똑같은 걸 하고 싶어했고, 자연스럽게 한자에도 관심을 보인 것 같다.

서울 올라와서 한동안 잊고 살더니, 다시 호기심을 보여 스스로 천자문 벽보를 보며 외우고 있는 모양이었다.


글자도 쓰는 게 아니라 생각날 때 벽보를 떼어 가져가서 따라 그린다. 왜 그리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림 그리는 것처럼 재미있는 놀이의 일부이려니...

(우리집 아이는 한 자 한 자 똑 떨어진 급수용 '한자'가 아니라, 천자문 처럼 4자, 8자의 한자가 모여 의미를 이루는 '한문'을 공부하고 있다.

천지현황하고 우주홍황이라. 하늘과 땅은..... 처럼 천자문이나 사자소학 등은 이야기가 있어서 아이들이 놀이처럼 배우기 좋다.)


부모의 지휘 하에 부모가 시키는 공부 물량을 소화해내야 했던 그 아이는 호기심=공부인 우리집 아이와 달리 공부=의무가 되어버리고, 한자 또한 호기심 거리가 아니라 급수한자로 외워야 하고, "어른들 지시에 따라 베껴야 하는" 재미없는 숙제로 인식했을 것이다.


지나친 선행 때문에 '학생'이 되기도 전에 공부에 대한 흥미를 잃어버리는 것이다.


한편, 아이들 놀이를 지켜보다 보면 한 가지 특성이 눈에 띈다.


어떤 아이는 엄마를 양육자, 보호자가 아니라 하인처럼 대했다. 7살이지만 여전히 유치원 가방이나 각종 배부 물품은 당연히 엄마가 들어야 하는 것처럼 인식한다.


기본적으로 유치원에서 나오면 가방은 자동적으로 엄마에게 간다. 마치 전 국회의원 김무*이 공항에서 캐리어를 수행비서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밀어내는 것 같은 자연스러움이다.

(무의식적으로 이런 행위를 한다는 건, 이미 습관화되어 이런 행동이 상대방에게 불쾌함이나 불편함을 줄 수 있다는 인식이 없는 것이다.)


놀이터에서 먹은 과자 봉지도 엄마에게 주어야 하는데, 엄마가 안 보이니 눈 앞에 있는 나에게 주려는 아이도 있다. 내가 분리수거장을 가리키며 저기 버리면 된다고 가르쳐주면, 20초만 걸어가면 될 일인데 내 눈치를 보며 슬그머니 땅에 버리고 유유히 친구들 쪽으로 뛰어가곤 한다.


반대로 뭐든 스스로 하는 아이도 있다.

당연히 가방은 스스로 메고, 짐도 스스로 들고 간다.

놀이터에 놀 것 같으면 가방을 벗에 벤치에 두고 각종 짐들도  스스로 벗어 올려두고 간다.

쓰레기가 생기면 당연히 인근 분리수거장에 분리해서 버리는 게 생활화 되어 있고, 놀 때 필요한 물건도

 "엄마, ○○ 좀 갖고 와!"

가 아니라, 친구들에게 기다리라고 말한 후 스스로 가지고 나온다. 혹여 엄마에게 부탁한다 해도

"엄마, 집에서 ○○ 좀 가져다 주실 수 있을까요?"

라고 공손히 부탁한다.


이런 아이들은 스스로 하는 습관 자체가 몸에 배여 있다보니, 상대방에게 부탁할 때는 '상대방도 싫은 일을 해주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는 걸 알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도 같이 키우게 된다.


선생님은 아니지만 교육에 많은 관심을 갖고 아이들 습성을 자세히 관찰하는 게 습관이 되다보니, 아이들 모습을 조금만 지켜보면 저 아이가 주도적인 아이인지 피동적인 아이인지 금방 알게 된다.


아쉽게도 나 또한 큰 아이를 오냐오냐 다 챙겨줘가며 키우다 보니 꽤 오랜 기간동안 마음 고생 몸 고생을 해야만 했고, 불필요한 화를 내야 하는 일도 많아 아이와 갈등도 극단으로 치달을 만큼 심했다.

(위에 언급한 모습들은 사실 내 아이와 나 자신의 과거의 거울이다. 큰 아이의 7살 때 모습 또한 엄마를 하인 부리듯 하는 여느 아이들과 같았고, 나 또한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기에 미처 의식하지 못했다.)


그러한 습성을 오래 유지하다보니 여전히 큰 아이는 내가 시키지 않으면 잘 움직이지 않는다. 어렸을 때 오냐오냐 하면서 물고기만 몽땅 잡아주고 기다리고, 잡는 어려 일은 내가 도맡다시피 한 모습을 반성하고 또 반성한다.


작은 아이는 사소한 것 하나도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방법만 알려주려고 하고 있다. 학교 가면 스스로 해야 할 배변 스스로 처리하기, 우유팩 열기, 어른 숟가락 젓가락 익숙하게 사용하기, 먹은 그릇 스스로 정리하기, 쓰레기 분리수거하기, 혼자 씻기부터 어린이집 가방 스스로 걸고 매기, 입을 옷을 골라 입고 벗어 세탁실에 가져다놓기

처럼 수없이 많은 생활에 필요한 일들은 방법을 알려주고 스스로 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어린이집에서도 급식이나 무슨 일이 있어서 선생님이 바쁘실 땐 슬그머니 다가와서 선생님을 도와드린다. 다른 사람을 돕는 것에도 익숙하고, 눈치가 빨라 해야 할 일이 있을 것 같으면 착착착 알아서 하니, 엄마도 육아가 편해져서 더 열심히 놀아줄 수 있는 마음의 여유도 생긴다.


초등학교 입학 전에 과도하게 선행 공부를 시켜봐야  초등 고학년 가면 영어를 제외하곤 고만고만 해진다. 물론 영어도 발음이나 학습 방법엔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흥미만 있으면 조기 교육으로 3년 걸리는 분량을 1년보다 훨씬 빠른 시일 내에도 달성이 가능하니 크게 문제가 되진 않는다.

(6년의 터울을 둔 아이 둘을 키우다보니 빨리 가봐야 별거 없다는 깨달음과 함께 느긋하게 아이를 기다려줄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지금 예비 초등학교 아이를 둔 엄마라면, 공부보다 아이가 스스로 살 수 있도록 생활 습관부터 잡아주는 게 우선이다.


공부는 습관이 잡히면 본인의 호기심의 궤적을 따라 스스로 한다. 억지로 공부로 끌고 가봐야 호기심 없는 공부가 재미있을 리 없고, 생활 습관도 엉망이 되니 끌려 오는 아이도, 억지로 끌고 가야 하는 엄마도 힘들다.


엄마 반성문.

예전에 한 교장선생님이 쓴 저서 제목처럼,

나의 반성문을 글로 남기는 건,

나와 같은 실수로 아이들과의 관계를 망치지 않도록 미리미리 준비하시라 알리고 싶기 때문이다.

공부보다 생활 습관과 인성이 우선이다.


내가 초등 6년 아이를 키우며 느낀 점은 공부 방법, 문제집 풀이 시간보다 중요한 건 일상 속의 생활습관과 인성이라는 것.


아이들은 설레고, 엄마는 절로 긴장되는 초등 중등 고등 입학을 준비하는 시기...


놀이터에서 보았던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지속될 수 있기를 바라며 모든 예비○○의 아이들과 부모님들을 응원한다.


(표지) 광화문에 있는 한글박물관에 전시중인 한글 아트 일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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