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목록
출근을 하기 위해 일어나야 하는 시간이
한 시간이나 남았지만 조용히 잠에서 깨어난다
할 일이 많은 다음날 걱정을 하다 잠이 들면
어김없이 필요한 잠을 채우지 못한 채
어스름한 새벽빛과 함께 현실로 돌아온다
두어 번 눈을 깜빡이고 꿈을 되내인다
즐거운 꿈이었나 싶지만 아무런 기억이 없다
허탈하게 한 시간이나 남은 알람을 끈다
아침을 차리고 커피를 내리고 하루를 시작한다
시간은 눈을 떠서 감을 때까지
나의 등을 떠밀며 빨리 가자 재촉한다
핸드폰을 하루에 세 번 충전해야 할 만큼 바쁜데
통화목록은 일주일 전과 다르지 않다
확인하지 않은 메시지는 쌓이고 쌓이지만
지우다 지쳐 포기한 광고 메시지가 반이다
슬프지 않은데 마음이 불편하고
하루가 부족한데 시간이 허전하다
퇴근 후 지긋지긋한 핸드폰을 던져놓았다가도
다시 주워 들어 괜히 기웃거린다
멈춰버린 통화목록을 한참 바라보다
또 한참을 고민하다 좋아하는 이름을 누른다
전화기 너머로 미더운 목소리가 들린다
무슨 일이 있어서 연락을 했냐기에
무슨 일이 없어서 연락을 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