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상복을 입은 태양의 여인

빅토리아 여왕 & 알버트 공, 죽음도 못 가른 40년의 연

by 덕원

유교를 숭상하는 조선의 땅도 아니었다. 삼년상도 길다 하여 곡소리가 잦아드는 판국에, 무려 40년이다.

머리에는 왕관을 썼으되 몸에는 죽을 때까지 검은 상복을 벗지 않았던 여인. 그녀는 '해가 지지 않는 나라' 대영제국을 호령한 빅토리아 여왕이다.


지구 육지의 4분의 1을 지배했던 절대 군주가, 자신보다 서열이 낮은 신하이자 남편의 죽음 앞에서 스스로를 '윈저의 미망인'이라 칭하며 반세기 가까운 세월을 애도 속에 가두었다. 이것은 단순한 슬픔이 아니다. 그것은 거대한 제국을 지탱하던 한 축이 무너져 내린 것에 대한 처절한 생존 신호이자, 권력이라는 비정한 속성마저 뛰어넘은 지독한 사랑의 기록이다.


역사의 수레바퀴를 1840년으로 돌려보자. 스무 살의 빅토리아는 거침이 없었다. 그녀는 사촌인 알버트 공을 보고 첫눈에 반했다. 잘생긴 외모에 빠진 '얼빠'였음을 그녀 스스로도 부인하지 않았다. 여왕이라는 지위는 그녀에게 먼저 청혼할 수 있는 권력을 주었다.


이들의 결합을 명리학의 조후론(調候論)으로 들여다보면 기가 막힌 수화기제(水火旣濟)의 형국이다. 빅토리아는 맹렬한 불(火)이었다. 다혈질인 하노버 왕가의 피를 이어받은 그녀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폭발했다. 사주가 지나치게 조열(燥熱)하여 자칫하면 스스로를 태우고 제국마저 태울 뻔한 위태로운 불꽃이었다.


반면 알버트 공은 차갑고 깊은 물(水)이었다. 그는 독일의 엄격한 교육을 받은 지성인이었고, 감정보다는 이성이 앞서는 사람이었다. 불은 물을 만나야 비로소 안정을 찾는다. 알버트의 차가운 이성은 빅토리아의 뜨거운 감정을 식혀주는 유일한 냉각수였다.


부부싸움의 일화는 이 관계의 본질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화가 난 알버트가 방문을 걸어 잠그자, 여왕은 문을 두드리며 소리쳤다. "영국의 여왕이 명하노니 문을 열라!" 문은 열리지 않았다. 잠시 후, 목소리가 낮아졌다. "당신의 아내 빅토리아예요. 제발 문 좀 열어주세요." 그제야 문이 열렸다. 이것은 권력이 사랑 앞에서 어떻게 무릎 꿇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덕원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덕원의 인문명리학입니다.. 저는 30년간 명리학계에 종사해온 베테랑으로서 명리학과 인문학의 융합을 통해 인간의 삶을 더욱 입체적으로 해석하고자 하는 노력을 진행해오고 있습니다.

174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17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51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