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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은이 Mar 29. 2023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

진심이라는 것을 다시 생각하게 되는 해외생활

오늘은 학원 이틀째 날.


어제 슬로바키아 친구의 과한 다정함으로, 나는 영어도 잘 못하는데 같이 학원 등원(?)을 하자고 해서 꽤나 부담감이 있었다.

그런데 내 마음을 알아차린 걸까?

그녀가 수업 전 자기가 할 일이 있어 같이 못 가겠다며 미안하다고 연락이 왔다.

마음이 편해졌다.


사실 이것 때문에 이번 글의 제목을 이렇게 붙인 건 아닌데, 쓰다 보니 가끔 내가 누군가가 밉거나 부담스럽거나 어찌했던 부정적인 감정이 올라와서 그거에 대해 제삼자에게 이야기하고 나면 이상하게도 그 사람이 알아차린 듯 내 맘을 불편했던 그 행동을 하지 않았다.

이럴 때마다 내가 ‘트루먼쇼’의 주인공은 아니겠지?라는 생각이 가끔 들곤 한다.

세상엔 보이지 않은 어떤 기류나 흐름이 있다고 믿고 있는데, 내가 이리저리 그녀에 대해 떠들고 심지어 브런치에 그녀가 부담스럽다고 글까지 썼으니 그녀에 대한 부담감의 나의 기운이 전달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학원 수업이 끝나고 나는 몇몇 친구들과 함께 트램을 타고 집에 오는 길이었다.

나는 구글이 알려주는 새로운 루트들로 여행 다니듯 다니는 것을 좋아해서, 오늘은 새로운 트램역을 거쳐서 버스를 환승해 집에 올 계획이었다.

친구들과 나란히 셋이 쪼르륵 앉아있었는데, 갑자기 백인 할아버지가 눈을 맞추고 앞에 앉았다.

갑자기 나에게 무슨 말을 하는데 ‘우리 셋다 무슨 말이지?’라는 표정으로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말을 했다.


슬로바키아친구가 참다못해 “우리는 프랑스말 못 해”라고 얘기했다.

그랬더니 갑자기 그 할아버지가 “You looks crying”이라고 했다. 내 눈을 가리키면서…

대체 이건 무슨 시추에이션? 인종차별인가?

하는 생각과 함께 좀 더 뭔 소리지 들어보려 했는데, 백인인 슬로바키아 친구가 먼저 내릴 타이밍이었다.


남아있던 아시아계 홍콩 친구는 우리도 함께 갑자기 내려서 반대편 칸에 타자고 했다.

오늘 처음 이야기 한 친구인데 우린 둘 다 무서웠는지 어느새 팔짱을 끼고 있었다.

말로 하지 않아도 난 그녀가 나에게 주는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는 오늘 수업 전 내게 와서 “안녕하세요” 라며 자기는 한국드라마를 좋아한다고 했다.

그러고 같이 집에 가는 길에 내가 무서워한 것을 눈치채고 본인도 무서워서, 함께 하자는 마음으로 어느새 팔짱을 낀 채 지하철 옆에 칸으로 도망쳤다.

별 크나큰 행동을 같이 하진 않았지만, 조금은 두려운 순간을 함께했다.

그리고 수업 전 나에게 와서 한 “안녕”이라는 말은 사실 긴 대화를 나눈 것은 아니지만, 나에 대한 그리고 한국에 대한 그녀의 호감과 진심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이런 단어에 불과한 말들은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진심’이라는 것이 분명 존재한다는 것을 해외생활을 하면 더욱 빈번하게 느낄 수 있다.


프랑스말을 하나도 모름에도 불구하고, 눈치껏 프랑스말을 배우게 된 나를 보면,

말이 통하지 않아도 서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배울 수 있다.  


눈빛, 제스처, 표정, 행동, 우리 생활에선 생각보다 말보다 더 마음을 느낄 수 있는 것들이 많이 존재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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