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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귤이 Feb 26. 2024

무서운 이야기가 주는 추억

무서운 이야기와 나의 추억들


나는 어릴 때부터 무서운 이야기를 좋아했다. 그것이 듣는 것이든, 보는 것이든, 읽는 것이든.


세상에 많은 이야기들이 준비되어 있는데 뭐부터 듣거나 읽거나 볼래?라고 한다면 나는 단연코 “무서운 이야기요”라고 말할 것이다.


나는 왜 무서운 이야기를 좋아하는 것일까.


그것이 누군가의 상상력에서 만들어진 이야기이든, 아니면 정말 실화이든 간에, 미지의 것에 대한 호기심이 우선 그 문을 두드리게 만들고,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기대하게 되고 그 결말이 시시하든 알 수 없든 또 다른 의문에 대한 공포를 느낄 수 있어서라고 생각이 되었다.



무서운 이야기는 나에게 많은 추억을 선사했다. 단순히 무서운 것이 아니라 그것과 관련한 시간을 선물해 준 것만 같다.


토요일의 어느 날 초등학교에서 돌아왔을 때 안방으로 쪼르륵 달려가 아무도 없는 방에서 티브이를 틱 켜고 위험한 초대를 즐겨보았던 기억이 난다. mc의 내레이션 소리와 마을 주민의 인터뷰, 그리고 마치 실제 현장을 촬영한 듯한 재연 영상들... 나에게는 만화영화보다 더 재미난 것이었다.


문구점에서 팔았던 500원짜리 공포 이야기 모음집에 푹 빠져 “다녀왔습니다”라는 인사도 잊은 채 방 한 구석에 누워 미니북을 열심히 읽었던 기억들. 혹여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걱정하는 엄마의 목소리 같은 것은 들리지도 않았다.


비가 오는 날의 체육시간 강당에서, 습하고 컴컴한 그 분위기를 즐기며 돌아가며 했던 카더라식 무서운 이야기들... 이야기가 끝나면 서로 어깨를 털어주며 이내 하하 호호 웃으며 끝나게 되었던 시간들이었다.


늦은 저녁에 끝난 공포 영화를 보고 친구와 걸음아 나살려라 골목길을 달리던 기억들... 그 친구는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그 친구를 떠올릴 때면 이 기억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유일하게 공포 영화를 좋아했던 절친이었기 때문일까.



나는 여전히 무서운 이야기를 좋아한다. 그것이 뭐 어떤 것이든 진위를 따지고 싶지는 않다. 그저 그것이 주는 짜릿한 기억들이 시간이 지나도 나에게는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내가 현실에 지쳐 허둥대고 있을 때, 공포가 주는 안온한 스트레스가 나의 일상을 다시 새롭게 해 준다. 나는 그렇게 믿고 있다.


오늘도 나는 무서운 이야기를 듣고 보고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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