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레시피
비 채식주의자와 함께 즐기는 채식요리
얼마 전 친구들이 다녀갔다. 나이는 5살이 어린 친구들이지만 생각도 취향도 잘 맞아서 내가 비교적 자주 만나는 친구들이다. 다들 바쁘다 보니 한 달 반이나 전에 우리 집을 예약해 놓고 만났다. 사는 게 뭐 그리 바쁘다고 한해 한해 갈수록 친구를 만나기도 쉽지가 않다. 원래는 옥상에서 그릴 요리를 즐기려고 했으나 날도 너무 덥고 한 명이 빠지게 되어 좀 더 선선한 날이 오면 다 같이 옥상파티를 하기로 하고 집에서 저녁을 먹었다. 저녁 메뉴는 지난번 우리 집 방문 때도 먹은 키토 식단과 채식메뉴들을 파는 식당에서 배달을 시켰다. 다들 식성도 비슷하고 한 명은 나와 같은 플렉시 테리언이어서 내가 강력 추천했던 집이었다. 아주 다행히도 친구들의 입맛에 잘 맞아서 그 후로도 SNS에서 내가 게시물만 올리면 댓글로 그 식당의 이름을 적으며 그 집 음식을 앓고는 했었다.
이른 퇴근 후 급하게 집 정리하고 오랜만에 보기 때문에 요리를 해주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정신없이 할 일들을 해치우고는 요리를 하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장난기 있는 밝은 목소리들은 배가 너무 고파서 먼저 주문을 해주면 좋겠다고 저번이랑 똑같이 시키면 될 것 같다고 했다. 키토 김밥들과 포두부 요리 그리고 들깨로 양념을 한 쫄면을 시키고 나는 버섯을 튀기기 시작했다. 장을 보다가 그날따라 눈에 띄어서 산 목이버섯과 집에서 놀고 있던 다른 버섯들도 함께 튀김옷을 입었다. 어떻게 했는지도 모르게 후다닥 준비를 하는 와중에도 탕수육 소스를 만들다 저 구석에 있던 기억이 스멀스멀 프라이팬의 연기처럼 피어올랐다. 15살 때였나 뜬금없이 탕수육이 만들어 보고 싶어 혼자 레시피를 검색해 장을 보고 탕수육을 만들었던 적이 있다. 생각보다 성공적이기도 했고 만드는 과정이 재미있었던 나머지 며칠 동안 탕수육을 튀겨댔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생각을 없애고 시간 빨리 가게 하는 데에는 요리만 한 게 없다.
괜한 생각을 하며 요리를 하다 보니 친구들이 도착했다. 생각보다 빨리 도착을 해 더 당황해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손을 급하게 놀리자 알아서 착착 세팅을 하기 시작하고는 탕수육 소스만을 기다렸다. 마침내 식탁이 완성되고 밀린 이야기들을 하기 전에 일단 음식을 입으로 밀어 넣었다. 입은 하나뿐이니 말보단 먹는 것이 우선이었다. 헐레벌떡 탕수육과 싱거워진 가지찜 그리고 배달음식이지만 건강한 요리들이 우리의 시간을 더 즐겁게 도와주었다.
재료
표고버섯 한 접시, 목이버섯 한 접시, 전분가루, 진간장 2스푼, 식초 3스푼, 설탕 2스푼, 굴소스 반 스푼, 오이, 당근, 양파, 피망
How to make
버섯 탕수육
1. 썰어서 물기를 제거한 취향의 버섯을 전분물(전분가루 반 컵, 물 반 컵)에 골고루 묻혀 준비한다.
2. 튀지 않게 조심하게 노릇하게 튀겨준다.
탕수육 소스
1. 냄비에 물 400ml와 간장 2스푼과 굴소스 반 스푼, 설탕 3스푼을 넣고 끓인다.
2. 양파와 당근을 먼저 넣고 끓이다 양파가 살짝 익으면 피망과 오이, 목이버섯을 넣는다.
3. 식초 3스푼을 넣고 전분물(전분가루 1, 물 2)을 넣고 취향껏 농도를 맞춘다.
비교적 간단한 요리지만 목이버섯을 튀길 경우 수분 때문에 기름이 많이 튈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이 레시피는 목이버섯과 표고버섯을 튀겼는데 버섯의 종류는 취향껏 골라도 좋다. 튀김옷을 얇게 만들기 위해 전분물만 사용했지만 좀 더 바삭한 튀김을 원한다면 튀김가루를 함께 사용하면 더 중식의 느낌을 살릴 수 있다. 튀긴 음식을 피하다 보니 내 손으로 튀김을 튀긴 지 얼마만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데 역시 튀기면 뭐든 맛이 없을 수가 없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다. 양심상 소스를 만들 때 설탕의 양을 조금 줄여 넣었는데 새콤한 맛이 살아서 나쁘지 않았다. 튀김이기에 자주 해 먹을 요리는 아니지만 좋은 사람들과 함께 수다로 칼로리를 소비하며 시간을 보낼 때 먹기엔 좋은 요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