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이 아름다운 자연으로 둘러싼 이곳. 벨기에
내가 살아본 도시.
서울. 파리. 그리고 브뤼셀.
서울은 나의 고향이자 내가 34년간 살아온 곳이기에, 곳곳이 추억이 담긴 곳이다.
추억과 스토리 보다 그 장소를 아름답게 할 수 있는 것은 없으리..
그래서 그런지 난 서울에 사는 것을 참 좋아했다.
파리는 내가 처음 살게 된 해외 도시이다.
첫 해외 살이었기에 모든 것들이 새로웠고, 그 새로운 것들이 특히 아름다웠기에 난 파리를 좋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아름다웠다. 오스만 양식의 건물, 식당에 갈 때마다 주인장만의 감성이 묻어난 데코와 식기, 그리고 길거리에서 만난 패션피플들 까지.
그런데 이곳 브뤼셀에 온 뒤, 난 이곳의 아름다움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래서 살고는 있지만, 이곳을 좋아하는 감정은 크지 않았다. 이곳만의 특징을 잘 캐치할 수 없었다.
난 사람도 자신만의 색깔을 가진 사람을 좋아하기에 특징 없는 이 도시를 좋아할 수 없었다.
심지어 시내에 구경을 가더라도 상점들은 대부분 프랑스제 물품들이었기에 특별한 구경거리가 없었다.
젊은 새댁이니 시내에 집을 얻으라는 여러 조언에도 불구하고, 난 시내가 아닌 약간 외곽의 아파트를 내가 살 집으로 정했다.
이사를 하고 난 뒤, 바로 부활절 기간이라 기껏 하나 있는 외출 일정인 프랑스어 학원도 방학이라고 하여, 다시 또 집콕 신세가 되었다.
나는 심심함에 몸부림치다, 집 뒤로 이어진다는 산책로가 있다 하여 산책을 나섰다.
산책로에 들어가자마자, 난 어딘가 외딴 숲 속으로 여행을 온 듯했다.
빼곡한 나무들 사이로 나있는 산책로를 걸어가며, 참 자연과 가까운 도시라는 생각을 하며 걷고 있었다.
그런데, 발견한 예쁜 연못!! 와. 드디어 내가 브뤼셀의 아름다움을 발견했구나! 하는 순간이었다.
이들은 인위적인 예쁨을 표현할 필요가 없었다.
도처에 널린 것들이 이리 예쁜 자연이라니….! 그 어떤 것도 흉내 낼 수 없는 이 도시만의 아름다움이다.
넓은 잔디밭과 그 위를 맘껏 뛰노는 산책 나온 강아지들, 오리, 거위, 여러 새들이 수영하는 연못까지.
이렇게 바로 주변에 발견할 수 있는 예쁜 자연이 이곳 브뤼셀의 아름다움이구나 싶었다.
산책을 그리 즐겨하는 편은 아닌데, 한 시간 동안 이곳저곳 구경하고 멍 때리며 도저히 규칙을 찾을 수 없는 나뭇가지들의 배열에서 아름다움을 느꼈다.
그리고 이곳을 조금 더 애착을 가지고 살아갈 이유를 발견했다.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