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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gifilm 박경목 Sep 12. 2023

오펜하이머와 플롯

플롯은 인과 관계의 연결인가?

<오펜하이머> 1차 관람 때 살짝 졸았을 때 들었던 것은 드라마 라인이 안 잡힌다는 것 이었다. 그러고 이동진이 해설하는 것을 들었는데 플롯이 독창적 이라는 거다. 그때 의아했다. 내가 지금까지 생각했던 플롯 이라는 것은 인과 관계의 연결이고, 주인공의 욕망이고, 관객의 욕망의 방향이고, 과거의 유산이고... 등등.. 이라 생각했는데 뭐지? 싶었다.



어쩌면 내가 1차 관람 때 졸았던 것도 플롯이 안 잡히는 것 때문이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2차 관람 때 재미있게 봤던 것도 내용을 알기 때문에 이 장면이 어떻게 나오게 되었는지를 알아서 라는 생각이 들었다. 플롯이 분명하지 않기 때문에 관객과 밀땅을 하지 못하고 관객이 뇌 속에서 정보처리를 할 때 연결을 못 시키는 거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정보 연결과 다른 정보 연결을 보여주기에 플롯이 독창적이라고 한다... 플롯은 과거의 유산 이라는 것과 배치 되는 데 이것 역시 말이 되니 또한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싶었다. 



그러다, 문득, 플롯이라는 게 고전역학의 영역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뉴튼 역학 이라는 게 원인과 결과 결정론적 세계관이다. 지금까지는 그 규칙을 따라서 이야기를 만들었고, 그 규칙에 어긋나는 순간 그 이야기는 난해하다, 혹은 실험적 이다 라는 것으로 비쳐졌다. 타란티노가 플롯을 해체 해도 관객은 플롯을 짜맞추는 재미를 주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심지어, 펄프 픽션이 한국에서 개봉할 때 영사기사가 필름이 잘못 붙었나 해서 편집했다는 일화도 있지 않은가. 



시간을 해체 하는 영화가 나오고 역순을 돌리는 이야기가 나와도 우리의 뇌는 시간을 순차적으로 재구성하고 이야기를 나열해나갔다. 그래서 그게 불가능할 정도가 되는 터넷은 관객이 재구성을 포기하고 난해하다고 혹평을 했다. 한편으로 영화 예술 이라는 것 자체가 결정론적 세계관, 인과율의 세계관과 다르다. 영화는 편집의 과정을 거친다. 이것은 분절적인 영상의 결합이고 어떻게 이어붙이느냐에 따라 다른 맥락이 만들어진다. 인과는 애초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뇌에서 만들어진다. 우리는 원인은 알 수 없지만, 현상만 받아들일 뿐이다. 영화에서 고전 역학의 세계인줄 알았던 영화의 플롯이 양자 역학의 세계와 자유롭게 넘나들고 있었다. 



놀란의 알쓸별잡 인터뷰를 보면 놀란은 이야기 이전에 플롯의 구성을 오랫동안 생각한다고 한다. 새로운 이야기는 없다. 플롯은 유산이다. 라는 말을 해왔는 데 관객에게 새로운 것을 주는 것은 새로운 가치관, 인간에 대한 새로운 탐구 밖에 없냐 하면, 놀란은 그게 아니라 플롯을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새로운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 라고 말해준다. 플롯이라는 거대한 에너지의 흐름은 쇼트라는 하나 하나의 입자가 만들어 내는 에너지 라는 측면도 있는 거 라는 걸 보여줬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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