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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llo Earth Apr 26. 2024

서울대 나라의 헬리콥터맘 마순영씨2

교육 시스템을 중심으로...

"언어 영역에서는 무엇보다 출제자의 의도를 찾아내는 게 중요해. 수능에 출제되는 시를 쓴 시인도 자기 시에 관한 문제를 반 넘게 틀린대. 니 생각이 중요한 게 아니고 출제자의 생각이 뭔지, 가장 상식적인 생각, 누구라도 맞다고 생각하는 보편적인 답을 찾아봐."
"출제자가 신인가? 진짜 이상한 답도 많더만."
"출제자가 신이라고 생각해야 해."
"참나. 더럽고 치사하네. 틀린 답을 맞다고 해야 하다니. 아이구! 내 팔자야!"          
                                                                     -본문 331p-


수능의 문제점과 대안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진 요즘입니다.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상대평가를 견지하고 있는 나라.


아이들을 한 줄로 세우느라, 기형적인 입시 전쟁을 유아기때부터 걱정해야 하는 나라.


정답 찾는 데는 익숙하지만, 정자 12년 교육 기간동안 자기 생각 없이 정답대로만 아이들이 키워지는 나라.


1%의 기득권 유지를 위해 나머지 아이들이 희생되어야 하는 나라.


꿈도 희망도 없는 나라.


김누리 교수님은 우리나라 교육방식을 '야만'적이라고까지 표현하고 있죠. 노동시간도 8시간을 넘지 않는 세상에, 아이들의 학습 시간이 15시간을 넘는 건 아동학대라면서 말이죠. 문명인 중의 초 문명인이 되기 위해 12년 아니 그 이상을 달리고 있는데 아이들도 부모도 행복하지 않습니다.

금쪽이 프로그램이 호응을 얻고 있다는 건, 대한민국 사회에 암묵적인 '이제는 내 마음 좀 들어달라는' 금쪽이들이 많다는 반증 아닐까요?


문제를 인지한 상태에서 오랜만에 이 책을 다시 펼쳐들었습니다.

여전히 책은 이야기 자체만으로도 재미있네요.

울대 자퇴라는 충격적인 시작부터 한 아이와 엄마의 서울대 입성을 위한 고군분투가 너무도 사실적이고 너무도 현실적이고 너무도 적나라하면서도 속도감있게 전개됩니다.


중간중간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와 최순실 사태까지 우리나라를 달군 정치적 이슈들까지, 마치 한 편의 다큐 기록을 읽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듭니다.

(영웅이가 선생님께 최순실이라고 놀림받았다고 울며 들어오니, 마순영씨는 그야말로 극대노하지요. 살짝 선 넘는 듯한 적나라한 묘사는 현실감을 높여주기도 하지만, 저는 읽으면서도 조마조마했답니다.)


소설이 아니라 다큐가 아니었을까 착각마저 들지요.

풍자인데도 마순영씨와 영웅이를 보면 절로 응원하게 됩니다. 같은 흙수저로서 희망을 보고 싶어서일지도 모르겠네요.

서울대 입성도 '희망'이라고 볼 수 있다면 말이죠.


예전에 읽었을 땐 영웅이와 마순영씨의 서울대 입성까지의 과정에 초점을 맞춰서 읽었는데요.

이번엔 마순영씨 입에서 술술 나오는 수능 문제점을 꼼꼼히 짚고 곱씹어보는데 초점을 맞춰서 보다보니, 수능의 문제점에 대한 제 인식이 저 한 단락의 모자간 대화에 훅 꽂히더라고요.


너의 생각이 중요한 게 아니라 출제자의 생각만 중요하다는 것.


그게 지금 기형적으로 흘러버린 수능의 현 모습이 아닐까요.


아이 스스로의 생각을 차단하고 정답 없는 세상에서 '신'으로까지 여겨지는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해야 하니, 도대체 알지도 못하는 출제자님의 생각을 아이들이 왜 알아야 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만, 부모 세대 또한 그리 배워와서 문제라고 인식하지도 못한 사람이 수두룩하니,

그 문제를 문제라고 인식한 것조차 신기하긴 합니다.

그것도 대한인국 입시의 한복판에 서있는 마순영씨가요.


마순영씨야말로 서울대교의 열렬한 추종자지만, 수능의 문제점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는 교육학 분야의 천재가 아니었을까 싶기도 합니다...허허.


얼마전 IB(인터내셔널 바칼로레아) 관련 다큐, 강의를 보게 되었습니다. 정말 눈이 번쩍 뜨일 만큼 혁신적이더군요. 식민지 교육 방식이 아니었더면, 해방 당시 일제 잔재 청산에 적극적이었다면, 우리도 진즉 IB 교육이 보편화될 수 있는 환경이 될 수 있었을까요?


수능은 마순영씨의 말처럼 '내 생각'은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저 누군지 모르는 '출제자의 의도'만이 중요할 뿐이죠. 그러니 아이들은 다양한 출제자의 의도를 알기 위해 영웅이처럼 시중의 문제집을 탑처럼 쌓아가며 풀어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야 더 많은 출제자의 의도를 알 수 있을테니까요.


사교육은 부모와 학생의 불안을 먹고 산다고 하죠. 불안한 건 다름 아닌 남과 끊임없이 비교를 하기 때문일 겁니다. 사교육은 그 부분을 정확하게 파고들고 있지요.


'남'과 비교해서 뒤쳐지지 않으려면, 남이 걸을 때 우리 아이는 달리기를 시켜야 합니다. 우리 아이가 달리기를 하고 있으면, '남'의 아이 엄마도 불안해지겠죠.


어느새 하나 둘 달리기를 시키니 남들과 비교해서 더 앞서가기 위해, 이번에는 불가능해보이는 '날기'를 시도합니다.


하지만 인간인 이상 스스로 날기가 불가능하죠. 그래도 온갖 교육과 불법의 힘들을 빌어 '날기'에 성공시킵니다.


다시 하나씩 둘씩 날기 시작하다보니 나는 아이들로 넘쳐납니다. 그러니 어쩌나요. 뒤쳐지지 않으려면 남이 날고 있으니 우리 애도 날아야 하죠.


온갖 정보를 샅샅히 훑어서, 결국 우리 애도 어느새 남들과 같이 날게 하는데는 성공했다 하더라도, 아이는 자꾸 땅으로 내려가려합니다.


스스로 날고 있는 게 아니라, 누군가가 억지로 날개를 붙여서 '너는 팔만 까닥까닥하면 우리가 다 해줄게.' 거든요. 손만 까딱까딱하고 있으니 재미가 있나요. 왜 날아야 하는지 이유라도 알면 다행인데, 남이 나니까 그냥 따라 나는 거거든요. 그러니 모두가 인간의 능력치를 초과해서 불가능할 것 같은데도 어쨌든 다 같이 날고는 있는데요.


왜 나는지는 모르지만 불안하니까 누군가가 땅으로 내려가지 않는 한 우리 아이도 계속 날고 있어야 합니다. 용기 있는 아이가 땅으로 내려가니 내 아이도 내려가고 싶어 하지만, 불안한 엄마는 계속 채찍질을 하죠.

"저 애 따라 낙오되고 싶니? 낙오되기 싫으면 계속 날아!"


목표 없는 오래달리기에서 누가누가 먼저 낙오되나 뫼비우스 띠 게임을 하는 것 같은 이상함. 저만 느끼는 건 아니겠죠?


마순영씨가 영웅이를 계속 앞으로 나아가라며 채찍질했던 것도 불안감이 원천이 아니었을까요. 자신이 이루지 못한 것을 자식에게 투영시켜 대리 만족하려는 의도도 있었을 테구요. 이래 저래, 힘든 건 아이들인데요.


요즘 대한민국의 모습 또한 이와 다르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런 면에서 IB는 취지와 의도가 정말이지 너무 좋더라구요.

'잘만 정착하면' 아이들 또한 즐겁게 학교다닐 수 있겠다 싶기도 합니다.


경기외고를 시작으로 민사고, 제주도의 표선고, 대구의 학교들까지 나름 IB 학교가 늘어나고는 있지만, 십 년이 넘도록 우리나라에 뿌리를 내리지 못하는 이유는 역시나 그놈의 사교육과 주입식 교육에 길들여진 어른들, 대학 교육 방식의 한계 때문인 듯 합니다.


처음에 관련 강의를 들을 땐 우와!, 우와!를 외치며 보았는데요.

이미 겪어보았고, 부작용 또한 지켜본 사람들의 증언이 담긴 댓글을 읽자니 역시나 우리나라에서 어렵긴 하겠구나. 싶기도 하네요.


마순영씨 말대로 학종, 수시는 깜깜이 전형이다보니 온갖 부정이 속출하는 듯 합니다. 입시를 준비하는 학부모 입장에서는 수시 기회 마저도 평등하지 않은 겁니다.

부모의 정보력과 재력이 있어야만 바라볼 수 있는 거라는 웃픈 소리까지 나오는 걸 보면 말이죠.


IB가 입시의 한 방법으로 인정된다면, 또 온갖 기형적인 방법으로 변형되어서 사교육의 최대치까지 끌어올려질 거라는 모 댓글에 공감이 가는 이유입니다.


흙수저가 서울대에 막상 들어가도 금수저들의 세상이 된 그곳에서 적응하는 게 쉽지는 않은가봅니다.

한 다큐멘터리에서도 영재고, 과고, 외고 출신들끼리 똘똘 뭉치니 일반고 출신 아이들이 적응하기 어렵더라는 부분을 짚어낸 바 있을 정도니 소설 속에서의 과장은 아닌 걸로 보입니다.


이 책을 읽으니 입시에 대해 신뢰가 애초에도 없었지만, 서둘러 내 아이만이라도 입시교육 밖으로 빼내서 지켜줘야 겠다는 생각만 듭니다. 


하지만, 누구나 누려야 하는 교육의 권리의 중심에 있는 공교육에서 아이를 빼내려고 애써야 하는 부모의 모습.

이게 과연 정상적인 건지 자꾸 생각하게 하네요.

지금의 공교육은 입시를 위해서만 존재한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기 때문이죠.


수학과 영어 독해 문제집을 제외하고

저희집 중1 큰 아이는 문제집을

전혀!

전혀!

풀지 않습니다.


초6 내내 그랬고, 중1 1학기인 지금까지 문제집 없이 학기를 보내고 있지요.


정말 무모해보이기도 하구요.

방치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도대체 어쩌려고.

걱정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옳은 것''그른 것'을 가려내는 게 문제집의 전부인지라, 아이를 문제집 속에 담그는 순간, 아이의 생각이 멈출까봐 저는 너무너무 걱정이 됩니다.


아직은 다양한 책을 충분히 읽고, 말도 안되는 상상도 마음껏 펼쳐보기를 바라는 엄마의 소망은 정말 허황된 것일까요?

옳고 그른 것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네 생각도 옳고, 내 생각도 옳을 수 있다는 건 인정되지 못하는 걸까요?

질문 없는 대한민국 교실.

죽은 지식을 외우기만 하는 교실 속에서 질문을 하면, 수업 시간이 길어지니 아이들은 눈치 보이느니 차라리 피하는 방법을 생각했을 겁니다. 문제에 대한 회피인거죠.



엄마의 실험대상이 된 것 같다는 큰 아이 말대로,

평범하게 친구들처럼 문제집에 빨리 적응 시켜서

2학기 시험 대비를 해주어야 할까요.

아니면, 아이가 시험 좀 못 봐도 소신껏 (아이의 소신이라기 보다 엄마의 소신대로) 문제집 없이 공교육의 일반적인 교육 방법과 다른 길로 유도해야 할까요??

중1 아이를 두고 민되는 요즘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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