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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은이 Mar 28. 2023

프랑스어 학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벨기에에서의 첫 사회생활

오늘은 프랑스어 학원에 처음 다녀왔다.

사실 가기 전 마음을 기록해 두고 싶었는데,

화장실 가기 전이랑 가고 난 후의 마음은 다르다고, 어느새 나는 일 보고 난 후의 마음과 같아져 가기 전 마음을 기록할 수 없이 그 기분을 금세 잊었다.


처음 학원 가는 날이라 그런지 싱숭생숭하고 불안했다.

이곳에 와서 신랑과 함께한 일정 말고는 아무것도 없이 한 달 넘게 호텔에만 있던 터라 갑자기 혼자 무언가 하려니 긴장됐다.

그래서 어제저녁부터 ‘내일 처음 학원 가는 날이야’라며 신랑에게 계속 이야기했다.

누가 잘하라고 하는 것도 아니고, 잘할 특별한 이유도 없으니 맘 편히 다니면 되는데 나 혼자 괜한 긴장을 하고 있었다.


걱정의 이유를 좀 더 생각해 보자면 내가 들어가게 된 반이 완전 초급반이 아니라, 레벨 3의 조금 프랑스어를 배운 사람들의 반이라는 것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난 그동안 프랑스어를 많이 잊어버린 탓에 내가 잘 따라갈 수 있을지 걱정이 됐던 것이다.

하지만 프랑스에서 지난 1년간의 혹독한 선생님과의 트레이닝의 결과물로 난 이미 1년 넘게 쭈욱 이곳에서 수업을 들어온 학생들과 비슷한, 혹은 좀 더 나은 수준인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과연 내가 못 따라갈 정도의 수준이었다면 학원에 다녀온 뒤 마음이 이렇게 후련했을까?

하지만 한편 조금 거만한 생각으로 이 학원을 다니면 내가 과연 프랑스어가 늘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들었다.


지난 프랑스에서의 빡센 선생님 때문에 너무 스트레스받았지만, 그녀의 혹독함은 날 순식간에 프랑스 말을 눈치껏이라도 알아들을 수 있는 수준에 다다르게 했다.

아무것도 모르던 나에게 매일 프랑스말로 4시간씩 이야기하는 수업을 들으며 눈치만 봤던 그때가, 그냥 가방만 들고 다니고 다니던 헛된 시간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러나 아직 수업 내용 이외에, 학원에 가서 누군가 어울리고 사귀고 또 다른 사회생활을 해야 한다는 것이 부담스럽다.

해외에서 만나는 인연들이 대부분 더욱 시절인연이기 때문에, 너무 마음을 주지도 너무 마음을 받지도 않는 그런 능숙한(?) 태도가 필요한데 잘 될는지 모르겠다.

항상 많이 마음 주고,  상처받고, 스트레스받아하는 걸 스스로 잘 알기에 처음엔 정말 조심스럽게 생각하지만 어느새 나도 모르게 와르르 내 마음의 벽은 무너져 있기에…


오늘 만난 학원 친구들은 아직 잘 모르겠으나 하나의 에피소드를 적어보자면,

하굣길에 자기네 집과 가깝다며 어디 나를 호텔 앞까지 데려다주고 간 슬로바키아 친구가 조금은 부담스럽다.

내일도 같이 학원에 가자며 호텔에 오겠다는데… 부담스럽다. 그녀는 친해지자고 하는 걸 텐데 부담이 먼저인 내 마음을 보면, 난 개인주의적 성향의 사람인 듯하다.

그래서 조금 편하게 생각해 보고자 하지만, 그런데도 부담스러운 걸 어째……

그냥 학원 가서 만나도 되는데, 마치 초등학생도 아닌데 왜 같이 만나서 가자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드는 지금.

이젠 혼자가 편한 진짜(?) 어른이 된 것 같다.

내일은 또 무슨 일이 일어날까? 너무나도 고요해서 적막 해진듯한 나의 삶에 조금씩 다시 작은 불씨가 살아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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