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과 엄마, 이과 아들... 협동하는 배움의 기술

누이좋고 매부좋은 배움의 세계

by Hello Earth

공부를 하는 엄마의 좋은 점은 뭐가 있을까?

일을 쉬고 있으니 제가 무슨 공부를 하는지 모르는 분들께 민망하긴 한데요.

(특히 시부모님께서 물어보실 때 프로휴직러라는 사실이 참 민망하고 난감하긴 하더라구요.)

그래도 공부를 하다보니 꽤 장점들이 많다는 걸 발견했습니다.


첫째는요.

아이들이 공부를 어려워해도 다그치지 않고 공감하고 이해해줄 수 있어요. 저 또한 머리 쥐어뜯으면서 안풀리는 문제에 괴로워하고 고민하다보니 어려운 문제나 하기 싫은 숙제 앞에서 괴로워하는 아이들이 투정을 부릴 때면 공감하며 제 경험을 얘기해주곤 합니다. 물론 공감한다고 하더라도요. 해야할 의무는 할 수밖에 없으니 힘을 내보되 안되는 부분은 내일 다시 도전해보자고 하는 등의 조언으로 마무리하곤 하죠.


둘째, 제가 모르는 문제를 아이에게 물어보면 친절하게 설명해줍니다. 그러면서 아이도 자기가 아는 것을 설명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더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힘도 기를 수 있죠.


여러가지 다양한 주제를 다룬 지문을 읽고 문제를 해결하는 게 제 공부 내용 인데요.

문학소녀인데다가 문과 출신이다보니, 감정에 공감하는 건 쉬운 것 같은데, 감정을 배제하고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사고 중심인 과학 지문 내용들은 참 어렵더라구요.

그런데 제곁에는 이과형인 큰아이가 있다보니 참 많은 도움을 받게 됩니다.


어려운 과학지문을 디밀면서 풀어보라하니 엄청 쉽게 풀어내더라구요.


흑체 관련 지문인데, 흑체의 정의부터 꼼꼼히 읽어나갔는데도 중간에 뜬금없이 나타난 파장과 복사에너지에서 탁 막혔던 상황.

에? 분명 온도에 대한 얘기였는데?

변인을 온도로 착각한 후 지문을 읽다보니 중간에서 그만 길을 잃고 맙니다.


하지만, 큰 아이는 다르더라구요.

'온도가 높은 상태' 지만 '온도가 변함에 따라'

라는 상태 변화가 아니라며, 이 문제는 온도가 변인이 아니라 파장의 길이가 변인이라는 걸 금세 캐치해내는 거죠.


하.

누가 누구의 문해력을 탓해야 하는 건지.

문해력 낮은 제 탓이니 결국 오늘도 아들한테 한 수 배웠습니다.


이해가 안가는 엄마를 위해 문장 하나 하나부터 따라가며 자세하고 친절하게 그 이유를 설명해주는 큰 아드님.


덕분에 엄마는 아이에게 문장 이해하는 방법을 배웠구요.

아들은 엄마 덕에 프랭크 지수(?)-양자역학으로 이어진다는 흑채의 정의와 특성에 대해 알게 되었다네요.


겉으로는 그저 제가 몰라서. 큰아이에게 물어보는 엄마.

같아보이죠?


사실 제가 모르는 문제 전부를 아이에게 물어보진 않습니다. 아이가 흥미로워할 지문을 만났을 때, 해당 주제에 관심을 유도하고 싶은 의도를 담뿍 담았지만, 겉으로 엄마가 몰라서...라는 형식을 취한 것일 뿐.


국어 공부를 따로 안하는 아이다보니 슬쩍슬쩍 긴 지문을 넣어주어 잘 푸는지 확인하고 싶은 게 엄마의 진짜 의도이지만,


의도가 절대로 들키면 안되니


"엄마 이거 진짜 모르겠는데 설명 좀 해주라."


의 형식을 품으면요. 아이는 자신의 실력을 뽐낼 수 있으니 마다할 이유가 없는 거죠. 하하하.

엄마인 제가 어차피 모르는 문제인 것도 맞으니, 아이가 알려주면 엄마인 저도 좋구요. 아이도 엄마한테 실력 뽐낼 기회가 되니 좋고, 긴 지문을 해석해서 풀면서 저도 모르게 수능 유형도 접할 수 있게 되니 아이도 좋지요.


아이의 흥미 분야의 질문이어야 하고, 질금질금 감질맛 나게 가끔씩만 써먹어야 의도가 들키지 않으니 자주 써먹지는 않습니다만...


어쨌거나 문제집 공부 엄청 안하는 아들램에게 슬쩍슬쩍 수능문제 비슷한 유형들을 조금이나마 노출시키는 게 숨겨진 엄마의 목적라는 건 비밀입니다.

흐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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