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시킨 & 곤차로바, 불꽃이 얼음을 녹이려다 스스로 꺼져버린 이야기
1837년 1월 27일,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검은 강(Black River) 가. 무릎까지 차오르는 눈밭 위에서 한 발의 총성이 울렸다. 그 소리는 러시아의 대지를 뒤흔들었고, '러시아 시의 태양'이라 불리던 사내의 가슴을 뚫었다. 알렉산드르 푸시킨. 그는 37세의 짧은 생을 마감하며 차가운 눈 위에 붉은 피를 뿌렸다.
그를 죽음으로 내몬 것은 무엇이었을까. 표면적으로는 아내를 탐한 프랑스 장교 단테스와의 결투였으나, 역사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그곳에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지독한 '부조화'가 똬리를 틀고 있었다.
역사적 사랑의 이야기로 오늘은 대문호 푸시킨과 당대 최고의 미녀 나탈리아 곤차로바의 이야기를 통해, 서로 다른 성질의 에너지가 만났을 때 벌어지는 비극적 화학작용을 인문학과 명리학의 시선으로 복기해 보려 한다. 이것은 단순한 치정극이 아니다. 불이 쇠를 녹이려다 제 풀에 지쳐 꺼져버린, 흉신(凶神)들의 슬픈 몸짓이다.
푸시킨은 뜨거웠다. 아프리카의 혈통을 이어받은 그는 검은 곱슬머리와 두꺼운 입술만큼이나 정열적인 에너지를 품고 있었다. 그에게 사랑은 '에로스(Eros)'이자 '마니아(Mania)'였다. 그는 18세의 나탈리아를 처음 본 순간, 그녀를 자신의 예술을 완성할 '마돈나'로 추앙했다. 그것은 숭배에 가까운 광기였다.
반면 나탈리아 곤차로바는 차가웠다. 그녀는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첫 번째 미녀'라는 타이틀을 즐기는 사교계의 꽃이었다. 그녀에게 사랑은 심각한 고뇌가 아니라, 무도회장에서 벌어지는 유쾌한 '루두스(Ludus·유희적 사랑)'였다. 동시에 몰락해가는 가문을 일으키기 위해 유명 시인의 청혼을 받아들인 '프라그마(Pragma·실용적 사랑)'이기도 했다.
불꽃과 얼음의 만남. 시작은 화려했다. 불꽃은 얼음을 비추며 더욱 찬란하게 타올랐고, 얼음은 불꽃 덕분에 투명하게 빛났다. 그러나 거리가 문제였다. 너무 가까워지는 순간, 불은 얼음을 녹여 물로 만들려 했고, 얼음은 불을 꺼뜨리려 했다. 푸시킨은 그녀를 자신의 시(詩) 속에 가두려 했으나, 나탈리아는 살아있는 현실의 찬사를 원했다.
명리학의 눈으로 두 사람의 사주를 펼쳐보면, 이 비극은 이미 예견된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푸시킨은 한여름의 태양처럼 강렬한 화(火)와 솟구치는 목(木)의 기운을 타고났다. 거침없이 뻗어나가는 식상(食傷·표현력)의 에너지는 그를 천재 시인으로 만들었으나, 동시에 통제되지 않는 불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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