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벨기에 아파트 입성!!
떠돌이 같이 호텔에서 지내던 지난 50여일간의 생활을 마치고 드디어 아파트로 이사를 했다.
말이 호텔이지 아파트먼트 호텔이라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5성급 호텔에 좋은 서비스를 기대하면 오산.
일주일에 한 번만 청소를 해주고, 그때수건도 교체해 준다.
물론 청소를 해야 하는 수고로움은 없지만, 답답한 호텔 히터와 좁은 공간에서의 50일은 쉽지 않았다.
비가 추적추적 오는 아침.
캐리어 6개와, 그동안 먹고 사느냐고 생긴 살림살이를 큰 봉지에 몽땅 넣어 아파트로 이사를 왔다.
아파트에 이사 오긴 했지만, 아직 한국에서 보낸 이삿짐들이 도착하진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한국에서 짐이 오기까지 임시 가구들이 필요했다.
우리는 우선 침대와 이불을 가구 아웃렛 같은 곳에 가서 주문해 두었다.
그리고 나는 침대가 도착하기 전까지 아파트에 있는 붙박이장에 가지고 온 옷가지들을 정리했다.
한참 정리를 하다 보니 두어 시간이 흘렀다. 조금 쉬고 싶은데 아무것도 없으니 앉을 곳조차 없었다.
임시방편으로 캐리어를 눕혀 그 위에 앉았다. 덩그러니 혼자 캠핑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하나부터 열까지 쉬운 게 하나 없구나.. 30분여 후 침대가 도착했다. 그런데 사다리차를 신청했는데 오질 않았다.
의사소통이 되질 않으니 이거 참.. 미리 사진 찍어준 영수증이 있어 천만다행이다.
사다리차를 안 가지고 온 본인들 잘못이기에, 이놈들이 꾸역꾸역 작은 계단으로 침대를 들고 올라왔다.
나중에 보니 모서리 부분과 바닥이 찍혀있었다. 뭐 어쩌겠는가. 한국에서 살고 있다면 컴플레인하고 후속조치를 알아봤겠으나,
해외에서 살다 보면 그냥 이런 불편함쯤은 그냥 넘겨야 하는 것 같다.
반품해 달라고 하면 오늘 당장 이불 깔고 잘 수 없기 때문에…
그런데 이제, 침대랑 이불은 와서 잘 곳은 만들었는데… 밥 먹을 곳이 없었다.
부랴부랴 이케아에 갔다. 식탁을 하나 사고, 의자도 샀다. 그런데… 도저히 차 트렁크에 들어갈 수가 없는 사이즈.
차가 나올 때까지 지금 임시로 렌터카를 사용하고 있는데, 적은 비용을 지출하려다 보니 차 크기가 작아, 구매한 식탁과 의자를 싣고 올 수 없었다.
어느 것 하나 쉬운 게 없구나.
해외에서 산다고 하면 다들 호화로운 생활을 하며 사모님 생활을 하고 있을 거 같지만, 타지에서 터를 잡고 산다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아무 생각 없이 자고, 먹고, 씻고, 하는 모든 것들이 생각처럼 해외에서는 어디에서 살지부터 무엇을 사야 할지, 어떻게 사야 할지, 한국과 많이 다른 이곳에서 생존을 위해선 빠른 적응력과 눈치가 필수다.
긴급하게 직원에게 물어보니, 집까지 배달해 주는 비용이 40유로.
그것도 집 로비(1층)까지 가져다주는 것이고, 집 안까지 들여다 주는 것은 80유로를 더 내야 한단다.
80유로면 10만 원이 넘는 돈이다. 너무 아깝다. 그래서 우리는 집까지만 배송받기로 했다.
비까지 추적추적 오고, 식탁이 도착한 시간은 저녁 9시 반.
신랑과 나는 식탁과 의자를 받아서 엘리베이터에 낑낑대고 싣고 집에 올라왔다.
한참 밤이 돼서야 주문한 식탁과 의자가 포장된 박스 위에 주문한 태국식 배달음식과 함께 저녁식사를 했다.
고단한 하루다.
하지만 파리에 살던 그때보다 넓어진 집에 신나 하며,
맛없는 태국식 배달음식과 함께 벨기에에서 생활의 터전이 될 집에서의 첫 저녁을 먹었다.
이렇게 고생을 함께 하며 만들어 나간 우리의 사랑과 추억은 하나 더 쌓였다.
첫날밤 이렇게 쌓아놓은 박스더미를 뒤로 한채, 잠들었다.
다음날 아침. 조용히 먼저 일어나 의자를 조립하고 있던 신랑의 뒷모습에 감동.
비가 와서 미끄러져 컨디션도 안 좋았는데, 책임감과 사랑으로 열심히 식탁을 만들고 있던 그가 있어 함께하는 벨기에에서의 신혼생활이 힘들지만은 참 든든하고 좋다.
그래서 주말 아침. 우리는 다 조립한 이케아 식탁에서 기분 좋게 아침을 먹었다.
식탁이 있다는 게 이렇게 삶의 질이 향상되는 것이었던가.
항상 부모님이 만들어주신 좋은 환경에서 있었기에 식탁의 소중함을 몰랐는데, 이렇게 식탁에 앉아 김치 넣고 돼지고기 넣고 끓인 김치찌개 한 숟갈에 세상의 행복을 다 가진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