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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은이 Jan 17. 2023

승진이 떨어졌을 때의 상실감은 얼마나 오래갈까

승진발표가 나고 벌써 2주란 시간은 흐른듯하다.

하지만 난 여전히 그날에 머물러 있다.

어찌 지옥 같은 시간은 이리 시간이 흐르지도 않는 것일까


벌써 두 번째 승진에 탈락했다.

첫 번째는 나보다 선배가 승진에 누락된 상태라 어느 누구도 내가 될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난 좌절했고,

이번은 휴직 후 6개월이라는 시간밖에 흐르지 않아 한참 후배에게 밀려 좌절했다.

누군가 보면 당연한 결과이려나?

제삼자가 보았을 때는 당연한 결과 일 수 있겠지만,

당사자인 그 누구에게도 당연한 패배란 없다.


어느 누구보다 이 상실감과 패배감에서 헤어 나오고 싶은 것은 나 자신이리라.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면, 욕이라도 하면,

술이라도 마시면 나아질까 싶어,

최선을 다해 발버둥 쳐보지만 쉽지가 않다.

네이버창에, 유튜브 창에 “승진에서 떨어졌을 때” “승진 탈락”을 쳐보지만 뭐 뾰족한 수는 없다. 사람들은 승진에 탈락하고 어떤 나날들을 보낸 걸까. 이렇게 정보가 없는 분야도 참 없는 것 같다.


나를 어찌 위로해야 할까.


나는 이렇게 또다시 머무른 채 다음의 삶을 기약해야 하는 걸까. 적어도 한 달 뒤 한국을 떠날 때 즈음엔 이 막막하고 밉고 화나는 감정들은 여기에 그대로 두고, 가볍고 새로운 마음으로 떠나고 싶다. 그리고 한 달 뒤 이 글을 봤을 때, 그때 이렇게 힘들었지. 하며 이 마음을 추억할 수 있게 되길 간절히 바라본다.


내 글이 위로가 될 승진이 떨어진 어느 누군가에게 힘이 되길,  우리의 힘든 마음이 이 글로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로 위로받을 수 있길. 승진이 떨어진 나를 비롯해 모두를 위로하고 싶다.


비록 승진에서 떨어졌지만, 이것이 끝은 아니라고, 이게 나를 모두 평가한 것은 아니라고, 긴 사회생활이라는 나의 커리어에 있어 하나의 에피소드일 뿐이라고, 에피소드가 없는 드라마는 없는 거라고,

나는 오늘도 그냥 그 멋진 드라마 속의 주인공으로 맘껏 슬퍼하고 있는 것뿐이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제치고 후배를 승진시켜 준 상사들은 여전히 밉고 또 밉다. 그럴 거면 일을 시키지 말던가. 중요한 일이라고 시켜놓고는 이런 대접이라니. 망했으면 좋겠다. 적절한 성취감과 채찍질로 회사와 내가 함께 성장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나에게 채찍질만 하는 이 회사가, 여기 말고는 다른 곳으로 갈 수 없는 내 현실이 너무 밉고 각박하다.


한 바가지 미워하고, 미워하고, 미워해보지만, 바뀌지 않는 현실이 너무나도 괴롭고 또 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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