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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로만 평가하는 사회의 위험성

이제는 교육이 바뀌어야 할 때

by Hello Earth

(선거기간에 쓴 글입니다.)


선거가 한창인 요즘입니다.

선거 관련 뉴스가 쏟아지고 있구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요즘이네요.

우리 사회가 지금처럼 극단적으로 갈린 시기가 있었을까 싶을 만큼 상식과 비상식이 뒤엉킨 혼돈의 시대입니다.

설화(舌禍)를 일으키고, 그것을 또 꼬투리 잡아 공격하는 제로섬 게임을 지켜보고 있자니

정책은 없고, 말 꼬투리만 잡고 아이들끼리 말싸움하는 것과 뭐가 다른가 싶기도 하구요.


알고보면 이 시대의 초엘리트 계층이라 할 만한 사람들인데 말이죠.


저는 요즘 '지금, 전쟁' 이라는 책을 읽고 있습니다.

요즘이라 하기엔 새벽 출근 늦은 밤 퇴근을 밥먹듯 하는 바쁜 시기라 여유가 많지 않다보니 이동하는 틈틈히 읽고 있다고 해야 옳겠네요.

작가의 이름은 익숙하지 않은데요.

알고보니 작가가 쓴 책을 읽은 적이 있더라구요.

'세상에서 가장 슬픈 여행자, 난민' 그리고 '난민, 멈춖 위해 떠나는 사람들' 같은 난민을 주제로 한 책들 말이죠.


이 책은 우-러 전쟁과 이-팔 전쟁이 소재인데요. 수박 겉핥기 식이 아니라 2차 세계대전으로부터 기나긴 시간동안 이 지역의 갈등관계를 비교적 자세하게 서술하고 있습니다. 주 독자층인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기에 화보도 꽤나 풍성하게 넣었더라구요. 덕분에

어른인 저도 우크라이나와 가자 지구의 참상을 더욱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두 지역의 전쟁과 한반도의 문제를 연결시키면서 청소년들이 이 지역 분쟁이 단지 그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삶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고, 우리도 대비하지 않으면 어느 날 갑자기 우리의 삶이 무너질 수 있다는 걸 경고하지요.

왜냐구요?

우크라이나 난민들도 전쟁이 시작되기 직전까지 삶의 터전을 잃고 난민이 될 거라고 예상한 사람은 없었을테니까요.


작가는 강력하게 경고합니다.

우리의 삶은 전쟁의 시작과 동시에 일상이 무너지고 전혀 다른 생존 문제와 마주하게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말이죠.


생각해보면 그렇더라구요.

우리의 일상 속에 아이들은 문제집을 푸는 게 공부라고 믿으며 하루하루 보내고 있구요. 부모들은 내 아이가 공부를 잘 하니 마니로 노심초사합니다.


그러니 사교육 시장은 그러한 부모들의 불안을 이용해서 고급정보라며 비싼 돈을 받아 선별된 아이들과 그렇지 못한 아이들을 구분지어버리구요.

부모들은 내 자식도 선별된 아이들 무리에 집어넣으려고 비싼 돈을 기꺼이 투자합니다.


그다음이야 우리가 아는 그대로의 결과일테구요. 허허허.....


그런데요.

비교적 안정된 세상을 살아왔던 부모세대에서는 공부(여기서 말하는 공부는 시험 성적을 뜻합니다.)를 통해 실력을 쌓아 좋은 직장에 들어가고 나보다 조건 좋은 좋은 사람 만나 결혼하는 게 목표일 수 있어요.

그러니 시험 제도 또한 경쟁을 부추기며 끊임없이 남과 비교해서 더 잘난 사람을 배출하는 쪽으로 진화했을지도 모릅니다. 실력이 좋아 좋은 대학 가는 것만으로도 좋은 회사에 취직할 수 있었던 시대니까요.


그렇게 산업화를 통한 첨단 기술 발전으로 선진국 반열에 오르는데 성공했으니 어쩌면 여태까지는 꽤 잘 먹혔던 교육방식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어찌됐든 모든 아이들이 토끼처럼 초등시절부터 막 달리다보니 시험 성적과 지식 수준으로는 상향 평준화 되었고,

그 결과 겉으로 보기엔 국제사회에서 한국 사람들의 활약 또한 어마어마하잖아요.


그렇게 우리는 역시 실력(=시험 성적)이 최고라는 생각으로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런데요.

언젠가부터 참 이상한 일들이 일어납니다.


실력 하나로 높으신 자리에 오르신 분들이 참 상식적이지 않은 이상한 행동들로 국민을 괴롭게 하네요.

그냥 괴롭기만 하면 다행이련만 아주 국가를 쑥대밭으로 만들어놓고 있어요.

검사들의 도덕적 해이, 정치와의 연합으로 인한 사법 불신 유도 등등은 말할 것도 없구요.

높으신 학력에 도덕성과 인성까지 기대하지 않긴 했지만, 높을수록 고개를 숙이는 벼가 되진 않더라도 최소한 평범하게 살아가는 시민들에게 위해는 가하지 말아야 할텐데 그냥 저냥 잘 살겠다고 아등바등하는 일반 시민의 삶마저도 무너뜨리고 있잖아요.


공정과 상식이라는 사회의 기본 윤리마저 비상식의 상식화라는 어이없는 상황으로 덮어버리고 있구요.

그러니 아이들에게 배려와 공정을 가르쳐야 하는 부모의 입장에서는 원래는 배려를 하는 게 맞는데...배려를 하면 네 손해야.


이런 이율배반적인 상황에 맞닥뜨리게 됩니다.


상식이 통하고,

공평이 아닌 공정을 말할 수 있는 시대.


자녀들이 그런 시대를 살아가도록 하는 게 부모의 역할이련만...

우리 시대 부모들은 자식들이 공정한 세상을 살아가라고 말하지 못합니다. 어쩔 수 없는 세상의 이치를 논하며 남들을 밟고 내 자식이 올라가서 높은 자리를 차지하기를 바라며 내 아이가 남들보다 높은 시험 성적표에 몰두하는 거죠.


이런 시기에 두 아이의 부모로서 아이를 키우며 깨달았습니다.


시험성적만이 공부의 결과를 나타내는 유일한 지표라고 생각하는 우리나라의 믿음은 틀렸다고 말이죠


지금 우리나라 사회에 부각되고 있는 극좌 극우(?) 갈등은 오랫동안 산업화와 경제 발전이라는 공통된 하나의 목표를 향해 무작정 달려오다가 목표를 달성하면서 감춰졌던 문제들이 한꺼번에 표출된 것이 아닐까요?

우-러 전쟁과 이-팔 전쟁을 지켜보다보니 우리 역시 전쟁이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특히 내란 사태를 겪고 나서는 우리가 긴장하고 살지 않으면 언제든 전쟁이 일어날 수 있는 불안정한 시기를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미 심리적으로는 내전 상태에 있다고 평가하는 분들도 계시는 것 같고 말이죠.


이런 불안정한 사회에서 필요한 건 연대의식이 아닐까 싶습니다. 나라에 큰 일이 생겨도 서로 도와 극복할 수 있는 연대의식 말이죠.


우리나라 국민 대부분이 화가 80% 이상 차있는 상태라고 누가 그러더라구요. 자신은 공정한 대우를 받고 있지 못하고, 다른 사람에게 내 권리를 침해당하고 있고요. 사회는 공정 상식이 통하지 않으니 화가 난다는 거죠. 작은 트리거 하나에도 빵! 터지는 게 전혀 이상하지 않은 시대. 사회나 타인에 대한 불신이 가득하고 극단과 극단이 대립하는 반내전 상태의 사회에서 하루하루 불안하게 살아가야 하는 지금 시대.

불안한 국제 정세만큼이나 모든게 무너진 불안정한 사회를 살아가면서 필요한 교육은 무엇일까요.

시험성적표가 아이들의 불안한 삶의 여정에 정답지가 되어줄 수 있을까요?


티쳐스2가 인기를 끌고 있는데요.

참 갑갑하더라구요.

분명 제도가 잘못된 건데,

아이들은 잘못된 제도가 아닌 제 탓을 하며 괴로워하구요.

선생님들은 마치 구세주마냥 등판하며 짠! 하고 오른 성적을 보여주며 끝이 나잖아요.


잘못된 제도를 고치는 게 아니라 잘못된 제도 속에서 생존법을 가르치며 그 분들을 구세주라고 추켜세우는게 바람직한 방송의 방향인지 의문이 듭니다. 그 분들이 입시가 잘못되었다는 걸 모를 리 없는데도 프로그램 안에서는 전혀 그런 고민이 보이지도 않구요.


그저 그 잘못된 제도 안에서 생존할 방법만 가르치며 한 달만에 오른 성적을 환호로 마무리하는 프로그램.

결국 프로그램 안에서 남는 건 영웅이 된 선생님들이고, 아이들의 인생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고려되지 않습니다.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고민보다는 성적 올리기에만 급급한 프로그램.

이런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만큼 우리 사회가 성적 만능주의에 완전히 물들어버린 건 아닌지...


하지만,

이제는 정말 교육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할 때인 듯합니다.

급변하는 시대, 마음이 병든 아이들이 주인이 된 사회의 모습을 상상하면 정말 끔찍합니다. 책을 읽다보면 지식인들이 하나같이 경고하고 있는데도 참 많은 학부모들은 그 경고를 아직 못 듣고 있는 것 같구요.


이 글을 쓰는 동안 새로운 대통령이 탄생했더라구요.

새로운 정부에 희망을 보면서도 여전히 교육은 불모지라 걱정이 됩니다.


리박스쿨이 아이들 교육 속으로 파고든 데에는 그들이 교육의 중요성을 이미 잘 이해하고 있는 까닭일 겁니다.


이제는 학부모가 정신 바짝 차려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부모가 성적에 목매달고 있는 사이 아이들은 누군가에 의해 잘못된 사상을 주입받고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이제는 성적 지상주의에서 벗어나 아이들이 올바른 역사관과 옳고 그름을 잘 판단할 수 있는 사고력,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도 배려하고 존중할 수 있는 바른 인성 등을 기를 수 있도록 교육의 방향을 전환시킬 수 있도록 해야하지 않을까요?


성적 올려주는 돼지엄마를 찾을게 아니라 아이들에게

다양한 생각들을 비판적으로 수용하고, 나와 다른 생각들을 서로 이해할 수 있는 밑바탕이 될 수 있는 양서를 많이 접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과 여유를 주어야 하지 않을까요.


꽃들에게도 희망을.

경쟁에서 이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경쟁하지 않는 것이라는 믿음을 다시 한번 마음 속에 새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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