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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네풀 Mar 21. 2023

나만의 공간

호수가 보이는 도서관

집 어느 곳도 나만의 공간이 없다. 거실도 부엌도 안방도

모두 공용 공간이다. 오전에 식구들이 다 나가 아무도 없음에도 나는 내 공간을 찾지 못해 서성거린다

책을 읽다가 아 참 빨래 돌려야지 생각하며 일어서고

그 물건을 어디에 뒀더라 찾는다. 도무지 집중이 되지 않는다

그러면 나는 도서관으로 향한다

이 도시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곳이다

호수가 바라보이는 도서관.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다. 가끔 눈을 들어 호수를 본다

벚꽃이 피었다가 초록 비가 내렸다가 울긋불긋  찬란했다가 어느 순간  고요히 하얗게 빛나는 호수.

나는 아이 둘을 도서관에서 키웠다. 도서관은 아이들의 놀이터였다. 평소엔 동네 작은 도서관에 갔다

주말에 특별한 일이 없으면 이곳, 호숫가 도서관에 왔다.

김밥도 싸고 돗자리도 준비하고 음료와 간식도 준비한다

아이들은 신났다. 호숫가에 자리 잡는다. 책을 좋아하는 큰 아이는 오전에 도서관에 가면 점심 먹으라고 할 때까지 책을 읽는다. 점심을 먹고 나서 호수 한 바퀴 돌고 나면 다시 도서관으로 향한다. 책을 덜 좋아하는 둘째는 점심을 먹고 나면 아빠와 함께 호수공원에서 마음껏 뛰어논다

그러다 지치면 시원한 음료수를 한잔하고 '심심한데 책이나 좀 볼까' 하며 유아실로 향한다

도서관이 문 닫는 6시까지 우리는 휴일 하루를 그렇게 보냈다. 고등학생이 된 큰 아이는 그때가 추억처럼 멋지게 남았다고, 어떤 여행보다 좋았다고 한다

모두가 좋아했던 도서관 나들이.

지금은 나 혼자 온다. 아이들은 이곳에 와도 이제 책을 읽지 않는다. 공부를 하지.

얼마 전 이곳에 카페가 생겼다. 장애인들의 자립을 돕는 시에서 운영하는 카페다 난 더 자주 이곳에 온다.

혼자여서 더 좋은 여기는 안산 중앙도서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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