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귀자의 『모순』속 딸 진진이 가족에게
내 인생의 볼륨은 언제나 최대치였다. 시장통에서 생선을 파는 어머니의 고함소리, 술에 취해 들어온 아버지의 난동, 그리고 그 틈바구니에서 악을 쓰며 자란 나. 우리 집은 잠시도 조용할 날이 없는 전쟁터였다.
나는 늘 그 소음이 지긋지긋했다. 그래서였을까. 쌍둥이 이모네 집 현관을 들어설 때마다 느껴지던 그 서늘한 정적을, 나는 한때 ‘평화’라고 믿었고 ‘행복’이라 착각했다.
하지만 이모가 스스로 생을 마감하던 날, 나는 비로소 깨달았다.
나의 어머니 김쓰리 여사와 나의 이모, 똑같은 날 똑같은 시에 태어난 이 일란성 쌍둥이의 운명을 가른 것은 사주팔자가 아니었다. 그것은 ‘결핍의 유무’였다.
명리학(命理學)에서는 ‘중화(中和)’를 최고의 가치로 친다.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상태. 이모의 삶이 그랬다. 돈도, 남편의 사랑도, 자식들의 성적도 모든 것이 완벽한 정삼각형을 이루고 있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 완벽함이 이모를 질식시켰다.
흐르지 않는 물은 썩는다. 인생에 굴곡이 없다는 건, 넘어설 장애물이 없다는 뜻이고, 그것은 곧 내가 살아있음을 증명할 방법이 없다는 뜻이다. 이모에게 행복은 공기처럼 너무 흔해서, 도무지 맛을 느낄 수 없는 무미건조한 형벌이었던 것이다.
반면 나의 어머니를 보라.
어머니의 삶은 명리적으로 ‘살성(殺星)’과 ‘충(沖)’의 연속이었다. 아버지는 끊임없이 어머니를 들이받았고, 가난은 매일 아침 어머니의 멱살을 잡았다. 그런데 기이하게도, 그 치열한 싸움 속에서 어머니는 펄떡거렸다. 아버지가 집을 나가면 어머니는 욕을 하며 생선을 더 많이 팔았고, 빚쟁이가 들이닥치면 더 악착같이 돈을 모았다.
어머니에게 불행은 삶을 파괴하는 독이 아니라, 삶을 태우는 연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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